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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2

인터넷 커뮤니티의 역사 이강룡 웹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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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오프라인의 커뮤니티가 인터넷에 구현된 것을 말한다. 같은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고 친목을 다지는 등 여러 활동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등장했다고 해서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크게 약화된 건 아니지만 이제 그 둘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번개’라는 단어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떠올리게 되는 건 순전히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시작된 건 언제일까? 개인용 컴퓨터(PC)의 대중화에 이어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80년대 후반에 케텔(KETEL, 하이텔의 전신)과 천리안 같은 PC 통신망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처음 만들어졌다.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주제는 주로 컴퓨터와 인터넷,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고 ‘BBS(사설 전자게시판)’를 중심으로 동호회가 꾸려졌다.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3대 PC통신망에 많은 동호회가 결성됐고, 유니텔, 넷츠고, 채널아이 같은 후발 PC통신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좀 더 다양하게 확대됐다. 지금 IT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3,40대의 인터넷 전문가들 중 다수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에 왕성한 동호회 활동을 하던 이들일 것이다.


PC통신에서 웹으로 대이동


1996년~1998년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중심이 PC통신에서 웹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텔넷 기반의 인터넷 통신에 익숙해 있던 인터넷 사용자들은 강력하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웹을 경험하고 나서는 자연히 웹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후반 ADSL같은 고속 통신망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사용자들은 월드와이드웹 기반의 대용량 멀티미디어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접속되던 모뎀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당연히 인터넷 커뮤니티도 웹 커뮤니티로 이전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특히 1997년 초 네띠앙이 개인 홈페이지 계정과 동호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개인 홈페이지와 동호회 개설이 붐처럼 일어났다. 수천 명에서 때론 수만 명까지 회원을 보유했던 동호회의 시솝(대표 운영자)들은 통신망과 웹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많은 동호회가 웹으로 옮겨갔고, 서서히 서비스 범위를 좁혀가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이 2003년에 PC통신 부문 사업을 모두 정리하면서 마지막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동호회도 모두 사라지고 이제 인터넷 커뮤니티는 웹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PC통신에서 동호회를 개설하려면 20~30명의 발기인과 승인 과정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했던 것에 비해 웹 기반의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는 훨씬 편리해지긴 했으나 초기의 웹 커뮤니티 또한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간단한 가입절차 만으로 커뮤니티 개설이 가능해졌고 ‘다음 카페’, ‘네오위즈 세이클럽’, ‘프리챌’ 등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대명사처럼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다음 카페는 서비스 개시 후 3개월 만에 1만 4천여 개의 동호회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정원사처럼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전반을 관리하는 ‘웹 커뮤니티 가드너(Web Community Gardener)’라는 신종 직업이 알려지게 된 때도 이 무렵이었다.


당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은 사업의 성패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용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할 정도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수익 창출 방안 연구에 열을 올렸는데, 2002년 프리챌이 여러 기능적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면서 과감하게 유료화를 선언했으나, 사용자들의 외면으로 결국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그동안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네이버(NHN)가 ‘카페’라는 이름으로 뒤늦게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카페라는 명칭을 두고 원조격인 다음과 상표권 분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법원이 내린 결론은 카페라는 말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흔히 인터넷 카페라고도 부르는데 어쩌면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미 변화


인터넷 커뮤니티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거나, 스타의 팬 사이트가 되거나, 동문회나 소모임의 연락방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익명의 커뮤니티도 있다.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분야별 게시판이 있는데,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은 회원가입이 필요없는 익명의 상태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지만 소위 ‘디시폐인’이라고 하는 동질감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반 인기를 끌었던 ‘플래시 몹(flash mob)’도 이런 익명 커뮤니티의 연장선에 있다. 플래시 몹이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연락을 통해 모인 익명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동일한 행위나 말을 일정 시간동안 표현하고 사라져 버리는 일종의 깜짝 모임인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모임이 공지되고 오프라인에서 모임이 이뤄지면 그곳엔 익명의 참여자들만 있을 뿐 회원들 간에 아무런 대화도 없이 다시 뿔뿔이 흩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정의할 때 아마도 ‘익명’이란 대목을 배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개인과 커뮤니티(다수)의 중간쯤에 있는 것으로 ‘개인형 커뮤니티’라고 불리기도 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여러 방식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처럼 번개모임을 갖기도 하고, 친분이 쌓인 다른 이들과 네트워크를 이루기도 하고, 관심사에 관해 여럿이 함께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미가 계속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카스는 인간의 유희 활동을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으로 나누었는데, 유한 게임은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처럼 승부를 내는 것이 목적인 반면, 무한 게임은 취미 활동이나 개인 수양처럼 게임을 지속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한게임은 규칙이 고정돼 있는 반면, 무한게임은 게임 참여자들의 합의 하에 규칙을 바꿔나가면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은 무한 게임이다. 구성원들이 상호 합의하에 규칙을 새로 만들어 가고, 때로 승리감을 서로서로 나눠 가지면서, 무한 게임으로서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2004-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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