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뜸하지만 예전에는 TV에서 차력(借力)과 관련된 쇼를 많이 보여줬다. 특히 차력사가 자신의 몸무게보다 10배 쯤 되는 자동차를 끄는 차력을 선보일 때면, 모두가 박수를 치며 그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자동차의 무게가 사람보다 수천 배, 아니 수만 배 정도가 된다면 아무리 차력사라도 이를 끌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하겠지만, 그 차력사가 만약 로봇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견인용 로봇이 자신들의 몸무게보다 수만 배나 더하는 승용차를 끄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곤충과 동물에게서 배운 기술을 적용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모방 모델은 개미와 도마뱀붙이
견인용 로봇의 명칭은 ‘마이크로터그(microTug)’다. ‘미세견인 시스템’이라는 의미의 이름에 걸맞게 이들 로봇은 크기는 작지만 서로 협력하여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마이크로터그를 개발한 스탠포드대 산하 생체모방연구소의 연구진은 최근 6개의 로봇들이 힘을 합쳐 자동차를 끄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는 마치 6명의 사람이 에펠탑을 끄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생체모방연구소가 발표한 견인용 로봇의 생체모델은 바로 ‘개미’와 ‘도마뱀붙이’다. 로봇의 생김새와 협력 시스템은 개미를 따라했고, 로봇의 발판 구조는 도마뱀붙이의 특징을 모방했다.
수많은 곤충과 동물 중에서도 개미와 도마뱀붙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스탠포드대의 데이비드 크리스텐슨(David Christensen) 박사는 “우선 개미의 경우는 보통 자신의 몸무게에 비해 100배에 달하는 물체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신체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협업을 통해서 수백 배나 큰 물체도 옮길 수 있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우리가 원하는 로봇은 오랜 시간 동안 힘을 받아도 이를 견딜 수 있어야 하며, 개별적으로는 힘이 강하지 않더라도 팀워크가 가능하여 힘을 중첩시킬 수 있는 형태였다”라고 밝히며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최적의 생체 모델로 개미 외에 다른 곤충을 생각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대형 구조물의 견인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
아무리 생체구조가 단단하고, 협업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자신보다 수천 배나 무거운 물건을 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인가 이를 가능하게 해 줄 요인이 있지 않고서는 말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요인을 도마뱀붙이의 발판에서 찾았다.
도마뱀붙이의 발판에는 수억 개의 섬모(纖毛)가 존재한다. 지름이 5~10마이크로미터(㎛) 정도인 미세한 털들이 주걱 모양을 한 채 덮여있다. 이 작은 털들이 물체와 만나게 되면 서로 끌어당기는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이 작용하면서 엄청난 흡착력을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도마뱀붙이의 발판을 모사(模寫)한 실리콘 재질의 인공섬모를 만들었다. 또한 인공섬모에는 나노물질로 이루어진 강력 접착제를 발라서 흡착력을 강화시켰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연구진은 6개의 마이크로터그에 인공 섬모가 부착된 타일을 붙인 뒤, 이들 로봇에 자동차를 연결했다. 그 결과 힘을 합친 로봇들은 총 200뉴턴(N)이 넘는 힘으로 자동차를 끌기 시작했다. 참고로 뉴턴은 힘의 단위 중 하나로서, 1뉴턴은 0.102kg의 힘에 해당된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인공섬모와 접착제로 이루어진 로봇의 흡착판은 자동차 같은 무거운 물건을 견인하는 것도 가능할 만큼 순간 접착력이 뛰어났다”라고 소개하며 “특히 여러 가지 표면에 붙였다가 떼는 작업을 반복했지만, 흡착력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내 연구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의 김문상 책임연구원은 “로봇의 모터가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나노물질과 인공섬모로 단단히 고정된 상태에서 잡아당기면 자동차를 끄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도 이번 연구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로봇의 견인 능력이 자신의 무게에 비해 수천 배나 되는 물체를 끌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활용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악지대에 추락한 비행기나 심해에 침몰된 배처럼 구조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라도, 마이크로터그 같은 견인용 로봇을 보낸다면 구조나 수거 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6-03-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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