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을 켜면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병원체 사멸 기능 추가한 스마트 조명 주목

20세기 초 덴마크의 의사인 ‘닐스 핀센(Niels Finsen)’ 박사는 결핵균에 의해 생기는 피부밑의 만성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광치료법에 몰두하고 있었다. 피부결핵증이라고 불리는 이 질병에 걸리게 되면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나타나 환자의 모습을 혐오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최악의 전염병으로 통했다.

문제는 당시의 의술이나 약품으로 피부결핵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핀센 박사도 당초에는 피부결핵증 치료를 위해 수술이나 약물을 적용해 보았지만 그 어떤 치료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핀센 박사가 개발한 자외선 광치료 기구 ⓒ wikimedia

이 같은 상황에서 핀센 박사는 19세기 초 독일의 물리학자였던 ‘요한 리터(Johann Ritter)’가 발견한 자외선(UV)에 주목했다. 그는 태양광에서 나오는 강한 UV를 상처에 쪼이면 염증의 원인인 병원균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 결과 핀센 박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UV를 1시간 정도 상처에 쪼이자 피부가 이전보다 더욱 붉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염증이 사라지면서 예전의 건강했던 피부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한 공로로 핀센 박사는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핀센 박사가 개발한 UV 치료법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병원성 세균 외에도 유해한 바이러스를 죽이는 기능 때문에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주목받는 치료법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자외선으로 바이러스 사멸시키는 기능 확인

UV는 파장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뉜다. UV-A와 UV-B, 그리고 UV-C 타입으로 UV-A와 UV-B는 각각 320~400nm와 280~320nm의 파장을 갖고 있다. 반면에 UV-C는 100~280nm의 파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중 병원체를 사멸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UV-C다.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높아지기 때문에 UV-C는 병원체의 세포막을 투과하여 DNA를 손상시킴으로써 더 이상의 세포증식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외선의 파장 범위에 따른 구분 ⓒ nsteril-aire

이 같은 원리는 훗날 병원성 세균 외에도 바이러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지난 2018년 뉴욕의 콜롬비아 의대 연구진이 UV-C가 공기 중의 독감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UV-C 파장은 바이러스의 껍질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UV-C가 바이러스 껍질을 통과해서 내부에 있는 DNA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생존력을 잃고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UV-C를 통해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무력화한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처럼 UV-C 병원성 세균의 사멸 외에도 각종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UV-C를 활용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는 조명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ED 램프에 자외선 기능 추가한 스마트 조명 개발

코로나 바이러스도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UV-C에 약하다는 사실은 굳이 실험을 통해서 확인하지 않고 전파 속도만 파악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계절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는 태양광에서 나오는 UV-C의 양이 가장 적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UV-C의 양이 가장 많이 전달되는 고산지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적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실제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한 고산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페루의 경우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6만여 명으로서 중남미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로 보면 일곱 번째로 많다. 그러나 고산지역 주민들의 확진자 비율은 약 10%에 불과한 상황이다.

스마트 조명은 실내 공간의 병원체 사멸에 있어 100%에 가까운 효능을 보이고 있다 ⓒ gadgetpage.in

UV-C의 이 같은 바이러스 제거 기능을 활용한 시스템이 바로 ‘스마트 조명’이다. 실내 공간에 존재하는 병원성 세균은 물론 각종 바이러스까지 없앨 수 있는 신개념 조명 시스템이다. 기존의 LED 램프에 UV-C를 비추는 기능을 추가하여 실내에 있는 병원체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스마트 조명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고 정확한 방역이다. 기존의 화학 약품을 활용한 방역 작업은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UV-C를 사용하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몇 초 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스마트 조명 시스템은 실내 공간 방역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실험실이나 수술실에서 보호장비와 각종 기기를 소독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여기에 책이나 스마트폰, 또는 노트북 및 안경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업무 도구나 생활용품도 신속하고 편리하게 소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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