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자가면역질환에 영향

'어릴 때 세균 노출 도움' 위생가설 입증

‘어릴 때 병원균에 노출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교육하고 발전시키는데 유익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지구촌 의료계는 묘한 현상을 관찰했다. 면역체계와 관계된 1형 당뇨병이나 다른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등이 경제가 발달한 선진국들에서는 더욱 증가하는데 비해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특이한 공중보건 패턴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 거론된다. 위생가설은 어렸을 때 먼지나 박테리아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에 노출돼 면역체계를 교육하고 발전시키면 면역체계가 오히려 강화돼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이런 위생가설과 관련해 어린이의 장내 미생물군이 자가면역질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생명과학 저널 ‘셀’(Cell)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논문 저자인 MIT와 하버드 브로드 인스티튜트 알렉산더 코스틱(Aleksandar Kostic) 박사후과정 연구원[람닉 새비어(Ramnik Xavier) 연구실]은 “세균에 노출되는 것은 면역체계 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일의 하나로 인체의 미생군 군집(microbiome)을 연구하면 그 역할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브로드 인스티튜트와 핀란드 알토 대학 및 헬싱키대, 노바티스 생의학연구원을 비롯해 다이아브이뮨 연구(DIABIMMUNE Study)에 참여하는 여러 기관의 광범위한 협동연구로 수행됐다. 다이아브이뮨 연구는 1형 당뇨병 등의 면역질환에서 위생가설을 시험하는 유럽연합 프로젝트다. 연구팀은 세 나라 어린이들의 장내 미생물군을 분석한 결과 위생가설이 타당함을 말해 줄 뿐 아니라 서구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면역질환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박테리아 간의 상호작용도 밝혀냈다.

어린이 장내 미생물군이 자가면역질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광범위한 실증적인 연구가 나왔다.  ⓒ Aalto University

어린이 장내 미생물군이 자가면역질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광범위한 실증적 연구가 나왔다. ⓒ Aalto University

서구화된 지역과 덜 서구화된 곳 장내 미생물군 대조적 

연구그룹은 매달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러시아 카렐리아 세 나라 어린이들의 대변을 모아 분석했다. 대상 어린이는 갓 출생한 영아로부터 세 살까지의 어린이 2백여명으로 장내 미생물군을 형성하는 박테리아를 확인하고 그 수를 측정했다. 이와 함께 모유 수유와 식사, 알레르기 질환, 감염질환, 가족력 등의 자료도 취합해 질병 발생과 장내 미생물군 사이에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대변에 있는 미생물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세 나라 어린이들의 장내 미생물군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어린이들의 장내 미생물군은 질병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는 그램음성 혐기성 세균종(Bacteroides species)이 지배하는데 비해 러시아 카렐리아 어린이들의 장내 미생물군은 영아기 때부터 비피도박테리아가 지나칠 정도로 많았고, 전반적으로 가변성이 더 높았다.

논문의 공저자로 알토대 및 브로드 연구원 박사과정생인 토미 바타넨(Tommi Vatanen)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미생물군에서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를 짐작할 수 있고, 이런 차이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의 저자인 알렉산터 코스틱 박사(왼쪽)와 토미 바타넨 연구원. 사진 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 ⓒ ScienceTimes

논문의 저자인 알렉산더 코스틱 박사(왼쪽)와 토미 바타넨 연구원. 사진 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

“면역반응 촉발 안 하는 미생물군, 향후 염증 유발 우려”

지방다당질(LPS)은 면역체계를 촉발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물질로서, 대장균(E.coli) 박테라아의 LPS는 통상 실험실에서 면역세포를 자극하는데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모든 LPS가 동등하게 생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러시아 카렐리아 어린이 미생물군집의 LPS 신호는 대장균 LPS가 면역반응을 일으킬 때와 같은 익숙한 신호 패턴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어린의 장내 미생물군집에서는 그램음성 혐기성세균로부터 나오는 LPS 신호가 잡혔다. 더욱이 그램음성 혐기성 세균으로부터 나오는 특별한 형태의 LPS 신호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하지 않고 오히려 대장균이나 다른 박테리아로부터 나오는 면역 활성 LPS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틱 박사는 “그램음성 혐기성세균이 지배하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어린이의 장내 미생물군은 면역학적으로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나중에 강력한 염증 자극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러시아 카렐리아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대장균에 의한 LPS 면역 활성화가 인간의 진화 과정 중에서 발전된 인간과 미생물과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그램음성 혐기성 세균이 퍼져서 우위를 누리는 것은 최근의 현상으로, 위생이 증진되고 생활기준이 높아진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다음 연구로 그램음성 혐기성 세균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핀란드나 에스토니아처럼 서구화된 나라의 어린이 장내에 들어가 미생물군을 장악하게 되었는지를 조사해 볼 계획이다. 또 연구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장내 미생물과 면역 관련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추가적인 메커니즘도 밝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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