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도 전기료 인상…연료비 상승·한전 적자 고려

인위적 억제 어려워져…연료비 연동제 실효성 우려도 부담

23일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이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한 것은 발전 연료비 상승과 한전의 경영 악화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해 서민경제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더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2∼3분기 유보 권한을 이용해 전기요금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동결한다면, 정부가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를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란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4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는 3분기보다 kWh당 3.0원 오른 0.0원으로 책정됐고, 이에 따라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의 10∼12월 월 전기료는 최대 1천50원 오르게 된다.

올해부터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4분기 평균 실적연료비(6∼8월 평균 연료비·세후 기준)는 ㎏당 유연탄이 평균 151.13원, LNG는 601.54원, BC유는 574.40원이다. 3분기 때보다 유연탄은 17원 이상, BC유는 53원 이상 각각 올랐으며 LNG는 무려 110원 이상 상승했다.

이런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10.8원으로, 전분기(-3.0원)보다 13.8원 올라야 맞지만, 인상 폭은 3.0원에 그쳤다.

이는 분기별 요금을 최대 kWh당 5원 범위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0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도록 상한 장치를 뒀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오른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정부와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적용한 올해 1분기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0원 내렸다.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는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묶어놨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료 인상 요인이 생겼음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2개 분기 연속 인상을 유보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최근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커지자 4분기 역시 요금이 동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연료비 상승분을 계속해서 인위적으로 배제하면 연료비 연동제란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에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전의 적자가 쌓이는 점도 계속 요금을 묶어놓기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고유가로 인해 2분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작년 동기 대비 1조2천868억원(8.1%)이나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전기판매수익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2분기에 7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는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가 올해 4조원 상당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는 연료비 상승분에 따른 부담을 한전에 고스란히 떠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요금 조정으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일단 가라앉게 됐다.

정부는 2011년에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유가 상승기와 맞물려 시행을 미루다 2014년 폐지한 전례가 있다.

전력 산업계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이행을 위해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전력 인프라 구축 등 안정적 전기 공급에 필요한 장기적 투자를 제때 실행하려면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전의 RPS(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비용은 2016년 1조4천104억원, 2017년 1조6천120억원, 2018년 2조163억원, 2019년 2조474억원, 2020년 2조2천47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기준 1조6천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석탄, 천연가스 등 연료비가 작년보다 거의 2배로 오르고 한전의 재생에너지 전력구입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증가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3.0원 조정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사실 원칙대로라면 2∼3분기에도 연료비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이 조정됐어야 했다”면서 “3.0원 올려봐야 한전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피할 수 없으므로 충분하진 않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살려놓는 신호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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