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애에 영향 미치는 ‘환경호르몬’

3세대 거쳐 전달…대물림 질환 위험성 시사

환경호르몬(Environmental Hormone)은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 아니라, 산업 활동을 통해 생성·분비되는 화합 물질을 말한다. 생물체에 흡수되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유해한 물질로 알려져있다.

1997년 5월 일본의 학자들이 NHK 방송에 출연하면서 “환경 중에 배출된 화학 물질이 생물체 내에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이야기 했던 것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그 이후 환경호르몬은 생태계와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물질로 알려지게 되었다.

환경호르몬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각별하게 신경쓰기도 한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의 영향이 성인이 돼서까지 미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호르몬이 단순히 한 사람의 생애에 걸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임산부의 체내에 쌓인 환경호르몬은 뱃속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이것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품을 비롯, 컵라면 용기와 장난감 등 많은 제품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호르몬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호르몬이 평생에 걸쳐, 더 나아가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ScienceTimes

환경호르몬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품을 비롯, 컵라면 용기와 장난감 등 많은 제품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호르몬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호르몬이 평생에 걸쳐, 더 나아가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ScienceTimes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와 워싱턴 주립 대학교(Washington State University)의 공동연구팀은 학술지 ‘내분비학'(Journal Endocrinology)를 통해 동물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증조부모가 빈클로졸린에 노출된 적이 있는 쥐들을 대상으로 3주간 매일 6시간씩 따뜻한 실린더 안에 가두는 실험을 진행했다.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발육상 민감한 시기의 쥐들을 대상으로 했다.

한달 뒤 연구팀은 이 쥐들의 △뇌 기능 △화학작용 △유전자 발현 △행동 등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증손자 쥐들보다 증손녀 쥐들에게서 극단적으로 높은 코티코스테론의 수치가 확인되었다. 이는 인간에게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호르몬이다.

더불어 증손녀 쥐들은 불안해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염려증과 연관이 있는 유전자의 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즉, 증조부모 쥐들이 살진균제인 빈클로졸린에 노출되었을 경우 증손녀 쥐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연구는 일생을 사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많다. 단순히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서 다양한 질환의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이것이 세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행동발달에 영향 미쳐

환경호르몬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환경적인 요인이 신경행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료가 미흡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에의해 환경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밝혀졌다.

학술지 ‘환경과 위생 관점'(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을 통해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홍윤철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프탈레이트라는 물질이 아이들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ADHD 및 비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환경호르몬이 어린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원문링크)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로, 특히 폴리염화비닐(PVC)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성분이다. 화장품, 장난감, 세재 등 각종 PVC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환경호르몬으로 추정되어 사용이 금지된 상태이다.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프탈레이트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일수록 ADHD 증상을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이전부터 호르몬 분비 이상이나 천식, 출산 문제를 유발하는 물질로 지적받아온 프탈레이트가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 비만으로 이어져

문제는 몸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이 평생의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을 통해 발표된 비버리 루빈(Beverly S. Rubin) 미국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스페놀 A가 평새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임신 때부터 생후 16일까지 비스페놀 A에 노출된 새끼 쥐들이 더 뚱뚱하게 성장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실험 과정에서 음식물 섭취나 운동 수준 등에서는 비스페놀 A에 노출되지 않은 쥐와 큰 차이가 없었다.

비스페놀 A는 이들 쥐들의 인슐린 민감성과 글루코스 균형, 체중 조절 호르몬인 렙틴 등에 교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결과로 비만이 된 것이다. 즉, 비스페놀 A가 비만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환경호르몬이 다른 환경적 요인 만큼이나 비만에 있어 영향을 미치며, 이 물질이 직접적으로 비만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DHD에 영향을 미치는 등 간접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970년대 합성 에스트로겐인 DES라는 유산 방지제를 복용한 임산부들의 2세에게서 불임과 음경 발달 부진 사례가 등장하면서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호르몬이 생물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다.

이미 환경호르몬은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문제와 함께 세계 3대 환경 문제로 회자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73종의 화학 물질을, 일본 후생성에서는 143종의 물질을 환경 호르몬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는 없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빈클로졸린: vinclozolin. 1975년 바스프(BASF AG)에서 로니란이란 상품명으로 개발된 농약. 선택성 살균제로 딸기와 오이의 잿빛곰팡이병 방제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비스페놀 A: bisphenol-A.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제품 제조에 널리 사용돼 온 화학물질로, 동물이나 사람의 체내로 유입될 경우 내분비계를 혼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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