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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9-08-01

재난 현장 누빌 드론의 모양이 '원통'? 외골격 더해진 신개념 드론…협소한 공간서 비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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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형태별로 분류할 때는 방사형 축을 기준으로 형성된 프로펠러의 개수로 구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펠러가 3개인 트리콥터(tricopter)와 4개인 쿼드콥터(quadcopter) 외에도 헥사콥터(hexacopter) 및 옥토콥터(octocopter) 등이 바로 그것.

날개가 하나인 헬리콥터(helicopter)와 달리 드론에 이처럼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방사형으로 부착하는 이유는 보다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서다. 프로펠러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안정적인 대처가 가능해고 조작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협소한 공간에서도 최적의 비행을 위해 이색적인 모양을 가진 드론이 선을 보이고 있다 ⓒ Flybotix
협소한 공간에서도 최적의 비행을 위해 이색적인 모양을 가진 드론이 선을 보이고 있다 ⓒ Flybotix

하지만 문제가 있다. 프로펠러의 수가 늘어날수록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져 비행시간이 짧아지게 되므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드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펠러 수를 줄이면서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구조가 필요한데, 최근 들어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이색적인 모양의 드론을 잇달아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독특한 모양의 드론들은 협소한 공간에서의 비행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관련 기사 링크)

원통형 외관과 알고리즘으로 에너지 효율성 높여

원통 형태의 드론을 개발한 곳은 스위스로잔공대(EPFL)의 연구진이 세운 스타트업이다. '플라이보틱스(Flybotix)'라는 이름의 이 스타트업은 20여 년 동안 로잔공대에서 드론을 개발해 온 ‘사미르 부압달라(Samir Bouabdahah)’ 박사와 연구진이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다.

플라이보틱스사가 최근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원통형 드론이 좁은 실내에서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벽에 부딪쳐도 프로펠러를 보호해주는 원통형 골격 덕분에 웬만한 충돌에도 문제없이 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부압달라 박사는 “드론이 비행하는 데 있어 핵심은 얼마나 균형을 이루는지와 얼마나 프로펠러가 효율적으로 회전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밝히며 “원통형 골격의 보호 덕분에 프로펠러가 훼손될 가능성이 적어서 협소한 공간의 감시 및 수색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원통형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개의 프로펠러가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하여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점이다. 프로펠러가 2개뿐인 바이콥터(bicoptor) 구조는 크기를 줄이기 어렵지만,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새로운 외골격과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해결했다.

원통형 드론의 특징은 축을 중심으로 2개의 프로펠러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점이다 ⓒ notebookitalia.it
원통형 드론의 특징은 축을 중심으로 2개의 프로펠러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점이다 ⓒ notebookitalia.it

부압달라 박사는 “프로펠러는 수가 늘어날수록 안정성이 올라가고 조작하기가 용이해지지만 드론의 크기가 작아지게 되면 배터리의 전기 소모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이런 문제를 원통형 구조와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라고 주장했다.

프로펠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는 방식은 기존 헬리콥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동축반전식 헬리콥터다. 하지만 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들은 동체의 양쪽 끝에 달린 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제작되었다.

반면에 원통형 드론은 동체에 해당하는 원통 내부에 두 개의 프로펠러가 탑재된 채,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동축반전식 헬리콥터와는 달리 크기도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소모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플라이보틱스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부압달라는 박사는 “같은 배터리라 하더라도 바이콥터형 드론보다 원통형 드론이 2배나 더 오랜 시간 비행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앞으로 내부 시설 관리 및 감시는 물론,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건물 내부 수색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크레바스에 빠진 조난자 수색에 최적으로 설계

플라이보틱스사에 앞서 이색적인 모양의 드론을 선보인 스타트업은 플라어빌러티(Flyability)​다. 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짐볼(Gimball)은 농구공이나 축구공처럼 생긴 구형(球形)의 드론이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공처럼 둥근 모양의 망 속에 드론이 들어 있는 형태인데, 이 같은 모습의 드론을 개발한 이유는 좁은 크레바스(crevasse) 사이를 날아다닐 때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크레바스는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틈이다. 대부분의 크레바스 깊이는 수백m에 달하기 때문에, 이곳에 빠지면 구조는 물론 수색 자체가 극히 어렵다. 따라서 지금까지 크레바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레바스 틈 사이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구형 드론 '짐볼'
크레바스 틈 사이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구형 드론 '짐볼' ⓒ Flyability

짐볼은 이 같은 크레바스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플라어빌러티사가 선보인 수색용 드론이다. 크레바스에 빠진 조난자들을 수색하는 데 있어 최적의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플라어빌러티사 관계자는 “크레바스를 짐볼이 날아다니다 보면 눈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벽에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충돌을 해도 드론의 날개를 보호할 수 있는 원형 망을 가지고 있어서, 부서지지 않고 조난당한 사람을 수색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짐볼의 장점은 이뿐 만이 아니다. 날 수 없는 공간을 만나게 되면 경사면을 굴러가면서 수색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다가 협소한 틈에 끼어도 이내 빠져나올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원형 망과 드론 본체가 독자적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회전력을 역 이용해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짐볼은 최근 스위스의 산악구조대가 참여하는 실전 테스트를 마쳤다. 테스트 결과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 부분도 있었지만,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특히 좁은 틈새에 꼈을 때 빠져나오는 작업이 기대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만 보완된다면 조만간 크레바스를 날아다니며 조난자를 수색하는 짐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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