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하듯 생명체를 설계하는 ‘합성생물학’

맥주효모 합성으로 신기원 이뤄…의약품 등 파생분야 다양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7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생명의료공학과의 ‘조엘 베이더(Joel Bad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맥주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의 유전체를 이루는 염색체 중에서 6개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1년 첫 염색체를 합성한 데 이어 추가로 5개의 염색체를 인공 합성한 연구결과는 당시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합성 효모 2.0(Synthetic Yeast 2.0)’이라는 명칭으로 본격 추진된 이 연구는 4개 대륙 15개 연구소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효모를 합성하는 프로젝트는 4개 대륙 15개 연구소들이 참여하고 있다 ⓒ researchgate.net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합성한 맥주효모의 염색체는 실제 맥주효모의 8% 수준으로서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유전자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향후 3~4년 사이에 나머지 염색체도 합성해서 이를 하나의 효모 세포에 결합하여 단세포 생물을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합성 맥주효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연구진은 2021년을 합성 맥주효모가 실제 맥주효모로 변신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합성생물학 기술을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획기적 청사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생물학적 부품을 이용하여 조립하듯 생명체 설계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란 현재까지 알려진 생명정보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기존 생명체를 모방하여 변형하거나, 기존에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생물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설계하여 구축하는 학문을 말한다.

타이어나 엔진처럼 전혀 다른 기능의 부품을 조립하여 자동차를 제조하듯, 합성생물학은 공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생물학적 부품을 이용한 새로운 생물 구성요소 및 생물 시스템 자체를 합성하는 것이다.

합성생물학을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과 유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은 모듈화 및 표준화와 같은 공학적 접근을 통해 생물 시스템을 설계하는 반면에 유전공학은 DNA나 세포 등을 수정하고 변경하는 기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생물학적 부품을 이용하여 조립하듯 생명체를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 Macquarie Univ.

예를 들어 도토리를 심어 나무로 자라게 한 다음 이를 목조 건축물을 만드는 소재로 삼는다고 가정해 보자. 유전공학은 도토리 유전자를 조작하여 참나무가 최고의 목조 건축물 소재로 인정받는 떡갈나무 재질을 갖도록 만든다. 나무가 다 자라면 베어내어 건축물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합성생물학의 경우는 도토리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다시 프로그래밍하여 나무를 목조 건축물 형태로 자라게 만드는 것이다. 벌목하고 톱질하여 건축을 하는 기존 건축 방식의 수고로움을 아예 줄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전공학은 기존의 생명체 일부를 변형시키는 기술인 반면에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구성요소를 완전히 새로운 목적을 위해 재편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

합성생물학은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해야 할 주요 기술 트렌드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이 기존 생물체의 구조나 기능을 바꾸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앞서 소개한 합성 효모의 염색체 합성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의 설계 및 합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합성생물학은 암 치료제 같은 신약개발이나 바이오 연료의 대량생산 등을 위해 전 세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정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대장균이나 항암 물질이 함유된 맥주 발효 효모 등은 그 좋은 사례다.

또한 합성생물학은 바이오의약뿐 만 아니라 환경 및 에너지 분야 생명공학 기술인 화이트바이오(white-Bio)나 농업 분야 생명공학 기술인 그린바이오(Green-Bio)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적인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DNA 염기서열 분석과 유전자 합성기술 외에도 생체시스템을 디지털 형태로 모델링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기술들을 사용하여 세포 내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 세포에 삽입하여 인공 생명체로 개조하는 것이다.

의약품 및 환경 등 합성생물학은 다양한 파생 분야로 인해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genome.gov

물론 합성생물학에 대해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과학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정성 면에서 불안한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낸 합성 생물이 기존의 자연적 생명체를 도태시키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이 자연 생태계에서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복제하는 기술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도, 지금의 합성생물학이 안고 있는 문제와 비슷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유전자 조작이나 복제 기술이 상업적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우려했던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합성생물학에 대해서도 그리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안요소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악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생물체를 합성하여 방출한다면, 이는 생물테러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므로 합성생물학 연구에는 반드시 생명윤리에 대한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548)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