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별 충돌로 만들어진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성자별 충돌이 우주의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이른바 'R-과정'을 촉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남방천문대(ESO)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다라크 왓슨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성자별 충돌에 따른 대규모 폭발인 '킬로노바(kilonova)'의 빛을 분석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인 '스트론튬(strontium·Sr)'이 새로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8월 지구에서 약 1억3000만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포착된 중성자별 충돌에 따른 중력파 현상(GW 170817) 뒤 이어진 킬로노바(AT2017gfo)를 ESO 초거대망원경(VLT)의 X-슈터 분광기로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GW 170817는 천문학 사상 처음으로 포착된 중력파여서 ESO를 비롯한 주요 천문대 망원경들이 이후 상황을 집중적으로 관측했다.
중력파 현상 포착 직후 이뤄진 분광 분석에서는 이른바 'R-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뒤범벅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소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R-과정은 원자 핵이 주변의 중성자를 빠르게 포획하며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연쇄적인 화학반응으로, 금, 은 등 우주에 존재하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절반가량이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론화돼 있었지만 실증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2017년 관측 자료를 재분석해 중성자별 충돌 이후 킬로노바 불덩이에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 중 하나로 스트론튬의 분광 흔적을 찾아내고 이 원소가 중성자별의 충돌로 새로 생성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스트론튬은 약 60종의 철보다 무거운 원소 중 가장 가벼운 것으로, 지구에서는 주로 토양 등에서 발견되며 불꽃놀이 폭죽에 선명한 붉은색을 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왓슨 부교수 연구팀이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뒤범벅된 것에서 스트론튬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스트론튬이 R-과정을 거친 다른 무거운 원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단순한 원자구조를 가졌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원소는 복잡한 원자구조를 가져 수백만가지의 분광적 특성을 보임으로써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규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막스 플랑크 천문학연구소(MPIA)의 카밀라 줄 한센 박사는 "중성자 포획을 통해 새로 만들어지는 물질을 중성자별 충돌과 직접 연결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는 중성자별이 중성자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R-과정을 중성자별 충돌과 결부짓는 것"이라고 했다.
왓슨 부교수는 "우리는 (스트론튬을 넘어) 란탄족 원소나 이리듐, 금 등과 같은 백금족원소, 우라늄과 같은 훨씬 더 무거운 원소가 새로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19-10-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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