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대 바이오센터(Biozentrum) 연구팀이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적 변화와 사회적 어려움 사이의 새로운 연관성을 발견해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5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신경세포 간 접착 정도를 담당하는뉴로리긴-3(neuroligin-3, NL-3)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회적 행동이나 감정과 관계있는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의 효과를 감소시킴으로써 자폐증을 촉발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동물 모델에 이 결과를 적용시켜 유망한 효과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사회적 고립과 특이한 행동으로 인해 자주 영화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s )은 인구 약 100명 당 한 명에서 발생하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적 변화와 사회적 어려움 사이의 새로운 연관성이 발견돼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됐다. © Pixabay /Ginger Palmisano
자폐증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반복적 행동을 하며, 사회적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폐증과 반대되는 증상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들 수 있는데, ADHD와 관계있는 바소프레신(vasopressin)과 자폐증 관련 옥시토신 모두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두 호르몬 모두 뇌에서 먼 거리를 이동해 작용하는 유일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자폐증 발병에는 수많은 유전적 요인이 개입돼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시냅스 접착 분자인 뉴로리긴-3을 포함해, 지금까지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렇게 수많은 유전적 변형이 어떤 기전에 의해 다양한 자폐증 증상과 관련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이는 자폐증 치료법 개발을 위한 주요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바젤대 바이오센터 페터 샤이펠리(Peter Scheiffele)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쥐 모델에서 자폐증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로리긴-3 유전자와 옥시토신 신호 경로 사이의 예기치 않은 연관성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옥시토신은 포유류의 사회적 행동,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절하고 임신과 수유에도 관계해 ‘사랑의 호르몬’, ’행복 호르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험 쥐 뇌의 옥시토신 생성 뉴런들(빨간색). © University of Basel, Biozentrum
돌연변이가 뉴런의 반응 방식에 영향 미쳐
자폐증 환자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전형적인 자폐 행동을 나타낸다. 과학자들은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진 실험 쥐를 자폐증 연구모델 시스템으로 활용해 생물학적 특성을 학습하고 있다.
샤이펠레 교수팀은 마우스 모델에서, 뉴로리긴-3 유전자의 자폐증 관련 돌연변이가 실험 쥐 뇌의 보상시스템 뉴런에서 옥시토신 신호전달 경로를 혼란시키고, 그 결과 쥐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예기치 않게도,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뉴로리긴 상실이 이들 뉴런에서의 단백질 합성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뉴런의 반응이 옥시토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옥시토신에 의해 매개된 신호가 자폐증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추측하고 있었다.
샤이펠레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로리긴-3 돌연변이가 옥시토신 신호 전달 경로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며, “우리는 자폐증 기저 메커니즘 가운데 두 개의 퍼즐 조각을 짜 맞추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 몸의 중추와 말초 표적에서 작용하는 옥시토신(OXT)과 아르기닌-바소프레신(AVP) 호르몬. © WikiCommons / Mauricio Aspé-Sánchez, Macarena Moreno, Maria Ignacia Rivera, Alejandra Rossi and John Ewer
변경된 옥시토신 신호 뒤바꿀 수 있어
연구팀은 또한 뉴로리긴-3 돌연변이 쥐에서 나타난 옥시토신 시스템의 변화를 약리학적 단백질 합성 억제제를 처치함으로써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치료는 실험 쥐의 사회적 행동을 정상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쥐들은 건강한 동종의 다른 쥐들처럼, 친숙한 쥐와 외부에서 온 생소한 쥐들에게 상대적으로 다르게 반응하는 행동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억제제가 자폐증을 가진 두 번째 쥐 모델에서도 행동 증상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이 억제제가 더욱 광범위하게 자폐증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리킨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유전적 요인, 신경 단백질 합성에서의 변화, 옥시토신 시스템에 의한 사회적 행동 조절 등 새롭게 발견된 세 가지 주요 요인의 융합(convergence)은 자폐증과 관련된 여러 인자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이번 발견은 일부 자폐증 사례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의 특정 측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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