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면역세포가 왜 뇌에서 나와?

장에서 세균과 바이러스 인식한 뒤 뇌수막에 배치

우리 뇌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침범으로부터 독특하면서도 엄중하게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 방호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최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인체 표본을 통한 연구 결과, 뇌를 보호하는데 놀라운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동반자는 바로 내장(gut)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최근 뇌수막에는 장에서 발견되는 형질세포(plasma cells)로 불리는 면역세포가 존재해 보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4일 자에 발표했다.

이 세포들은 뇌수막 안을 흐르는 큰 혈관 옆에 특정하게 위치해 뇌 주위를 방호할 항체 ‘경비대(guards)’를 분비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번 발견은 인체 장-뇌 축(gut–brain axis)의 역할을 새롭게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장 내막이나 코 또는 폐의 내막에서 발견되는 항체인 면역글로불린 A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뇌수막 안에 존재해 뇌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부비강 점막에 있는 면역세포들. © Zach Fitzpatrick

뇌수막 안에 형질세포 존재

뇌는 대부분의 다른 인체 시스템을 제어하고 추론과 지능, 감정을 관장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이 때문에 뇌의 물리적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보호 조치들이 진화돼 왔다.

뇌수는 단단한 뼈로 된 두개골 안에 들어있고, 뇌수막(meninges)으로 불리는 세 겹의 방수막이  감싸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분명치 않았던 것은 이런 물리적 방어장치 이외에 우리 몸이 어떻게 뇌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느냐는 점이었다.

뇌를 제외한 인체 다른 곳에서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혈류로 들어갈 경우, 면역 시스템이 작동돼 면역세포와 항체가 침입자를 표적화해 제거하게 된다. 그러나 뇌수막은 불침투성 장벽을 형성하고 있어 면역세포가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이번에 뇌수막 안에서 발견됨으로써 뇌 감염 방어에 대한 궁금을 풀게 된 형질세포는 B세포로 알려진 특정 유형의 면역세포에서 분화된 항체 생성 세포다.

형질세포의 현미경 사진. 세포질에서 명확하고 뚜렷한 핵주위 영역과 다수의 골지체가 보인다. © CS99 at German Wikipedia

점막 보호하는 면역글로불린A 생성

모든 B세포는 표면에 고유한 항체를 지니고 있다. 우리 몸에 침투해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항원이 이 표면 항체와 결합하면 B세포가 활성화돼, 동일한 항원을 인식하는 새로운 자손을 만들기 위해 분열한다.

분열하는 동안 B세포는 항체의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도입해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게 되고 그 결합 특성도 약간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B세포들 중 일부는 병원체에 더 잘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며, 이 세포들은 계속 확장하고 증식한다.

이때 결합력이 떨어지는 B세포들은 죽게 되는데, 이는 인체가 특정 항원을 표적화해 파괴하는 최고의 항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혈액에서 발견되는 항체는 면역글로불린 G(IgG)로 알려진 유형이다. 이 항체들은 비장과 골수에서 생성되며 인체 내부를 보호한다.

그러나 뇌수막에서 발견된 항체는 면역글로불린 A(IgA)로, 통상 장 내막이나 코 또는 폐의 내막에서 만들어진다. 이 항체들은 인체가 외부 환경과 접하는 점막 표면을 보호한다.

B세포가 활성화돼 형질세포와 기억 B세포로 분화되는 과정. © WikiCommons / Bobologist

침입자 대비한 가능성 높은 대비책

연구팀은 장과 뇌수막에 있는 B세포와 형질세포의 항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들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뇌수막까지 올라오게 된 세포들은 특별한 병원체들을 인식했던 장소인 장에서 선택적으로 확장된 세포들이었다.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의학부 및 웰컴 생어 연구소 메나 클라트워시(Menna Clatworthy) 교수는 “뇌가 뇌수막의 장벽을 넘어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정확한 방법은 지금까지 수수께끼였으나, 중요한 방어선이 장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완벽하게 이해할 만한 일”이라며, “내장 장벽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 병원체가 혈류로 들어가 뇌로 퍼진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 장내 미생물을 인식할 수 있는 항체 생성 세포를 뇌수막에 배치하는 것은 가장 가능성 높은 침입자들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덧붙였다.

‘네이처’ 11월 4일 자에 발표된 논문. ©Springer Nature

뇌수막염과 뇌염 막는데 주요 역할 예상돼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인체와 유사한 생리적 특성을 공유하는 생쥐를 실험 대상으로 했다. 실험 결과 생쥐의 장에 박테리아가 없을 때는 뇌수막에 IgA를 생성하는 형질세포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형질세포가 뇌수막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기 전에 장내 미생물군을 인식할 수 있는 장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쥐의 뇌수막에서 형질세포를 제거하자 병원체를 잡을 수 있는 IgA가 존재하지 않아 미생물들이 혈류에서 뇌로 퍼질 수 있었다.

연구팀은 수술 시 제거된 인체 뇌수막 조직을 분석해 실제로 IgA 생성 세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방어 시스템이 중추신경계 감염병인 뇌수막염과 뇌염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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