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재산 피해액이 최대 25조엔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한화로 333조5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액과 비교해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30일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 ‘동일본 대지진의 경제적 영향과 전망’을 통해 대지진으로 전파 또는 반파된 도로, 항만, 공장, 주택 등의 피해액만 최대 25조 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21일 일본의 지진 피해액을 약 19조엔(2천350억달러)으로 추정했는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원전 상황 등으로 감안, 6조엔이 더 늘어난 25조 엔으로 추정한 것이다.
25% 전력공급 상실로 GDP 1.0% 감소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시설 파괴, 원전사고로 인한 계획 정전 등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예상되며 이로 인한 일본의 2011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3~1.5%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부족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가동 중단 중인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사고지역과 인접한 지역에서 전력을 조달하는 등 비상조치를 통해 올 여름까지 약 4천500만 KW의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나, 여름 최대 수요량인 5천500만~6천만KW의 약 25%인 1천500만 KW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도쿄전력이 향후 3년간 전력공급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GDP의 약 1.75%가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조4천억 엔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생산시설 파손과 피해지역 부품업체의 부품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감소는 2011년 중에 제한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이로 인한 GDP 감소율은 0.3~0.5% 포인트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확대일로에 있는 방사능 유출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 이로 인한 GDP 감소는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클 수 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인해 방사능 오염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과 가공제품에 대한 기피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
방사능 공포 확산 시 기업 해외 이전 가능성
또한 고용상실과 이에 따른 소득감소, 방사능 공포에 따른 외부활동 자체,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전체 피해규모가 고베 대지진에 2.5배에 이르며, 피해회복에 걸리는 기간 역시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피해복구에 따른 2011년 경제성장률 증가효과는 0.7~1.1%로 추정했다. 주택, 건물 등 인프라를 원상 복구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부터는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고질병인 재정적자는 더욱 악화돼 2015년 이후 경제성장율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0년 현재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226%에 달하고 있으며, 지진 복구비용으로 적어도 5조엔 이상의 추가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 등 환경 리스크 역시 일본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사능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지역 내 기업들의 국내외 이전이 예상된다는 것.
산업별 피해현황을 보면 반도체 산업의 경우 지진 피해를 당한 도시바, 르네사스, 후지쯔, 신에쓰, 섬코, 캐논 등의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가동이 중단된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경우 생산능력이 세계 전체 생산량의 1.7%, 메모리 반도체는 2% 수준에 불과해 세계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 피해 예상보다 크지 않아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히타치와 파나소닉의 패널 생산라인과 일부 디스플레이 부품 및 장비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했는데, 패널공장의 규모가 작은 편이고, 재고도 충분한 상황이라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로부터 중소형 패널용 기판유리를 공급받고 있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업체들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 및 석유산업의 경우는 일본 정유시설의 12%, NCC(Naphta Cracking Center) 설비의 17%가 가동을 정지한 데다 피해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일본은 물론 해외 업체들까지 많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 중 일본의 독과점 품목이 많은 전자재료 분야는 일부 제품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전자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비시 화학의 페놀 및 아세톤 공장의 가동이 정지됨에 따라 인쇄회로기판용 소재인 BPA와 에폭시레진 수급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지진으로 인해 지난 2주동안 38만5천대의 차량생산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도요타, 혼다, 닛산의 경우 현재 일부 공장의 재가동을 시작했으며, 혼다는 스즈카 공장과 사야마 공장을 4월3일부터 재가동할 예정으로 있어 차츰 정상을 찾아나가는 상황이다.
철강산업의 경우는 지진피해 지역에 일본 조강생산능력의 약 25%를 차지하는 공장이 몰려 있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스미토모 금속의 가시마 제철소는 공장 내 가스홀더 화재로 고로 내벽과 코크스로가 손상되면서 가동을 중단했다. 신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는 침수 피해로, JFE 스틸의 동일본제철소는 화재로 고로 가동을 중단했다 현재는 가동을 재개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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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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