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혁신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한 때”

[우주라이크 사이언스] (5) 우리나라 우주 개발 산업의 현주소

11월 16일 오전 9시 27분(우리나라 시각)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데 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는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은 스페이스 X사의 ‘팰컨 9’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코로나19 등 전 세계가 직면한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회복력을 뜻하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우주선은 NASA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다. 리질리언스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무사히 도착하고 내년 봄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되면 본격적인 민간 우주 수송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산업도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의 발사 장면. Ⓒ NASA/Joel Kowsky

아이언맨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는 지난 2008년 9월 최초로 로켓을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로켓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미 전 세계 로켓 발사 시장의 절반 정도를 스페이스X가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달 궤도선을 발사하게 될 로켓도 ‘팰컨 9’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나라는 내년 초까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정이 지연되어 아직 정확한 발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여름 한미 미사일 협정의 개정으로 우주발사체의 고체 연료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면서 앞으로 우주 발사체 사업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고체 연료 제한 해제의 의미

지난 7월 말, 정부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다고 발표하였다. 많은 언론들은 고체 연료 사용 제한이 풀리면서 앞으로 우주 발사체의 개발 및 생산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로켓은 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물질을 배출해서 얻어지는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힘을 추력이라고 하는데 시간당 배출되는 물질의 양과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로켓을 높은 고도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더 큰 추력이 필요하다. 즉,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질을 빠른 속도로 내보낼 때 추력이 커진다.

로켓의 추력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연료로는 고체연료와 액체연료가 있다. 고체연료는 액체 연료에 비해 보관과 취급이 쉽고 제작비용이 저렴한 대신 추력이 약하고, 일단 연소가 시작되면 중간에 멈추거나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2조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3단 로켓이다. 2021년 완성 예정인 누리호는 약 1.5톤의 물건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추력으로 개발되고 있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75톤짜리 엔진 4개를 합쳐서 300톤의 추력을 내는 1단 로켓을 만들고, 2단 로켓으로는 75톤짜리 엔진 한 개, 3단은 7톤 추력의 액체 로켓이 이용된다.

한국형 발사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전에 고체연료를 이용한 우주발사체 개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거리 및 중량 제한으로 인해 높은 추력의 발사체 개발이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대에 고체엔진을 이용한 1단형 과학로켓 KSR-1(추력 8.7톤)과 2단형 중형 과학로켓 KSR-2(1단 23톤, 2단 10톤으로 총 33톤)를 제작하여 발사하였다. KSR-2는 150kg의 탑재체를 지상 150km까지 이동시켜 우리나라 상공의 이온층과 오존층을 측정하였다. 2013년 1월에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1호인 나로호의 2단 로켓에도 7톤급 고체엔진이 사용되었다.

고체 연료는 추력이 약하기 때문에 적은 중량을 저궤도에 올리는 데 주로 사용될 수 있다. 즉 군사용 위성이나 큐브 위성의 발사에 적합할 수 있다. 이미 개발한 KSR-2의 연료량을 늘리는 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도 우주 발사체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들이 있다. 적은 자금력으로 인해 주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소형 엔진을 개발하여 저궤도에 수 백 kg까지의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고체 연료 사용 해체로 인해 민간 기업들의 우주 진출이 조금 더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

지난여름 우리나라의 달 궤도선(KPLO)의 발사 시점이 2022년 8월로 확정되었다. 우리나라의 달 궤도선에는 미국 NASA의 탐사 장비도 함께 탑재될 예정이다. 달 궤도선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8, 2.1, 2.3m로 우리나라에서 직접 제작한 과학 장비 외에 NASA가 제작한 영구 음영지역 촬영용 섀도캠(ShadowCam)도 포함된다. 2024년에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미국은 2022년 12월 이전에 우리나라의 달 궤도선을 달에 보내 달에 얼음이 있다고 여겨지는 영구 음영지역을 함께 탐사할 예정이다.

달 궤도선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궤도선의 최초 발사 예정 시기는 2020년 말이었으나 궤도선의 무게가 당초 계획했던 550kg에서 678kg으로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발사 시기도 연기되었다. 우리나라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체로 사용하려 했던 계획도 미국 스페이스 X사의 펠컨 9 로켓으로 바뀌었다. 물론 누리호의 개발이 늦어진 데도 원인이 있지만 궤도선의 무게가 늘어난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달 궤도선은 일단 로켓에 실려 발사된 이후 여러 차례 궤도 변경을 위한 연료 분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궤도선의 무게가 늘어나면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고, 결국 연료 부족으로 탐사 일정이 단축될 수도 있게 된다.

당초 기획했던 달 궤도선의 예상 궤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당초 정부가 기획했던 달 궤도선의 궤적은 지구를 여러 차례 돌면서 점차 궤도를 늘려 달의 전이 궤도로 이동하여 약 한 달 후에 달 궤도에 안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연료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1년 정도로 예정된 탐사 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달 궤도선의 궤적은 ‘발리스틱 루나 트랜스퍼(Ballistic Lunar Transfer, BLT)이다. 이 경우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쏘아 올린 궤도선은 태양 중력으로 가속되어 지구에서 약 150만 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된다. 그 지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곳으로 라그랑주 포인트 1(L1)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서 방향을 튼 궤도선은 다시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되돌아오다가 달과 만나 달 궤도에 안착하게 되는 것이다. 연료 소모를 늘이지 않고도 태양과 지구의 중력으로 궤도선을 달 궤도에 보내는 이 방식은 독일의 수학자인 에드워드 벨브루노가 1990년대에 최초로 제안한 궤적이다.

달 궤도선의 최종 확정 궤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NASA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달 탐사선의 궤적을 확정한 정부는 올해 말부터 달 탐사선의 조립에 들어가 내년 말 최종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일단 달 궤도선을 성공적으로 발사 한 이후 2030년 경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직 멀고도 먼 우주 선진국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3조 3000억 원으로 세계 우주 산업의 약 1.1% 수준이다.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일본과 같은 우주 선진국들에서는 많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이 대부분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위성 제작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올여름 군 전용 위성인 아나시스 2호까지 22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하였다. 그중에는 해외에서 제작된 위성들도 있지만 최초의 해양 관측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2B호 등 우리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위성들의 수준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천리안 2B호 Ⓒ항공우주연구원

다만 위성 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위성에서 얻어진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위성 정보를 필요로 하는 정부 부처나 민간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 등 여러 기관을 거쳐서 정보가 이동하는 동안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우주 선진국들은 국가의 지원 아래 민간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우주 산업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의 혁신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산업이다. 국가 주도의 R&D 사업으로 얻어진 기술을 민간에 적절히 이양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기술 사용료가 부담이 되지 않도록 도전적인 스타트업에는 기술 사용료를 면제해 주는 등의 과감한 정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국가의 우주 개발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정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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