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잊을 수 없는 사랑의 별자리 ‘오리온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12월 둘째 주 별자리

이번 주는 절기상 대설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눈 소식은 없다. 예년에 비해 기온도 높아서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움직임이 변한 것은 아니다. 지구는 언제나처럼 태양을 돌고 있고 밤하늘에는 어김없이 겨울철의 별자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일 년 중 밤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밤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밝은 별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15개의 일등성 중 무려 7개가 겨울 별자리에 속한다. 그중 일등성을 두 개나 가지고 있어서 가장 밝고 화려하게 보이는 별자리가 바로 오리온자리이다.

달빛 속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연인인 사냥꾼 오리온의 별자리로 알려져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달이 뜬 밤에는 오리온자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달과 금성이 만나는 날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금성이다. 금성의 밝기는 -4등급 정도로 1등성보다도 100배 정도 밝다. 요즘 금성은 새벽하늘에서 해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뜬다. 새벽 6시경 동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샛별인 금성이다.

금성이 뜨는 시각은 지난달에 비해 한 시간 정도 늦어졌다. 금성이 뜨는 시각이 늦어진다는 것은 지구에서 볼 때 금성이 점점 더 태양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새벽하늘에서 금성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내년 봄이 되면 금성은 태양의 뒤쪽을 지나 저녁 하늘로 옮겨 갈 것이다.

이번 주 금성의 위치. Ⓒ https://www.solarsystemscope.com

13일 새벽에는 그믐달과 금성이 함께 있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5시 40분경 금성이 뜨고 바로 뒤를 따라서 왼쪽으로 볼록하고 가느다란 눈썹 모양의 그믐달이 떠오른다. 금성과 그믐달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때는 새벽 6시 30분경이다. 해가 뜨는 시각이 7시 40분경이기 때문에 그믐달과 금성이 함께 있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앞으로 금성과 그믐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지구와 금성이 같은 위치에서 만나는 주기(회합주기)가 584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내년 봄까지는 금성이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기 때문에 새벽하늘에서 달과 금성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봄이 지나면 금성은 저녁 하늘에서 초승달과 함께 보일 것이다. 금성이 그믐달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려면 2022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12월 13일 새벽 5시경 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잊을 수 없는 사랑의 별자리 오리온자리

별자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오리온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영화사의 이름이던, 과자 회사의 이름이던 오리온은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익숙하게 불려왔다.

오리온이란 이름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 중 가장 밝고 눈에 띄는 별자리가 바로 오리온자리이기 때문이다. 북반구 중위도 지방에서 볼 수 있는 15개의 일등성 중 두 개를, 오십 개 남짓한 이등성 중 다섯 개를 오리온자리가 차지하고 있다.

88개의 별자리 중 일등성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별자리는 오리온자리와 남십자자리뿐이다. 그중 오리온자리는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매우 큰 별자리인데 반해 남반구 하늘에 위치한 남십자자리는 가장 작은 별자리로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12월 7일 밤 9시경 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겨울 별자리의 중심에 위치한 오리온자리는 마치 풍물놀이에 쓰이는 장고처럼 생겨서 옛날에는 장고별, 혹은 북별이라고 불렸다. 장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겨울밤 가장 밝은 별이 몰려 있는 곳에서 이 별자리를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

별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리온자리를 북두칠성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일곱 개의 별이 마치 찌그러진 국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저녁에는 북두칠성이 지평선 근처로 내려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착각을 하기가 더욱 쉽다. 하지만 오리온자리는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지기 때문에 결코 북쪽 하늘로 들어갈 염려는 없다. 오리온자리가 정확히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것은 이 별자리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에 걸쳐져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위대한 사냥꾼이다. 오리온이란 이름은 오줌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우리아’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런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은 오리온이 오줌을 묻힌 가죽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고 화려한 별자리지만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가장 슬픈 사연을 간직한 별자리이기도 하다.

오리온은 사냥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도 약속하게 되지만 여신의 쌍둥이 오빠인 태양신 아폴론은 둘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불멸의 여신인 동생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폴론은 오리온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결심이 서자 아폴론은 오리온에게 금색의 빛을 씌워서 보이지 않게 만들고 아르테미스에게로 다가갔다. 아폴론은 평소에 활쏘기 실력을 자랑했던 아르테미스에게 멀리 있는 금색의 물체를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사냥의 신이자, 활쏘기의 명수인 아르테미스는 오빠의 계략도 모른 채 활시위를 당겼고,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김없이 오리온의 머리에 명중되었다. 자신이 쏘아 죽인 것이 오리온이었음을 안 아르테미스는 슬픔에 빠져 오랜 시간을 눈물로 지새웠다.

결국, 그녀는 오리온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오리온의 시체를 안고 제우스 신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우스 신에게 오리온을 하늘에 올려 자신의 달 수레가 달릴 때에는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우스 신은 아르테미스의 청을 받아들여 달빛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는 제일 밝은 별들로 오리온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폴론이 오리온을 죽이기 위하여 보낸 것이 전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늘에서 오리온과 전갈이 동시에 등장하지 않고 전갈이 사라진 뒤에만 오리온이 나타나기 때문에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추측된다.

적도에 걸쳐져 있는’삼태성’

하늘의 적도에 걸쳐져 있는 이 별자리의 중심부에 바로 삼태성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이등성이 있다.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하는 이 별들을 남쪽으로 연장하면 큰개자리의 알파별 시리우스에 이르고, 북쪽으로 연장하면 황소자리에 닿는다. 삼태성은 우리나라의 황도 별자리인 28수 중 하나인 삼(參)수에 해당하는 별로 예로부터 세쌍둥이 별로 불렸던 별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늘의 적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디에서 보더라도 항상 정동(正東)에서 떠올라 정서(正西)로 가라앉는다. 따라서 삼태성이 뜨는 위치를 확인하면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정확히 동쪽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지는 방향을 보고 정확한 서쪽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단, 동쪽에서 떠오를 때는 세로로 서 있고, 서쪽으로 질 때는 가로로 누워 있다. 떠오를 때의 모습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보인다고 해서 옛날에는 저승으로 가는 길, 혹은 저승사자가 내려온 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삼태성의 남쪽에 보이는 작은 세 개의 별을 삼태성과 비교하여 소삼태성이라고 부른다. 소삼태성의 중앙에 있는 별은 사실 별이 아니라 가스가 모여 있는 성운이다. 이 성운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성운으로 오리온대성운이라고 불리는데 그 중심에서는 지금도 가스가 뭉쳐져서 별이 만들어지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오리온대성운. Ⓒ NASA, ESA

겨울철의 대삼각형

오리온자리의 으뜸별 베텔게우스(Betelgeuse)와 큰개자리의 으뜸별 시리우스(Sirius), 작은개자리의 으뜸별 프로키온(Procyon)이 만드는 커다란 정삼각형을 ‘겨울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겨울철의 대삼각형은 모두 밝은 1등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겨울철에 다른 별을 찾는 가장 중요한 길잡이별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오리온자리와 겨울철의 대삼각형. Ⓒ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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