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인류세, 자연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현재 우리는 지질시대 가운데 홀로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지구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홀로세를 대체할 새로운 지질시대를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계속되고 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폴 크리천은 2000년 홀로세를 이을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류세’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시했고, 이후 다양한 학계에서 이 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많은 과학자들은 세계대전과 핵무기,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지구시스템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인류세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는 12월 10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한국민속박물관에서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인류세와 관련된 해외의 석학들을 대거 초대해 강연과 토론회를 진행했으며, 인류세의 개념을 명확화하고 미래 대응을 위한 다양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인류세,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불완전한 개념

인류세는 이미 많은 학계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인류세의 시작을 언제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아직 논의 중이며, 언제를 골든스파이크(유의미한 시작점)로 볼 것인지도 공식적인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Anthropocene’을 ‘인류세’로 번역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일부 학자는 인류 전체보다 개개인의 측면에서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간세’라는 용어를 몇 년 전에 제안하기도 했다.

지구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인류 전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인류세’라는 단어보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자본세’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신물질주의적 관점에서 화석연료 사용과 이산화탄소 발생을 강조하는 ‘탄소세’라는 용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현섭/ScienceTimes

생물권 변화를 소개한 마크 윌리엄스 박사ⓒ정현섭/ScienceTimes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한 학자들과 참관객은 지구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용어이자 새로운 지질시대 명칭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류세’를 어떤 콘셉트로 봐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인류세의 연구 스케일(Scale)을 어떤 수준으로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인류세’의 개념을 새로운 지질시대를 명명하는 것 이상의 폭넓은 의미를 지니는 다차원적인 것으로 그려냈다.

인류세 전문가들은 ‘인류세’의 개념이 기존에 논의되던 기후변화나 환경오염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의 자연재해를 좀 더 다양한 학문 영역의 변수들과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접근 방법을 강조했다.

노트르담 드 대학교수이자 역사학자인 줄리아 애드니는 “인류세는 단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거나,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존에 알려진 기후변화나 환경오염과 프레이밍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구시스템, 동시다발적이고 갑작스러운 한계점 맞이할 것

인류세가 논의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지구는 어떤 변화를 맞고 있을까?

인류세는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통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다.

기조강연을 맡은 윌 스테판 호주국립대 석좌교수는 “지구를 오랜 시간 연구했지만 처음에는 통합적 시스템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40~50년 동안 인식이 크게 확장되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는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수렵, 농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가 발전하기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구수, 에너지 사용량, 경제력, 교통 등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속도의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문명 발달로 인한 지구시스템의 변화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오존 등이 크게 증가했으며, 지층에도 기후변화의 흔적이 남게 되었다.

ⓒ정현섭/ScienceTimes

리앙쳉 탄 중국과학원 지질학자는 우라늄 동위원소비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정현섭/ScienceTimes

최근 몇 십 년 동안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평균 온도가 상승한 것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이러한 지구시스템의 변화가 서서히 발생했지만 최근 70년 동안은 기하급수적인 변화 양상이 나타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생물권도 전례 없는 속도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했으며, 여전히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동식물도 수 백 종에 달한다.

이러한 지구시스템의 변화를 만드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며, 인간이 지구의 지질시대를 새로 변화시켰다는 의미로 ‘인류세’의 개념이 등장했다.

윌 스테판 교수는 “지구시스템의 변화 양상이 급격하다는 것은 운석 충돌과 같이 멸종을 유발한 거대한 사건에 직면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인간이 만든 체계가 무너지는 무서운 미래가 현실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윌 스테판 교수는 “이러한 지구시스템과 관련한 다양한 변수들의 그래프가 특정 임계점을 넘을 때 위험성은 걷잡을 수없이 커지는데, 이러한 변수들의 임계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도래하는 ‘임계폭포’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학제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학제적이고 통합적인 논의로 인류세 맞서야

인류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이 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계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적인 변화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류세 패널 토론ⓒ정현섭/ScienceTimes

인류세 강연자 및 패널 토론ⓒ정현섭/ScienceTimes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인류세의 가속화를 늦추기 위한 새로운 입법안이나 제도적인 개선, 인류세 해결을 위한 투자 등이 요구된다.

경제적으로는 돈을 맹목적으로 쫓기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하고 친환경적인 것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인류세 심포지엄에서 다룬 많은 담론들이 단순한 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실천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아나 더들리 브리스톨대 환경역사학 교수는 간학제적인 노력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대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류세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은 인간이 변화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온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미래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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