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trauma).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심리학적 용어인 ‘정신적 외상’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머릿속에 박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생명이나 신체에 강한 위협을 받았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충격을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정신적 충격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후유증이다. 평소에는 충격을 받았을 때의 기억을 잊고 있다가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트라우마를 해소하거나 완화시키기 위한 치료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트라우마 치료가 정신의학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대다수의 환자들이 치료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받기를 피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국가 차원의 효과적인 트라우마 심리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한 것.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출범을 계기로 트라우마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별로 재난 위기대응 및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앞으로 재난 피해자들의 심리적 회복을 국가가 앞장서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대형재난으로 국가 역할 강조돼
5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 재난에 대한 심리회복 지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구성된 ‘심리위기지원단’이 담당해 왔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를 시작으로 메르스 사태와 지진 같은 대형 재난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정신적 공황(恐慌)을 겪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연이은 재난으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을 위한 국가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심리위기지원단이 가동되기는 했지만, 비상설 조직인 만큼 곧바로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워져 정신건강과 관련한 고위험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이 현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되면서 빠르게 진척될 수 있었다.
재난 현장 찾아가는 안심버스 서비스 선봬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국가트라우마센터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문가 양성이다. 트라우마의 종류와 정도를 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치료를 이끌 전문가가 있어야 해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별로 재난 위기대응 및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난 피해자들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한 센터의 올해 예산은 약 17억 원으로서, 센터장은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이 겸임하며 정신건강전문요원 및 연구원 등 총 25명의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보건 분야와 관련하여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정을 받은 시설이나 기관에서 수련을 받은 자를 가리킨다.
현재의 인력 구성은 간호사 및 임상심리사,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제대로 된 심리 상담을 위해서는 정신의학 전문가는 물론 예방의학 및 통계학 등을 전공한 전문 인력을 확충하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력 및 시설 외에도 시급히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재난 유형별 활동지침 및 심층사정 평가 도구 등을 개발하고, 재난 현장에서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이동버스 운영 등 현장 중심의 체계적 심리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트라우마센터 출범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하지현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재난 현장을 찾아 간다는 이동버스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직 명칭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칭 ‘안심(安心) 버스 서비스’로 부르고 있다. 이동버스 내부는 크게 ‘스트레스 평가 Zone’과 ‘안정화 Zone’, 그리고 ‘상담 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트레스 측정이나 전자기장을 이용한 뇌 안정화 프로그램 등의 정신건강 서비스가 제공된다.
- 각 Zone의 서비스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안심버스 내 각각의 Zone에서는 ‘심박변이도(HRV, Heat Rate Variablity)’를 이용한 스트레스 및 스트레스 대처능력측정과 상태평가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경두개직류자극술(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을 이용한 뇌신경계 활성화 치료와 전자기장을 이용한 ‘뇌 안정화 프로그램(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그리고 심리검사 및 심리상담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시작으로, 향후 2020년까지 공주와 나주, 그리고 춘천 및 부곡에 위치한 국립정신병원에 권역별 센터를 설치하여 전국적인 재난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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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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