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죽음을 초월한 사랑의 별자리 ‘거문고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8월 1주차 별자리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워야 할 밤하늘이 비구름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가끔씩 구름 사이로 보이는 밝은 별들만이 장맛비에 지친 마음을 달려준다. 국제유성협희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주 부터 시작된 ‘별똥별의 계절’을 맞아 시간당 최대 10개 이상의 별똥별이 매일 밤 관측되고 있다고 한다.

금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시기

해와 달을 제외하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금성이다. 요즘 금성은 해 뜨기 약 3시간 전인 2시 반경에 동쪽 하늘에 떠오른다. 일 년 중 금성이 가장 밝고, 오래 볼 수 있는 시기가 요즘이다.

금성의 밝기는 -4.5등급 정도이다. 별의 밝기는 한 등급 내려갈 때마다 2.5배씩 밝아진다. 따라서 요즘 금성의 밝기는 1등성보다도 100배 이상 밝다.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내행성이다. 내행성들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저녁이나 새벽에만 볼 수 있다. 금성을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날은 태양에서 동쪽이나 서쪽으로 가장 멀어지는 날이다. 태양을 기준으로 오른쪽, 즉 서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를 서방최대이각이라고 부르는데 오는 8월 13일이 바로 그날이다.

행성의 위치. ⓒ 천문우주기획

올봄 저녁 하늘에서 볼 수 있었던 금성은 지난 6월 4일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 6월 하순부터 새벽하늘에서 보이고 있다.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날 때를 내합이라고 하는데 이때가 지구와 금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때이다. 물론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기 때문에 이때는 금성을 볼 수 없다. 금성이 내합을 지나면 거리가 멀어지지만 모양은 조금씩 더 원에 가까워진다.

금성이 가장 밝게 보일 때는 지구에서 볼 때 면적이 가장 클 때이다. 내합과 최대이각 사이에서는 거리가 멀어지는 효과보다는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금성의 밝기가 최대에 이른다. 하지만 최대이각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거리가 멀어지는 효과가 더 커지기 때문에 밝기는 조금씩 줄어든다. 7월 중순 무렵이 금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시기였지만 지금과 큰 차이는 없다.

위치에 따른 금성의 밝기와 모양. ⓒ 천문우주기획

금성은 우리말로 샛별이라고 부른다. 새벽하늘에서 태양보다 먼저 동쪽 하늘에 뜨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저녁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특별히 개밥바라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바라기’는 그릇을 뜻하는 옛말이기 때문에 개밥바라기는 개의 밥그릇이라는 뜻이다. 논이나 밭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농부들이 해가 진 저녁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금성을 보면서 하루 종일 집을 지키고 있을 개를 떠올리고 발길을 재촉했다는 이야기에서 개밥바라기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민담이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가진 금강산을 봄철의 이름인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금성도 보이는 시간에 무관하게 샛별이라고 불러도 된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의 별자리 거문고자리

요즘 자정 무렵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칠월칠석의 주인공인 직녀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직녀를 전설 속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별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직녀는 서울의 명동 한복판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장 밝은 별이다. 그리고 직녀가 있는 별자리가 바로 거문고자리이다. 우리말로는 거문고로 번역되었지만 실제 이름은 Lyra라고 하는 작은 하프의 별자리이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거문고자리에 얽힌 신화 속 이야기도 무척 슬프고 아름답다.

천정 부근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직녀와 거문고자리. ⓒ 천문우주기획

직녀가 있는 거문고자리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죽음을 택했던 오르페우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긴 별자리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였던 오르페우스는 물의 요정이었던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에우리디케가 악당에게 쫓겨 도망치다 뱀에 물려 죽게 되었다. 하지만 죽음마저도 오르페우스에게서 아내를 빼앗아 갈 수는 없었다. 오르페우스는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저승 세계로 아내를 찾아 나섰고, 결국 저승 세계의 왕인 하데스의 마음까지도 감동시켰다.

하데스는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뒤에 따라오는 아내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오르페우스에게 아내를 돌려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지상의 빛이 보이는 길목에 다다랐을 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고, 결국 아내는 안개로 변하여 다시 저승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 다시는 아내를 만날 수 없게 된 오르페우스는 슬픔에 빠져 산속을 헤매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그는 죽으면서도 아내의 이름을 외쳤고, 그의 아름다운 사랑에 감동한 제우스 신은 그가 타던 하프(Lyra)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거문고자리이다. 그의 하프는 하늘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한다.

거문고자리는 여름철에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 중 하나이다. 바로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직녀가 바로 이 별자리의 으뜸별이기 때문이다. 직녀를 기준으로 두 개의 작은 별이 삼각형 모양으로 놓여 있고, 그 아래로 평행사변형으로 별이 보인다. 평행사변형이 하프의 줄에 해당하고, 어깨에 닿은 부분에 직녀가 있지만 실제로 하프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직녀의 남쪽으로는 견우별이 있는 독수리자리가 있고, 그보다 동쪽으로는 제우스 신이 변신한 백조자리가 있다. 견우, 직녀 사이에 제우스신이 끼어들어 마치 삼각관계를 만드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견우, 직녀, 그리고 제우스가 만드는 여름철의 대삼각형. ⓒ 천문우주기획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

8월 7일은 24절기 중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이다. 24절기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황도를 24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이 아니라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으로 날짜를 센다. 즉, 360도를 24등분 했기 때문에 한 절기와 절기의 간격은 각도로 15도, 날짜로도 대략 15일이다. 입추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3월 21일경)으로부터 9번째 오는 절기로 태양이 황도를 따라 춘분점에서부터 135도(15도 x 9)를 움직인 날이다.

절기로는 2월 초순이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고, 그때부터 3달 후인 5월 초순이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 그리고 다시 3달 후인 8월 초순이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이다. 입추는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하지로부터 한 달 반 정도가 지났기 때문에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고 아침에는 찬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땅의 열기가 식어서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때는 9월이지만, 태양의 고도만으로 보면 입추가 가을의 시작인 셈이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여서 이 무렵에 비가 많이 오면 농민들의 시름이 무척 크다고 한다. 다만 입추 뒤에도 늦더위가 오기 때문에 복날 중 말복은 입추 뒤에 오게 된다.

태양이 춘분점에서 동쪽으로 135도 떨어진 지점에 오는 날이 입추이다. ⓒ 천문우주기획

 

(458)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