지구에는 언제 첫눈이 내렸을까?

혈암 특성에서 지질, 기후, 생명체 변화 확인

지구에서 가장 흔한 점토 퇴적암인 혈암(shale)의 화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24억년 전 육지가 바다 위로 급격히 솟아오르면서 지구의 기후와 생명체에 극적인 변화를 촉발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4일자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채취한 혈암 표본들이 35억년 전부터 육지에 풍화작용을 일으킨, 감지가 매우 어려운 빗물 흔적에 대한 고문서 기록 수준의 증거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소동위원소 변화로 암석 화학사 해독

논문 제1저자인 일리야 빈드먼(Ilya Bindeman) 미국 오레곤대 지질학 교수는, 연구팀이 산소동위원소인 16-O와 17-O, 18-O의 비율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는 것을 보고 암석의 화학사를 해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새로 솟아오른 지각이 언제 화학적 및 물리적 풍화 과정에 노출되었는지를 정립할 수 있었고, 더 넓게는 습기가 거대한 대륙들을 넘어 수송되는 동안 현대의 수문학에서 말하는 수분 증류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확정할 수 있었다.

왼쪽은 지구 최초의 대륙인 케놀랜드가 형성될 동안의 육지 융기와 대양의 모습, 오른쪽은 그뒤 ‘산소 대량 급증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 이후의 상상도. 미국 오레곤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해저에서 상당량의 육지가 솟아올랐던 때의 추정시기를 좁히는 성과를 거뒀다.  CREDIT: Graphic by Ilya Bindeman

왼쪽은 지구 최초의 대륙인 케놀랜드가 형성될 동안의 육지 융기와 대양의 모습, 오른쪽은 그뒤 ‘산소 대량 급증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 이후의 상상도. 미국 오레곤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해저에서 상당량의 육지가 솟아올랐던 때의 추정시기를 좁히는 성과를 거뒀다. CREDIT: Graphic by Ilya Bindeman

이 증거는 세 개의 산소동위원소, 특히 드물지만 안정된 17-O의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 산소동위원소는 모든 대륙에서 노출돼 있는 노두나 혹은 구멍을 뚫어 확보한, 37억년의 지구 역사를 지닌 278개의 혈암 표본에서 추출한 것이다. 이 분석은 빈드먼 교수의 안정 동위원소 실험실에서 수행됐다.

빈드먼 교수는 자신의 이전 연구와 다른 연구들을 토대로, 24억년 전 지구의 땅덩어리는 지금의 약 3분의2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맨틀 동역학에 대규모 변화가 생기면서 갑자기 새로운 육지가 솟아오르게 되었다.

24억년 전 지각과 대기, 생명체에 변화 발생

그 당시의 혈암 표본에 기록된 동위원소 변화는 또한 지구 최초의 거대한 초대륙인 케놀랜드(Kenorland)와 높은 산맥 및 고원을 형성한 육지 충돌이 일어났을 것으로 가정돼 온 시기와 일치했다.

빈드먼 교수는 “물에서 솟아오르려면 지각이 두꺼워야 한다”며, “지각 두께는 지각의 양과 맨틀의 온도 및 점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즉 지구가 뜨겁고 맨틀이 부드러웠을 때는 커다란 산맥이 지탱될 수 없었다는 것.

그는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 상태가 24억년 전 기하급수적으로 변해 차가워진 맨틀이 해수면 위의 넓은 땅을 받쳐줄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구 대기권에서의 산소 축적 변화도. 적색과 녹색 선은 추정치의 범위를 나타내며 시간은 십억 년(Ga) 단위임. 1단계(3.85-2.45 Ga) : 대기 중에 O2가 없음. 바다는 일부 얕은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산소 상태. 2단계(2.45-1.85 Ga) : O2가 생성되고 0.02와 0.04 기압의 값으로 상승하였으나 바다와 해저 암석에 흡수됨. 3단계 (1.85-0.85 Ga) : O2가 바다에서 공기 중으로 나오기 시작하지만 육지 표면에 흡수됨. 산소 수준의 큰 변화는 없음. 4단계와 5단계 (0.85~현재) : O2가 채워져 가라앉으며 가스가 축적됨. CREDIT: Wikimedia Commons / Heinrich D. Holland

지구 대기권에서의 산소 축적 변화도. 적색과 녹색 선은 추정치의 범위를 나타내며 시간은 십억 년(Ga) 단위임. 1단계(3.85-2.45 Ga) : 대기 중에 O2가 없음. 바다는 일부 얕은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산소 상태. 2단계(2.45-1.85 Ga) : O2가 생성되고 0.02와 0.04 기압의 값으로 상승하였으나 바다와 해저 암석에 흡수됨. 3단계 (1.85-0.85 Ga) : O2가 바다에서 공기 중으로 나오기 시작하지만 육지 표면에 흡수됨. 산소 수준의 큰 변화는 없음. 4단계와 5단계 (0.85~현재) : O2가 채워져 가라앉으며 가스가 축적됨. CREDIT: Wikimedia Commons / Heinrich D. Holland

빈드먼 교수는 새로운 땅이 바다에서 솟아올랐을 때의 온도는 오늘날보다 수십 도 이상 뜨거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 무렵에 산소의 3중 동위원소에 단계적 변화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것은 11억년 전과 35억년 전 사이에 점진적 혹은 단계적으로 육지가 출현했다는 이전의 주장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빈드먼 교수는 24억년 전 새로 솟아오른 땅이 화학적 풍화작용을 거치며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또한 단순한 원핵생명체와 고세균 및 박테리아가 물에서 번성했던 시생대로부터, 말류와 식물 및 곰팡이 같은 진핵생물이 출현한 원생대로 옮겨가는 시기와 일치한다.

빈드먼 교수는 “이 연구에서 우리는 풍화작용이 35억년에 걸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로부터 육지의 융기는 지구의 태양 반사율을 변화시켰다”며, “우주에서 봤을 때 초기 지구는 흰구름이 떠다니는 짙은 푸른 색으로 초기 대륙들이 반사에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에는 많은 식물들이 자라면서 대륙들이 검은 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풍화된 혈암 모습(미국 켄터키 남동부 도로 절단 작업에서). CREDIT: Wikimedia Commons / Pollinator

풍화된 혈암 모습(미국 켄터키 남동부 도로 절단 작업에서). CREDIT: Wikimedia Commons / Pollinator

지구에 최초의 눈이 내린 날

빈드먼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육지가 풍화에 노출되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22억~24억년 전 일련의 빙하기를 발생시켰던 지구의 복사 균형에 혼란이 일어났다. 그는 이것이 ‘산소 대량 급증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을 일으켜 대기의 변화로 공기 중에 자유 산소량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생대의 암석들은 회색인데 비해 이 사건 뒤 암석들이 산화돼 붉은 빛을 띠게 되었다.

육지가 많지 않았을 때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광자는 물과 상호작용해 물을 가열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솟아오른 육지의 밝은 표면은 햇빛을 대기 중으로 반사시켜 복사-온실 균형에 추가적인 힘을 더하게 되었고 이는 기후변화로 이어졌다.

빈드먼 교수는 “일단 큰 대륙이 솟아오르면 햇빛은 다시 대기로 반사되고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빙결이 가속화된다”며, “당시 지구에 처음으로 눈이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암은 지표의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빈드먼 교수는 “혈암은 공기와 빛 그리고 강수 노출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며, “생성 도중에 유기체 산물을 포획해 석유 생산에 도움을 주고 풍화에 대한 지속적인 기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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