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연구하니까 이제 내 연구가 보여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우삼용 박사는 요즘 들어 그의 연구 인생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두 번째 연구 과제에 푹 재미를 들였다. 그는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만들었다. 특허는 냈지만, 고무에 무엇을 입혀서 전기를 통하게 됐는지는 물론 비밀이다.
고무에서 과연 전기가 통하는지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기가 통하는 고무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쓸모는 매우 많다. 수시로 기업에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하려고 그의 연구실을 방문한다.
전기가 통하는 고무라고 해서 고무의 성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 고무를 세게 누르면 전기가 통하는 양이 더 많아지고 살살 누르면 전기가 조금 통한다. 고무를 길게 자른 뒤 전선을 연결하면 그 기다란 고무 전체가 스위치 역할을 한다. 고무에 무엇을 첨가해서 전기가 통하는 이상한 고무가 됐는지는 연구 비밀이므로 일단 제쳐두기로 하자.
고무를 눌러서 저항값을 변화시켜 통하는 전류의 양을 변화시키는 기본 출발점은 압력이다. 압력 중에서도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을 다루는 표면 압력이라는 새로운 분야이다.
그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과제를 연구하는데 온 청춘을 바쳤다. 그가 맡은 분야는 압력표준 연구이다. 국가압력표준기를 개발해서 일본 과학자에게 귀띔도 해줬다. 표준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표준을 가장 최전선에서 지키는 기관이다. 그가 맡은 분야는 압력과 진공을 다루는 것이었다.
“우리는 세상을 압력으로 본다”
우 박사에게는 모든 것이 다 압력이다. 비행기는 날개 윗 부분의 압력과 날개 아랫부분의 압력 차이를 이용해서 날아가므로, 압력으로 해석해야 한다. 건강검진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항목인 혈압(血壓)은 말 그대로 피의 압력을 재는 일이다. 눈의 건강을 점검할 때는 안압(眼壓)을 측정하니 이 역시 압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압력은 흐름을 만든다. 심장에서 밀어내는 압력에 의해 피는 우리 몸을 순환한다. 그러므로 우 박사가 보기에 압력은 우리 일상생활 도처에 깔려있다.
이렇게 일생을 압력과 씨름하다 보니 갈증이 생겼다. 어떤 물체의 표면에 작용하는 표면압(surface pressure)를 재고 싶은 욕망이었다. 손가락으로 어떤 물체를 지그시 눌렀을 때 그 압력의 변화를 재고 싶다는 그 욕망은 일생을 압력을 가지고 연구한 과학자의 매우 순수하고 당연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표면 압력을 재고 싶다는 욕구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표면압력을 재는데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없었다. 한 15년 전 쯤 일본에서 표면압력을 측정하는 계측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나왔다는 소식이 나왔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주문을 넣었지만, 팔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답변을 받았다. 아마도 판매를 할 만큼 개발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우 박사는 추정했다.
현대자동차나 대한한공이나 그 밖의 여러 기업에서 무게를 측정하려고 사용하는 다양한 저울이 과연 정확한지 아닌지를 점검하려면, 모두 표준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표준과학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국가표준과 비교해서 일정한 오차 범위 안에 들어야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 박사는 십년 전 손으로 누르는 압력의 변화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지는 장치는 없을까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형광등 스위치는 올리면 전기가 들어오고 내리면 나간다. 이렇게 ON이나 OFF로만 작용하는 것 말고 세게 누르면 빛이 많이 통하고 약하게 누르면 전기가 조금만 통하는 그런 장치를 개발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 과제를 국가 연구과제로 내놓을 수는 없었다. 일단 자신이 맡은 표준 업무에 충실해야 했다. 압력의 세기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양을 조절하는 그런 물질을 만든다고 하면 연구 심의를 통과할 것 같지도 않았다.
국가표준 말고, 이제 내 연구가 하고 싶다
그러나 우 박사에게도 기회가 왔다. 연구원에서 본부장이라는 관리 직책도 지나고, 사업화 단장을 맡으면서 일상적인 표준 업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이다. 2,3년전부터 우 박사는 예전에 관심을 기울였던 그 과제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에 새로운 재료 개발에 몰두했다. 그래서 마침내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국가를 위한 표준연구를 했지만, 이제는 기업과 사회를 위한 응용연구를 하고 싶다”고 우 박사는 말했다.
진짜 연구는 아마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국가 표준 연구는 정해진 목표가 뚜렷하다. 누군가는 분명히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하는 공익적 성격의 중요한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기업의 이익 창출에 이바지하는 일은 아니다.
지금은 다르다. 압력의 세기에 따라 통하는 전기의 양이 달라지는 이 간단한 압력의 작용을 가지고 응용할 분야가 엄청나게 많다. 예를 들어 지금은 식당에서 벨을 누르면 그저 “딩동”하고 똑같은 소리가 난다. 압력의 차이에 의해 흐르는 전류가 달라지면, 세게 누를 때 나는 소리와 살살 누를 때 나는 소리가 다르게 할 수 있다.
방범창에 이 민감한 고무를 깔아 보안장치에 연결하면, 누군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창문에 손을 대는 순간, 바로 경보장치가 가동하게 할 수 있다. 지금도 이런 장치는 나와 있지만, 기울기나 진동을 이용하는 장치를 활용한 것이라 바람이 불거나 하면 작은 충격에도 반응하는 등 오작동이 많이 나타나 고객들의 불만이 들어온다.
보통 스위치는 특정 부분을 눌러야 작동하지만, 전기가 통하는 고무로 만들면 그런 제약도 사라진다. 고무를 길게 잘라서 얇게 호떡 같이 늘어놓으면 어느 부분을 건드려도 전류가 통해서 소리가 난다. 그것도 누르는 압력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우 박사는 “이제 정말 내 연구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하지만, 주변 환경은 그렇게 쉽지 않다. 출연연구원 박사들의 정년은 61세로 낮아졌다. 예전에는 교수들 정년처럼 65세였지만, IMF를 지나면서 나라에서 어려운 시기를 넘기자며 61세로 낮춰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분야든지 정년 연장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명은 급격이 늘어나서 60이면 아직 한참인데, 이래저래 우 박사에게 제 2의 연구인생은 도전과 긴장으로 가득하다.
(2159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귀금속 수전해 촉매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소재의 촉매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신소재공학과 박혜성 교수와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한영규 교수,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백정민 교수 공동연구팀은 고농도 바나듐 원자가 도핑된 몰리브덴 이황화물 박막 합성법을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전기 전도도 변화를 위해 첨가하는 도펀트 원자의 배열을 제어해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기반 수전해 촉매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힘줄과 혈관 같은 콜라겐에 기반한 섬유조직의 기능을 시각화하는 레이저 음향 이미지 분석 기술이 개발됐다.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는 마그네슘 전지를 일반 전해질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부식성 첨가제가 없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일반 전해질로도 마그네슘 전지를 고효율로 구동할 수 있는 마그네슘 금속 화학적 활성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여름철에 북극해 얼음(海氷)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기가 2030년대로 기존 예측보다 10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스텍 민승기 교수·김연희 연구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7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과 상관 없이 2030~2050년 여름철에 북극의 해빙이 소멸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북극 해빙이 사라지는 시기가 기존 예상보다 10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며 이는 인간 활동이 북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계절적으로 얼음 없는 북극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을 혈액 검사로 진단하는 방법이 일본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준텐도(順天堂)대학 등 연구팀이 개발한 이 연구 성과는 최근 국제적인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실렸다. 현재 파킨슨병을 진단하려면 CT 촬영 등을 해야 하지만, 이 연구팀이 개발한 혈액 검사 방식으로 간편하게 진단이 이뤄지면 질병의 조기 발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농촌진흥청은 저온 플라스마를 처리한 땅콩 겉껍질에서 미백과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C형간염을 치료할 경우 간암에 걸리거나 간암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질병청이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 수행하는 '한국 C형감염 코호트 연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C형간염을 치료한 사람이 간암에 걸릴 확률이 치료하지 않은 사람보다 5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74%, 간경변 합병증에 걸릴 확률은 90%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