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PDP, OLED 등 디스플레이나 터치스크린, 박막 태양전지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투명전극. 전자 통신기기가 현저히 발달하면서 투명전극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대표적인 투명전극 소재로는 인듐주석산화물(ITO)이 있다.
ITO는 우수한 광학적, 전기적 성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자가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어려운 요인들을 안고 있다. 잘 깨질 뿐 아니라 반드시 고온증착 공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유연성이 부족한 탓에 휘어지는 소자에 활용하는 것은 자연히 어렵고, 고온증착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인쇄기법에는 적합하지 않다.
매장량에도 한계가 있다. ITO의 주원료인 인듐은 매장량이 한정적이어서 불가피하게 가격상승을 동반한다. 때문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투명전극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ITO를 대체하기 위한 투명전극으로 카본나노튜브, 그래핀, 은나노와이어, 금속산화물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중에도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소재는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황산 이용한 간단한 용액공정
전도성 플라스틱은 ITO를 대체할 투명전극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는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로 이뤄져 있어 유연한 성질을 지닌다. 고가(高價)의 고온증착 방법이 아닌 저온 용액공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지녀 유용성 측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도성 플라스틱으로는 ‘피닷:피에스에스(PEDOT:PSS)’가 있다. 많은 연구진에 의해 여러 유기용매나 계면활성제, 산 처리를 통해 해당 물질의 전도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ITO를 대체할 만한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지 못해 실질적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 투명전극의 한계를 극복할 최고 전기전도도를 갖는 인쇄형 플라스틱 투명전극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차세대에너지연구소 이성호 박사가 주도하고, 신소재공학부 김나라, 기세영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 저렴한 황산을 이용한 간단한 용액공정을 통해 성능이 높은 인쇄형 플라스틱 투명전극을 개발한 것이다.
투명전극이란 이름 그대로 가시광 영역에서 85% 이상의 높은 광투과도와 높은 전기전도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전극을 의미한다. 디스플레이 소자나 태양전지의 핵심부품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희귀금속을 주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사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저희 연구팀은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전도성 플라스틱과 저렴한 황산을 이용해 사용이 편리한 투명전극을 개발했습니다. 신문을 인쇄하는 것처럼 간단한 용액공정을 거쳐 유연한 전자소자 구현에 꼭 필요한 투명전극을 만든거죠. 이는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TV 혹은 휴대폰에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가방이나 텐트에도 적용할 수 있어 태양전지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죠. 향후 휘어지는 전자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시각화 해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누리고 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얇고 가벼우며 휴대성이 용이한 전자제품을 원한다.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가 많은 연구진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어요. 이처럼 유연한 전자소자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유연한 투명전극이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죠. 기존에 딱딱한 투명전극도 우리가 사용하는 LCD, PDP, OLED TV와 같은 디스플레이나 휴대폰의 터치스크린, 박막 태양전지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유연한 디스플레이나 휴대폰 등이 실생활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투명전극과는 확연히 다른 투명전극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고요.”
앞서 언급했든 현재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투명전극 소재는 인듐주석산화물(ITO)이다. 하지만 해당 소재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광희 교수팀은 ITO를 대체할 투명전극 소재로 전도성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이광희 교수는 “전도성 플라스틱은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같이 가볍고 유연하며 가공하기 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동시에 금속처럼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다. 대부분의 전도성 플라스틱은 가시광 영역에서 투과도가 좋기 때문에 투명전극 소재로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자소자의 전극으로 사용하기에는 전기 전도도가 낮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희는 전도성 플라스틱 박막을 황산에 담궜다가 물로 세척하는 간단한 처리를 통해 전기 전도도가 4000배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황산 처리로 향상된 전도성 플라스틱 박막의 전기 전도도는 ITO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전 실험에서 단분자 하나하나를 진공에서 기화시켜 고분자를 합성하는 증착공정으로 높은 전기 전도도를 얻은 적이 있지만 상용화가 가능한 용액공정을 통해서 결과를 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산이 전도성 고분자의 나노구조를 알갱이 형태에서 나노섬유 형태로 바꿔주면서 결정도를 높여 전도도가 향상된 것입니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전도성 고분자 박막을 투명전극으로 사용해 유기 태양전지를 제작해보니 ITO를 사용한 경우에 대비해서 90% 이상의 성능을 나타냈어요.”
기존 이론과 기술적 한계… 극복 어려웠죠
“하지만 연구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전도성 플라스틱에 황산을 이용한 용액공정을 적용하면 구조가 재정렬 되면서 증착공정을 거쳤을 때와 유사한 결정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플라스틱의 전기 전도도를 ITO에 버금가도록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죠. 하지만 그러한 구조적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 수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분자 구조 정렬에 대한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많은 실험과 다양한 분석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의 이론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죠.”
연구팀의 전도성 플라스틱 투명전극은 저렴한 고분자를 원료로 사용하고 간단한 용액공정으로 인쇄하듯 생산할 수 있으므로 기존 ITO 투명전극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TV와 컴퓨터, 휴대폰 등의 디스플레이 및 터치스크린에는 깨지기 쉽고 값비싼 ITO 투명전극이 사용되고 있는데 ITO 투명전극을 대체해 사용할 경우 기존 전자소자의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고, 휘어지고 투명한 전자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도성 플라스틱의 전도도를 높이는 연구는 기존의 값비싼 ITO 전극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도도의 플라스틱에서 새로운 물리적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전극이 실질적으로 상용화 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보다 높은 전기 전도도가 확보돼야 합니다.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금속처럼 전기가 매우 잘 통하는 고 전도성 플라스틱을 개발함으로써 가볍고 유연하며 저렴한 ‘플라스틱 전자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겨 더욱 편리한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4-2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