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과학으로 정복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탈모, 유두 세포 GAS6 분자로 치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이제 ‘탈모’에도 해당한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탈모를 유발한다고 알려졌으나 만성 스트레스와 탈모와의 상관관계는 명확한 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스트레스 탈모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새로운 연구가 공개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모낭 줄기세포의 기능 장애와 관련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스트레스 호르몬을 투입하여 스트레스와 탈모와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이들은 유두 세포 GAS6 분자를 통한 표적치료로 탈모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과학자들은 탈모를 정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연구 외에도 최근 고지혈증 치료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등을 이용, 신약 재창출을 통한 탈모 치료 연구가 성과를 내면서 새로운 탈모 치료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다.

모발은 일생동안 성장과 퇴화, 휴식(휴지) 상태를 반복하며 재생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휴지기가 길어져 탈모가 진행된다. ⓒ 위키미디어

스트레스, 모낭 재생 느려지게 만들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국제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미국 하버드대 줄기세포 및 재생생물학과 연구진의 모낭 줄기세포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과학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탈모의 원인 및 탈모 과정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모발은 성장기(anagen), 퇴화기(cayagen), 휴지기(telogen)의 세 단계를 거쳐 생성된다. 모발의 재생 단계의 약 85~90%는 성장기에 속한다. 모낭 줄기세포(HFSCs, Hair-follicle stem cells)가 활성화해 모낭과 모발을 재생하는 성장기 때는 모발이 자란다.

퇴화 단계에서는 모발의 성장이 멈춘다. 모발이 빠지는 시기는 휴지기 상태다. 모발은 휴지기(telogen) 일 때 새로운 조직을 재생하지 않는다. 이 시기 모발은 한동안 잠복해 있다가 결국 빠진다.

모발 성장 주기 중 휴지기(telogen) 상태가 길어지면 탈모가 진행된다. ⓒ 위키미디어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모낭 줄기세포에 영향을 미쳐 휴지기가 길어지면서 탈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생쥐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연구진은 만성 스트레스를 받는 생쥐 모델의 모낭 줄기세포가 장기간 휴지기 상태에 머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그룹의 코르티코스테론 호르몬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은 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으로 생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을 정상 생쥐에게 주입해 스트레스와 모낭 줄기세포와의 연관성을 관찰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생쥐의 털 생성 주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호르몬을 주입하자 정상 생쥐의 모낭 줄기에서도 모낭 줄기세포가 장기간 휴지기를 가지는 효과를 나타냈다.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코스테론)이 휴지기를 연장했기 때문에 장시간 모낭 재생이 안 됐던 것이다. 코르티코스테론을 제거하자 생쥐의 모낭 줄기세포는 휴지기가 짧아지며 성장기가 빠르게 반복됐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모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 Nature

사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실제로 작용한 건 모낭 줄기세포가 아니라 모낭 근원부에 있는 진피 유두 세포 무리(dermal papilla)였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확히 진피 유두 세포의 ‘GAS 6’ 분비를 차단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GAS 6’는 모낭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분자다.

코르티코스테론이 ‘GAS 6’을 억제해 모낭 줄기세포 정지를 조절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역으로 ‘GAS 6’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탈모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인체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제고 등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앞으로 유두 세포 ‘GAS 6’ 분자를 통해 재생 기능을 살린다면 근본적인 탈모 치료도 가능하리라 전망했다. (논문 바로가기)

과학자들의 탈모 치료에 대한 시도, 새로운 길여나?

탈모 정복을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 이영 교수팀은 원형탈모 발병과 관련성 높은 유전자 34개와 39개의 변이 위치를 찾아 탈모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팀은 SCI 국제학술지 ‘Journal of Dermatological Science’에 고지혈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심바스타틴(simvastatin)이 사이토카인을 감소시키며 원형탈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그동안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탈모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 위키미디어

소아 원형탈모에도 신약 재창출을 통한 탈모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해외 제약계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알려진 경구용 JAK 억제제가 소아용 탈모에 개선효과를 보이고 있어 신약 승인을 위한 다양한 연구 및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성종혁 연세대 약학대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의약개발 업체 스템 모어에서도 최근 모낭을 구성하는 핵심 세포인 모유두 세포를 활성화해 모발 이식술을 대체하는 연구를 특허 내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탈모 치료 방법을 모색 중이다.

과학자들의 탈모 정복을 향한 부단한 노력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탈모 치료’에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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