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많은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불임이다. 임신을 못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불임 부부들을 돕기 위한 연구에 주력해 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불임 관련 기술은 크게 진보되었지만, 한 가지 성공하지 못했던 영역이 있다. 바로 자궁이식을 통한 임신과 출산이다.
자궁이식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나 터키 등지에서 성공한 바가 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자궁 이식 자체만도 쉬운 일이 아닌데, 자궁을 이식한 후 10개월 동안 임신을 유지시키고 성공적으로 출산을 이뤄내는 일은 더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스웨덴의 과학자들이 이식한 자궁을 통해 출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의료분야 전문 매체인 메디컬엑스프레스(Medicalxpress)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자궁이식을 통한 임신과 출산이 스웨덴의 과학자들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보도하면서,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링크)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나는 MRKH 증후군
세계 최초로 자궁이식을 받은 여성은 36세 여성이다. 이 여성은 여성 4500명 중 1명이 앓는다는 희귀병인 ‘마이어 로키탄스키 퀸스터 하우저(MRKH)’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 질 등 생식기가 없이 태어나는 기형 질환이다.
이 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자궁과 질이 형성되지 않거나 발육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월경이 없다. 하지만 외형은 정상인과 차이가 없다. 성 발달이 완료된 정상적인 여성의 2차 성징, 즉 유방 발달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외형 생식기도 정상이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기 전 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RKH 증후군 치료는 질을 재건하여 원활한 성 생활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술적 방법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치료 상담과 같은 비수술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환자가 성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연령이 되고, 감정적으로 성숙하게 되었을 때 시작하게 된다.
세계 최초로 자궁이식을 통해 출산한 이번 사례의 시작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연구를 추진한 스웨덴 외테보리대의 연구진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났거나, 자궁경부암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불임여성 10명에게 친척들로부터 기증 받은 자궁을 이식했다. 그 결과 9명의 여성이 수술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우리가 시도한 자궁 이식 수술은 자궁과 난관을 직접 연결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임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자궁을 이식받은 모든 여성들이 자신들의 난소에서 난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 미리 채취한 난자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후 난자를 자궁에 다시 착상시키는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후 자궁을 이식받은 9명의 여성 환자들은 수술 6주가 지나면서, 정상적으로 월경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외테보리대의 매츠 브랜스트롬(Mats Brannstrom) 교수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수술이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어떤 전례도 찾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자궁이식을 넘어 인공 자궁 개발로 발전
9명의 산모 중 이번에 출산한 여성은 난소는 정상이지만,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났다. 그러나 운 좋게도 친척 중에 자녀 2명을 낳고 폐경기를 겪은 61살의 지인으로부터 자궁을 기증받을 수 있었다.
이식 6주 후 자궁이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았음을 의미하는 월경이 시작되자, 1년만인 올해 초 연구진은 시험관에서 수정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켰다. 산모는 신장도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임신 중 3차례 가벼운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식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3가지 약물 처방으로 이겨냈다.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임신 31주째 들어 임신중독 증세를 보인 것이다. 임신중독으로 태아의 심장 박동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자, 결국 연구진은 수술에 들어갔다. 아기는 제왕절개로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에 나왔다. 1.8㎏으로 태어난 미숙아였지만, 10일간의 신생아 집중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
브랜스트롬 박사는 “엄마도, 아기도 지금은 다 건강하다”고 말했다. 15세 때 자궁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뒤 엄마가 되는 꿈을 접어야 했던 이 여성은 “가슴에 놓인 아이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행복과 안도의 눈물이 흘러나왔다”며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늘 슬펐는데, 이제 꿈을 이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자궁이식부터 출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하고 지켜본 브랜스트롬 박사와 연구진은 “이번 일은 불임문제를 가진 모든 여성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퍼즐 하나를 찾은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의 목표는 실험실에서 자궁을 인위적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브랜스트롬 박사가 공언한대로 자궁이식을 한 경험이 인공자궁 개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인공자궁 개발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불임여성이 늘어나면서 인공 자궁의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면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었다.
실제로 미 코넬대 연구진은 상피세포와 기질세포를 이용한 공생배양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바도 있다. 해당 결과가 수정란 착상과 태반 형성에 필수적인 인공 자궁 개발을 가시화시키는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상황이다.
흔히 인공 자궁을 인큐베이터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인공 자궁은 수정란의 착상부터 시작하여 태아 성장, 출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진행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조직공학과 생체공학은 물론 유전자 공학 등 모든 첨단과학이 밀집돼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 자궁내막 및 인공태반, 인공양수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모체의 온도와 흡사한 온도 조절장치와 태아의 감각을 일깨워줄 자극 시스템이 수반되어야한다.
이처럼 인공 자궁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다. 앞으로도 언제쯤 해당기술이 선보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저명한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미래학자인 졸탄 이스트반(Zoltan Istvan)은 “최근 과학발전기술 속도에 따르면, 약 20년 후인 2034년에는 주위에서 인공 자궁을 통한 출산 모습을 흔히 접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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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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