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성경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어떻든 최초의 남자 조상은 ‘환인/아담’이고 여자 조상은 ‘웅녀/이브’ 가 되는 셈이다. 최초의 조상인 환인/아담과 웅녀/이브는 어디에서 살고 있었을까?
정자가 핵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난자는 핵 외에 많은 세포질을 더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태어나는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두 핵에 의한 유전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세포질에 의한 유전적인 영향도 받게 된다.
세포질 속에는 미토콘드리아·리보솜·소포체·골지체 등의 많은 세포소기관들이 들어있다. 이 중 미토콘드리아는 핵 속의 염색체에 들어있는 DNA(유전자)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은 난자의 세포질에 의한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아들과 딸의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에서, 어머니와 외삼촌의 것은 할머니에서 내려온 것이다. 따라서 자식들의 미토콘드리아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유전적인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속의 DNA에 의한 모계 중심의 유전을 세포질 유전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는 미토콘드리아 원시 유형으로 L0, L1, L2형이 있고, 여기에서 아프리카에 고유한 L3형과, 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한 M형과 N형이 생겨난 후, 기후 환경 등에 적응하면서 여러 변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럽에는 N형이 진출해 H, I, J, T, U, V, W, X형이 만들어졌고, 아시아에는 M형과 N형이 함께 시베리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해 A, C, D, G형 등이 만들어지고 아울러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B, F, M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명 탄생 초기인 원시 생명체 시절에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단세포 생명체였다. 그러다가 15억~20억 년 전에 단세포 생명체들이 합쳐지면서, 합쳐진 세포의 세포질에 미토콘드리아가 위치하게 되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는 자기 지신의 독자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핵 속의 염색체에 들어있는 DNA만큼 철저하게 보호되지 못하기 때문에, 핵의 DNA에 비해 5~10배 정도로 돌연변이를 잘 일으킨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돌연변이 된 특성은 인구집단별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도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재난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체 식별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분석 방법이 사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남자만이 가지고 있는 Y염색체는 크기가 X염색체의 1/3정도이고, 유전자 수는 1/100에 해당하는 30개 정도이다. 그 가운데 약 15개는 X염색체와 공통되는 유전자이고, 나머지 15개는 Y염색체에만 들어있다. 그것은 남자다운 매력과 남자의 생식 능력을 가지게 하는 유전자이다. 태아가 발생할 때, Y염색체에 들어 있는 성 결정 유전자(SRY)가 작동하면서 정소와 음경이 만들어지고 남자가 된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하여 최초의 여자 조상인 웅녀/이브를 연구하는 것처럼, Y염색체는 최초의 남자 조상인 환인/아담을 알 수 있는 실마리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 나와 아시아 남방으로 이동하던 집단의 Y염색체에 M175로 명명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면, 이들 후손의 Y염색체엔 모두 M175라는 돌연변이 흔적이 남는다. 이 흔적을 거슬러 추적한 결과 모든 인류는 아프리카의 한 조상에서 기원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최초 조상인 환인/아담과 웅녀/이브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