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때 실시된 대학생 과학 봉사 '과활마당'에서 최우수상(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차지한 '여수신기'팀. 부상으로 일본 해외연수에 나선 여수신기 팀이 동경 국립과학박물관을 탐방기를 보내왔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대학생의 눈으로 본 선진 과학박물관의 모습을 게재한다. 우리 나라의 과학박물관과 비교해보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도쿄에서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며 번화한 지역인 시부야는 화려한 네온사인들과 수많은 광고판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 많은 네온사인들이 빛을 발하기 전, 시부야 거리에서 가장 번쩍이는 곳인 전력관을 향해 크게 한 번 숨을 들이키며 일본 연수의 첫 발을 떼었다.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외관부터가 전기를 금방이라도 뿜어낼 것만 같았다. 이러한 독특한 외관은 건축가 기지마 야스후미의 기본 구상 아래 설계된 것으로, 거대한 외벽은 삼각형의 유리창을 각각 연결시켜 만들었고 꼭대기는 티타늄으로 만든 둥근 돔으로 꾸며놓았다.
문득 건축가는 분명 과학에 식견이 꽤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빛의 반사의 아름다움을 건물 디자인에 적당히 접목시킨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력관 자체는 전체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해 보였다.
전력관은 에너지와 전력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생활 전반에 걸친 전기의 역할과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동경전력이 1984년 세운 것이라고 한다. 도쿄의 전기 공급 및 전력체계, 발전기에서부터 최신 전자기기까지 전기에 관한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단순히 전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놀이기구와 체험 시뮬레이션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전기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전시물에 녹아든 기초 전기이론
우리는 천천히 가장 위층인 7층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먼저 송전· 배전에 사용되는 실물 기기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또 평상시에는 보지 못하는 발전소의 내부 모습이 생생하게 옮겨져 있어서 화력, 수력, 원자력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신생 에너지까지 발전 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가능했다.
6층에서는 그 중 원자력 발전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실제로 방사선의 양을 측정해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었고, 무엇보다 6층과 7층에 걸쳐 원자로를 1/3로 축소해 놓은 모형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둘러보는 동안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기초적인 전기 이론을 어쩌면 이렇게 전시물에 잘 녹여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5층으로 발길을 옮긴 우리는 동심의 세계로 다시금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매직컬 스퀘어(Magical Square)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기한 것들로 가득했다. 인공지능 강아지, 지문인식 장난감 박스, 번개 생성의 원리를 시뮬레이션으로 꾸며 놓은 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놀이 기구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전기를 마음껏 즐겨볼 수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큰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교육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어느덧 4층에 이르렀을 때, 눈이 더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흔히 말하는 여자들의 주방 욕심을 부추긴다고나 할까. 최첨단 가전제품들과 주방기구들은 한 번쯤 인테리어 잡지에서나 보았던 고급스러운 주방을 상기시켰다.
전기가 일상과 밀접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전시되어 있는 주방 기구들 중 일부에 사용 흔적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볼 수 없었지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요리 교실이 진행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3층은 계속된 관람에 지친 관람객들을 위한 잠깐의 휴식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허브차를 마시면서 책도 한 권 읽고 여유롭게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층과는 달리 유료로 운영되고 있어서 간단히 둘러본 후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민간 기업 운영, 무료 개방
전력관을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의 역할과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할 만했다.
관람 후 전력관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정갈한 한정식을 배불리 먹고 나온 것 같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알찬 구성의 한정식 같아서 전력관에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 듯했다. 달리 표현하자면 특별하지만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았고, 평범할 것 같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곳이기도 했다.
우리 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에너지인 전기, 하루에도 몇 번씩 콘센트에 코드를 꽂으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전력관을 즐겁게 관람하면서 잊고 있었던 전기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 황애솔 과학봉사단 학생 기자(성균관대 4)
- 저작권자 2009-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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