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드러낸 ‘갈색 지방’의 마법

특정 질환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 밝혀져

갈색 지방은 모든 사람들이 갖기를 원하는 마법의 지방이다. 사용하고 남은 열량을 중성 지방 형태로 저장하는 백색 지방과는 달리 갈색 지방은 스스로 열을 내어 몸에 쌓인 지방을 태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마법의 지방이 새로운 비만 치료법의 열쇠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갈색 지방이 정말로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갈색 지방은 우리 몸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5만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 갈색 지방의 실제 효능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

PET 영상에서 왼쪽 사람은 목과 척추 주변에 풍부한 갈색 지방을 지니고 있는 반면 오른쪽 사람은 감지할 수 있는 갈색 지방이 거의 없다. ⓒCourtesy of MSKCC radiologists Andreas G. Wibmer and Heiko Schöder.

미국 록펠러대학병원의 폴 코헨(Paul Cohen) 박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갈색 지방을 가진 사람들은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제2형 당뇨병과 관상동맥질환, 신진대사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끈 폴 코헨 박사는 “특정 질환의 위험 감소와 갈색 지방의 연관성이 처음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발견은 질환 치료를 위해 갈색 지방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5만 2000명의 PET 영상 분석한 대규모 연구

갈색 지방은 신생아 때 존재하다가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고 알려져 왔으나, 2009년부터 성인의 목과 어깨 주변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추운 환경에서 칼로리를 태우는 이 지방 세포를 연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갈색 지방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이 지방은 특별한 형태의 의학 영상인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PET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방사능을 사용하므로 대규모 연구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예전에 폴 코헨의 연구소에서 임상학자로 활동했던 토비아스 베셔(Tobias Becher)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의 연구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암센터에는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PET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다는 사실을 상기한 것.

베셔는 방사선학자들이 이러한 검사에서 갈색 지방을 발견했을 때 종양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것을 정기적으로 기록한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즉, 연구진은 그 같은 자료가 대규모로 갈색 지방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5만 2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찍은 13만여 개의 PET 영상을 검토한 결과, 그중 약 10%의 사람들이 감지할 만한 수준의 갈색 지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갈색 지방 있으면 비만의 부정적 영향 감소해

그런데 코헨 박사는 이 수치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PET 검사를 받기 전에 환자들은 의사들로부터 갈색 지방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여겨지는 추위 노출 및 운동, 카페인 등을 금하도록 지시받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갈색 지방을 지닌 사람들의 경우 몇 가지 흔한 만성질환이 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갈색 지방이 없는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9.5%로 나타났으나, 갈색 지방을 지닌 사람들은 그 수치가 4.6%에 불과했다. 또한 갈색 지방이 없는 사람 중 22.2%는 콜레스테롤이 비정상적인 데 비해 갈색 지방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18.9%에서만 비정상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록펠러대학병원의 수석 내과의사이자 조교수인 폴 코헨 박사. ⓒCohen Lab(rockefeller.edu)

연구진은 갈색 지방을 지닌 사람들이 고혈압, 울혈성 심부전,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이 세 가지 질환은 이전 연구에서 갈색 지방과의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은 갈색 지방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비만인 사람들은 보통 심장 및 신진대사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나 비만이면서도 갈색 지방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질환의 발생 위험이 비만이 아닌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에 대해 코헨 박사는 “비만이면서도 갈색 지방을 지닌 사람들은 백색 지방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마치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갈색 지방을 더 많이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 및 갈색 지방의 생물학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갈색 지방의 활동을 촉진하는 약리학적 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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