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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2

장애인의 ‘웰빙’ 재활로봇이 책임진다 [국민일보 공동] 변증남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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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은 오래 사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는 동안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늙고, 장애인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로봇이 대신하면 어떨까. 요즘 세계는 재활로봇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간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재활로봇에 대해 알아보자.


눈동자 움직임만으로 로봇 제어

모든 사람은 잠재적 장애인이다.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있지만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주위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고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한다거나 해서 만약에 발생할 지 모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다.

어찌 보면 이것은 경제적인 측면만을 생각한 조치다. 갑작스런 사고로 하루아침에 경제력을 잃었을 때 입을 수 있는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장애를 입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는게 중요하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마다 매번 주위의 도움을 청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요즘 전 세계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의 화두는 단연 ADI이다. 노화(Aging), 장애(Disability), 독립(Independence)의 머리글자를 딴 이 신조어에 이목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늙고 장애를 입을 수 있으므로 이들이 불편함 없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경제적, 학문적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재활로봇의 미래는 밝다.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돕는 로봇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의수나 의족 등 신체에 직접 붙여서 쓸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원하는 것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 로봇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추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휠체어에 로봇팔을 부착,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을 대신해주는 시스템이나 시각장애인용 안내 시스템 등 관련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에서는 지난해 말, 12가지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재활로봇 ‘카레스Ⅱ’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신체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해 식사 보조 물 마시기 얼굴 닦기(긁기) 면도하기 바닥의 물건 집기 스위치 켜고 끄기 문 여닫기 정수기 이용하기 선반 위의 물건 집기 게임 하기 컴퓨터 CD 교체하기 프린터/팩스 용지 보기 등 12가지 일을 대신해 준다.

카레스Ⅱ는 사람의 눈동자나 머리의 움직임만으로 제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눈이나 머리를 움직여 17인치 모니터 위에 나타나 있는 메뉴를 클릭해 들어가면 원하는 동작을 로봇에게 지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근육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EMG)로 로봇을 움직일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손발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자신의 의지대로 손쉽게 여러 가지 장치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주거공간 자체가 거대한 로봇 시스템

재활로봇과 관련,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 과제는 단연 지능 주거공간 프로젝트다. 이것은 한마디로 주거공간 자체를 로봇화하는 것이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창문조차 마음대로 열 수가 없다. 이 때 주거공간이 로봇 시스템화된다면 명령 하나로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스스로 작동하는 전기밥솥을 통해 밥이 지을 수 있게 된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으면 침대가 움직여 일으켜 주고,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는 로봇이 휠체어로 옮겨 준다. 그러면 휠체어는 자동으로 움직여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살고 있는 거대한 공간이 전부 로봇이 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로봇 공학자뿐 아니라 의사, 산업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또 장애인들도 합류해 반드시 반영돼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들을 위한 작업 보조 로봇 개발 프로젝트도 관심을 끌고 있다. 장애인들이 취업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조립한다거나 납땜을 할 경우, 신체가 불안정해 잘 해내지 못한다. 이 때 옆에서 로봇이 제품을 잡아준다던지, 물건을 들어올려 주는 등 약간만 보조해주면 장애인들도 수월하게 작업을 해낼 수 있다. 장애인들은 특히 청각이나 시각, 촉각 등 특정 감각기관이 정상인보다 훨씬 잘 발달돼 있어 로봇이 조금만 도와주면 얼마든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로봇 기술은 다른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노약자나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에 얼마든지 응용 가능하다. 오토매틱 자동차도 개발 당시에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것이 급속히 확대돼 요즘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오토매틱 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계적으로 로봇의 컨셉트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을 얼마나 닮은 로봇을 만들어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부터는 인간과 어느 정도나 원활히, 지능적으로 소통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이 나서 서비스 로봇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만 있으면 우리 주변에서 인간을 돕는 재활로봇을 흔히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권의 관심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2명의 장애인 출신이 17대 국회에 진출했느니 여기에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변증남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미국 아이오아대 전자공학 박사

▲세계퍼지시스템학회 회장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 소장


<정리: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객원편집위원>


음악에서 탄생한 재활로봇



변증남 교수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재활로봇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1992년 한 학술대회에서 음악 지휘자의 손동작을 인식하는 기계 시스템을 개발해 발표했다. 인공지능기법을 응용해 음악의 지휘 동작을 카메라에 담아 그것을 이미지 프로세싱해 기계가 그 손동작을 인식토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발표가 끝난 후 수염을 멋지게 기른 한 외국인이 변 교수를 찾아왔다. 아주 관심 있게 잘 들었다고 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손동작을 인식하는 기술을 이용해 청각장애자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변 교수는 귀가 솔깃했다. 취미로 음악을 즐기다가 만든 시스템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응용, 개선한다면 뜻 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만든 게 바로 청각장애인용 수화인식 시스템이었다.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것을 제품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업 쪽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하는데 그런 곳이 없었다. 항상 수익과 연관 지어 판단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했다. 장애인용들은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구매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제품에 대한 수요 또한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로봇에 장애인용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변 교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휠체어에 로봇팔을 붙여 장애인들의 시중을 들어주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었다. 그게 바로 '카레스Ⅱ'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좀 더 정밀하고, 장애인들의 요구조건을 보다 충실히 수용한 로봇팔을 만들자는 데 변 교수와 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중점연구 과제로 선정하고 5년간 연구에 매달린 결과 지난 해 말 선보인 것이 바로 '카레스Ⅱ'였다.



저작권자 2004-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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