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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편집위원
2011-03-17

일본 원전사고 최악 7등급 직전… 미 ISIS 사고등급 6등급으로 상향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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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AEA)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장, 사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제 원자력 고장·사고 등급(INES :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을 도입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0~7등급까지 8개 단계로 나눈 다음 0~3등급까지는 ‘고장(Incident)’, 4~7등급까지는 사고(Accident)로 구분하고 있다. 또 안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고장(Incident)에 대해서는 등급외 사건(out of scale)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를 생각하면 이 등급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도로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멈춰 섰다고 한다면 그것은 ‘고장’이다. 주변에 큰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장으로 인해 다른 차나 건물 등을 치받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고’다. INES는 그동안 발생한 여러 가지 고장·사고 사례를 예로 들면서 8가지 등급을 정하고 있다. 

최악의 사례는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 

0등급을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경미한 고장(Deviation)’이라고 한다면, 1등급은 기기고장, 운전 미비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상태, 즉 ’단순고장(Anomaly)‘을 말하한다. 2등급은 안전계통에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Incident)‘으로, 3등급을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큰 ’심각한 고장(Serious incident)‘으로 분류하고 있다.

4등급은 연간 허용치 정도의 ‘소량의 방사성물질 외부방출(Accident with local consequences)사고’, 5등급은 방사성물질에 대한 부분적 대처가 요구되는 ’방사성물질의 한정적 외부방출(Accident with wider consequences)‘ 사고다.

마지막으로 6등급은 방사성물질에 대한 비상계획이 전면적으로 요구되는 ‘방사성물질의 상당량 외부방출(Serious accident)’ 사고로, 7등급을 한 국가 이외에 다른 나라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방사능 피해를 주는 ‘방사성물질의 대량 외부방출(Major accident)’ 사고로 분류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7등급을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적절한 사례는 체르노빌 사고다. 1986년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유럽 전역은 물론, 아시아 지역 한반도까지 낙진이 검출될 정도였다. 이 발전소는 RBMK-1000형이라고 하는 흑연감속비등경수냉각방식(黑鉛減速沸騰輕水冷却方式)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6등급의 사례는 1957년 9월29일 러시아 키시팀(Kyshtym) 사고다. 이 사고는 마야크(Mayak) 재처리 공장 근처의 한 폐쇄된 도시에서 발생했다. 이곳에 있는 군용 방사능폐기물재처리 시설 냉각시스템 고장으로 방사성 증기 70~80톤이 누출됐는데, 당시 소련 당국이 이 사실을 밝히지 않는 사이에 방사능이 확산,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5등급의 사례는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해 이후 수십여년 간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중단 사태를 불러왔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다. 이 사고는 냉각장치 파열로 핵연료가 누출된 사고였다. 가압수형경수로((加壓水型輕水爐)에서 물을 공급하는 주급수 펌프계통 고장을 일으킨데다 운전원이 긴급노심냉각장치를 멈추게하는 실수를 범하면서 방사능이 유출 주변 8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 대피소동이 있었다.

최고수준인 7등급 도달할 수도…

16일 오전 미국 핵 전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웹사이트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6등급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해 발표했다.

ISIS는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불행하게도 최고수준인 7등급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이 발표에 앞서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를 ‘5등급 내지 6등급’에서 ‘6등급’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국의 앙드레 라코스트 위원장은 “지금(한국 시간 16일 새벽) 전날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스리마일 원전사고의 중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 원자력 당국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는 당초 이번 사고의 규모가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보다 한 단계 밑에 있는 4단계”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15일 세 차례의 폭발이 이어지고, 16일 들어 5, 6호기에도 이상이 발견되는 등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일본 당국 역시 6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16일 오후 “제1원전 4호기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봉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도통신과 dpa통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저장한 수조의 물이 끓어 수위가 낮아지고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재임계 상태가 돼 핵분열 연쇄반응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이날 밝혔다.

현재 도쿄전력은 핵분열을 막기 위해 붕산을 헬기로 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 후 연료봉은 통상 온도나 방사능 수준이 사용 전보다 크게 낮아져 재임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도쿄전력의 이 같은 방침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4호기 현장서 방사선량 급상승 작업 철수

15일 일본 정부는 “대형 원자력 재난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4호기의 사용 후 연료봉 저장 수조에 냉각수를 투입하라고 지시했으나 현장의 방사선 수치가 너무 높아 직원들이 접근을 못한 상황에서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한때 4호기 냉각을 위해 자위대 헬기에서 다량의 물을 투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핵연료 손상 및 자위대원의 피폭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일단은 고압호스를 이용한 물 살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호기는 전날 수소 폭발로 추정되는 폭발과 불길에 휩싸인데 이어 이날도 불길이 목격되면서 이미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을 유출시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용후연료봉은 냉각되지 않으면 잔열로 온도가 높아져 연료봉 외부 피복재가 녹으면서 내부의 방사선이 그대로 새어나오고 연료봉에 불이 붙어 방사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가스를 내뿜게 된다.

한편 연쇄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제1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오전 10시께 급상승해 작업원들이 일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전 10시45분부터는 수치가 다시 낮아졌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3호기 격납용기에서 방사선을 포함한 수증기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높은 수치가 검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에다노 장관은 “그러나 제1원전 3호기 격납용기에 손상이 우려된다”고 말해 방사능 노출 피해가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 소속 전문가 2명을 일본에 파견한 데 이어 전문가 34명과 계측 장비 등을 작업 현장에 보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1986년 체르노빌 폭발사고 현장에 있었던 원자력 전문가팀을 일본에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 한국 정부도 일본이 원자로 냉각에 필수적인 붕소 수십 톤을 긴급 요청함에 따라 조속히 붕소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3-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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