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오염이 항생제 내성 부른다?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일수록 항생제 내성균 많아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협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50년까지 매년 약 1000만 명의 사람들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항생제의 남용만이 항생제 내성의 증가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조지아대학의 연구진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이켄 근처의 사바나강 유역에서 항생제 내성이 중금속 오염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조지아대학의 연구진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이켄 근처의 사바나강 유역에서 항생제 내성이 중금속 오염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hoto by David Scott(University of Georgia)

연구진은 환경오염이 항생제 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네 지역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를 찾기 위해 토양의 유전적 구성도 평가했다.

그 과정에서 연구진은 샘플 내 중금속의 효과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중금속은 항생제와 달리 자연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금속 오염의 영향은 무한정 지속될 수도 있다.

연구 결과 중금속에 가장 많이 오염된 토양 샘플이 항생제 내성균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금속이 함유된 토양에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동반하는 특정 숙주 박테리아의 수치가 더 높았던 것이다.

박테리아들이 새로운 생존 전략 개발 중

그 숙주 박테리아의 정체는 브라디라이조비움(Bradyrhizobium), 스트렙토미세스(Streptomyces), 엑시도박테리아아과(Acidobacteriaoceae) 등이며, 이들 박테리아는 반코마이신, 바시트라신, 폴리믹신 등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지닌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 세 가지 항생제는 인간의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가장 흔한 항생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토마스 박사에 의하면, 이 박테리아들은 항생제뿐만 아니라 중금속에도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다제 내성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토마스 박사는 조지아대학의 박사 학위 연구를 수행하던 중 이 같은 연구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양에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가 존재하면 그 박테리아들은 비소, 구리, 카드뮴, 아연 등을 포함한 몇몇 금속에 대해서도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생물 생명공학(Microbial Biotechn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토마스 박사는 “항생제 남용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속화하는 미생물의 선택 압력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항생제가 선택 압력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많은 박테리아들이 세포에 독성이 있을 수 있는 여러 화합물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금속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미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생존 전략을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는 “페트리 접시나 측정기에서 약물에 시료를 노출시키면 부분적인 현상만을 관찰할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상황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강물, 항생제에 오염돼

공동 저자인 조지아대학의 트래비스 글렌 교수는 금속 내성 유전자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박테리아에 반응하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박테리아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는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식수와 음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무심코 화장실 변기나 싱크대 등을 통해 버리는 항생제도 강이나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항생제 내성균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우리가 무심코 화장실 변기나 싱크대 등을 통해 버리는 항생제도 강이나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항생제 내성균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은 지난 6월에 한강 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에서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하대, 명지대, 중앙대 등의 공동연구팀이 한강의 6개 지점에서 표층수를 채취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반코마이신, 폴리믹신, 베타락탐 등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들이 발견된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강물도 항생제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 영국 요크대학의 연구팀이 72개국 711개 지점의 강물을 검사한 결과, 111개 지점에서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농도의 항생제가 검출됐다. 일부 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균이 계속 생겨나는 주요 원인이 이 같은 강물 오염 때문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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