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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편집위원
2010-03-10

잘못된 ‘지구종말론’이 더 문제… 칠레와 터키의 지진, 시간상 ‘우연’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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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현지 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4시32분, 앙카라에서 동쪽으로 약 550㎞ 떨어진 엘라즈으 주의 카라코찬 군 바슈르트 마을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 때 갑자기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있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 벽돌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27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이 지진은 인근 툰젤리 주, 빙괼 주, 디야르바크르 주 등지에서도 감지됐다.

터키가 지진 다발지역이지만 그동안 이 지역에서는 큰 지진이 없었다. 그런 만큼 지진 대비책도 취약했다. 그 결과 내진 설계 없이 지은 진흙과 벽돌 건물들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마을이 초토화된 가운데 무암마르 에롤 엘라즈으 주지사는 9일 이 지진으로 57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7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터키 지진 역사는 1939년 12월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규모 7.9의 강진이 에르친칸 주를 강타했다. 지난 8일 지진이 발생한 엘라즈의 주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약 3만 명의 주민들이 집을 뛰쳐나왔다.

▲ 아이티와 칠레, 터키에 잇다른 지진이 일어나면서 종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초토화된 칠레의 한 연안마을. ⓒ연합뉴스

터키는 1900년 이후 지진 다발지역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이 지역이 지금처럼 발전한 지역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심각한 규모의 강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는 작았고, 터키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1992년 3월13일, 같은 지역에서 또 다른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6.8의 지진은 653명의 사망자와 3천8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939년과 비교해 강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그동안 이 지역에 많은 건물들이 들어섰기 때문.

이 지진이 있기 전인 1966년 8월19일, 에르지칸 주에서 가까운 무스 주 파르토 군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약 3천 명의 주민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 규모가 작아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1999년 8월과 11월 터키 북동부 지역인 마르마라에서 두 번에 걸쳐 발생한 강진은 경우가 달랐다. 약 1만9천 명이 사망했고, 6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33만 명이 집을 잃었으며, 수많은 산업시설들이 파괴됐다.

터키 정부는 이 지진이후 적극적인 지진 대비책에 나섰다. 향후 30년 간 어느 지역에서 언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앙카라, 이스탄불 등 대도시에 집중됐다는 것이 문제였다.

터키 정부의 어느 누구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동쪽으로 약 550㎞나 떨어진 엘라즈으 주의 카라코찬 군 바슈르트 마을에서 발생할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진 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고 공언했던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이 지진으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상황에 비추어 터키가 지진 다발지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진학자들은 터키가 북
아나톨리아 단층 위에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칠레와 터키 강진은 서로 무관

문제는 아이티에 이어 칠레, 터키로 이어지는 강진이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 종말이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진학자들은 급속히 번지고 있는 지구 종말론에 대해 또 다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터키는 태평양 지역을 감싸고 있는 지각판과는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에 칠레 지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 네덜란드 기상연구소의 버나도 도프트 박사는 칠레와 터키 강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버나드 도프트 교수는 아이티와 칠레 지진 간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이티 지진은 250년 간 지진 활동이 거의 없었던 단층대에서 발생했지만, 칠레와 터키는 원래 지진이 잘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아이티, 칠레, 터키에서 연이어 강진이 발생한 것은 시간상 ‘우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지진국도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이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며, 최근 지진 활동들 역시 정상적인 지구 활동의 일부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145차례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차례는 규모 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비슷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USGS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규모 6.0~6.9의 지진은 연평균 134차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40 차례나 발생했는데, 다른 해와 비교해 연초에 강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초대형 강진이 인근 지역에서 여진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것. USGS는 이처럼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 해에는 유달리 강진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규모 8.8의 칠레 강진은 관측사상 6번째로 큰 강진이다. 

▲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 '2012'의 흥행은 종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최근의 잦은 지진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고 있다.

빈곤도시들, 대형 지진참사 대비해야…

문제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지역에 지진에 취약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로저 빌햄 교수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활성 지각판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며, 아이티 지진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지진 다발지역인 터키 등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거대 도시들도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도시의 경우 아이티 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전역의 수만 개의 건물들이 지난 50년 동안인구 100만에서 1천만으로 늘어나는 과정에 지어졌으며, 만일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돼, 일부 지질학자들이 ‘붕괴를 기다리는 도시’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대학 지질학과 로저 빌햄 박사는 지나치게 빠른 도시화로 인해 수십억 인구가 `주택'이라고 하는, 인식되지 않은 대량 살상무기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특히 파키스탄의 카라치, 네팔의 카트만두, 페루 리마 등 지진 다발지역에 있는 도시들을 지적했다.

만일 이 많은 거대 빈곤도시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아이티 지진 피해 규모이상의 참사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빌햄 교수는 만일 아이티와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할 경우 100만 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에서는 약 2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터키 지진공학연구소 무스타파 에르딕 소장은 이스탄불의 건물들은 상점의 디스플레이를 위해 기둥을 제거하거나, 불법적인 건물 증축 등으로 인해 지진에 취약한 건물들이 숱하게 많다면서, 만일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최소한 3만-4만 명이 숨지고 12만 명 가량이 중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8년 이후 발생한 대형 지진 사례

▶ 1868년 8월 13일 칠레 아리카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2만5천여 명 사망.
▶ 1906년 1월 31일 에콰도르에서 발발한 규모 8.8의 지진으로 1천500여 명 사망.
▶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9.5의 강진으로 1천655명 사망.
▶ 1964년 3월 2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규모 9.0의 지진으로 128명 사망
▶ 1976년 7월 28일 중국 탕산에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25만여 명 사망.
▶ 1995년 1월 17일 일본 고베를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으로 6천400여 명 사망.
▶ 1999년 8월과 11월 터키 북동부 지역인 마르마라에서 두 번에 걸쳐 발생한 지진으로
    1만9천여 명 사망.
▶ 2003년 12월26일 이란 밤에서 규모 6.7의 지진으로 3만1천여 명 사망
▶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규모 9.1의 지진으로 23만여 명 사망
▶ 2006년 5월27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규모 6.3의 지진으로 6천여 명 사망
▶ 2008년 5월12일 중국 쓰촨 성에서 규모 8.0의 지진으로 8만7천여 명 사망
▶ 2008년 10월29일 파키스탄 카슈미르에서 규모 7.6의 지진으로 7만5천여 명 사망
▶ 2009년 9월20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규모 7.6의 지진으로 1천100여 명 사망
▶ 2010년 1월12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23만여 명
   사망
▶ 2010년 2월 27일 칠레 서부에서 규모 8.8의 지진으로 452명 사망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3-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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