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마음껏 자신을 뽐내고 싶을 때, 오픈카는 최고의 로망이다. 마침 계절은 긴 여름이 지나가고 반짝이는 햇살과 함께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가을. 타이트한 생활에 지쳐서 딱딱한 도시를 잠시 떠나고 싶은 드라이버들은 도로의 유혹에 금방 넘어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외국에 사는 부모로부터 선물 받은 오픈 카를 시승해보고 싶은 욕망에 대학생 A양(23)은 평소와 다른 계기판에 살짝 당황했지만 루프를 활짝 연 채, 당당하게 도로로 나갔다. 추석 연휴도 끝나서 도로는 바라던 대로 뻥 뚫린 활주로 같았다.
질주 본능에 사로잡힌 A양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힘껏 액셀을 밟았다. 자석에 끌리듯 차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도로를 총알처럼 내달렸다. 삽시간에 대전을 지나서 대구로 접어든 차는 부산으로 방향을 튼 채, 고갯길 정상에 올라섰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갑자기 도로 중간에 차가 멈춘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약간의 자동차 상식으로 이것저것 급히 만져 보지만 도대체 차는 요지부동이다. A양의 차는 왜 멈춘 것일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전기 차의 구조는 다르다
전기자동차(EV)는 가솔린 기관과 달리 축전지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로 모터(Motor)를 구동하고, 이를 동력전달장치에 전달, 바퀴를 구동시킨다. 따라서 구성 부품이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모터, 컨트롤러(Controller), AC/DC 컨버터, 충전기, 인버터, 배터리 등으로 이뤄졌다.
이 중 엔진에 해당하는 모터는 전기에너지를 이용, 트랙션 펄스를 발생시키는 구동원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기차의 출력은 액셀러레이터 대신에 컨트롤러로 조절하는데, 이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큰 차이점이다.
전기차의 모터는 직류와 교류의 두 가지 방식을 쓴다. 모터에 걸리는 전압은 회전수와 관계가 있다. 전기차로 평지를 달리며 속도를 높이려면 전압을 올려야 한다. 고갯길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고 싶으면 전압을 올리고 회전수를 유지한 채, 전류를 증가시키면 된다. 이를 액셀 대신에 전기차는 컨트롤러로 조정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회생 브레이크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모터는 발전기와 구조가 같아서 전류를 흘려주면 회전하고, 밖에서 힘을 걸어주면 발전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차를 감속시키거나 제동을 할 때, 그 힘으로 모터를 회전시켜 전기를 발전시켜서 축전지로 보내면 전기소모량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에 비해 많은 점에서 불리하다. 전기차의 경우, 최고 속도가 200km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1회 충전해서 40km의 속도를 유지할 때, 기껏해야 80~160km를 갈 수 있다. A양의 차가 멈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A양은 콘솔을 열어 매뉴얼을 자세히 살펴본 후, 기겁을 했다. 매뉴얼 마지막에 “전기자동차(EV, Electric Vehicle)는 주행거리가 가솔린차와 달라서 짧기 때문에 같은 감각으로 운행하는 경우, 길거리에서 멈출 수 있다”고 써 있었던 것.
그래서 전기차를 모는 운전자는 남아 있는 배터리 잔량과 전압을 아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A양의 경우, 전기차의 계기판을 읽지 못한 실수를 범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주유소가 있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A양이 타고 있는 차는 전기충전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는 서서히 우리 사회에 다가오고 있다. 지난 17일 BMW 그룹 코리아는 제주도와 MOU를 체결하는 등 세계적 메이커 가운데 가장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제주도 역시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원 등에 적극 나설 것”을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다니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의 확보가 관건인데 아직 기술적으로나 예산상 설치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선충전 전기버스 운행 시작
지난달 6일 세계 최초의 전기로 가는 버스가 구미에서 출발, 인동지역을 잇는 간선도로 24km를 달렸다. 고가의 충전시설과 긴 충전 대기시간 없이 달리면서 실시간으로 무선급전에 의해 무선충전이 가능한 이 전기버스는 올해 12월까지 시범 운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박종흠 교통물류실장은 “이 무선충전 전기버스가 상용화되면 우리나라가 전기자동차 분야의 선도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무선충전 전기버스(OLEV, On-Line Electric Vehicle)는 KAIST가 개발한 자기공진형상화(SMFIR, Shaped Magnetic Field In Resonance) 기술을 이용했다. 이는 주행 및 정차 중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이격거리 20cm 이상에서 100kW의 전력을 평균 75% 이상의 효율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
이를 위해 도로에 전력선과 급전코일을 강철로 둘러싼 급전레일을 설치해 놓고, 달리던 버스가 이 위로 올라서면 강력한 고주파 자기장이 발생하는데 이 자기장이 버스 하부에 설치된 급전코일에 닿으면 전력으로 바뀌고, 1/5로 축소된 배터리에 저장되는 원리다.
또 전문가들은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는 내연 자동차와 달리 회생 브레이크가 있어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경사진 곳을 차가 오르면 위치에너지가 증가하게 되고 다시 이는 내려올 때 운동에너지로 변환, 전기 차의 모터를 돌리는 원동력이 되고 전기에너지를 생산해낸다. 이는 고가의 충전시설과 긴 충전 대기시간이 필요없게 만든다.
그러나 전기버스의 경우, 비접촉되는 코일 패널 간에 거리가 멀어지면 전송효율이 크게 낮아지고, 대전력 배터리의 충전 효율을 더 높여야 하는 점, 제한적인 충전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늘리려면 대규모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보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우리에게 점차 다가오고 있다. 향후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기보존법 제정에 의해 전기차(EV)의 보급이 거의 의무화되고 있는 상황.
“배기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류의 생존을 계속 옥죄는 이상 전기차는 가까운 미래에 시대의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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