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나 그림물감의 원료로 쓰이는 황토를 오커(ochre)라고 한다. 이 오커로 만든 가장 오래된 그림이 발견됐다.
8일 ‘사이언스’, ‘가디언’, ‘BBC’ 등 주요 언론들은 5만18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오렌지 색 오커로 그린 그림들이 보르네오 섬 동쪽 칼리만탄 지역에 있는 루방 제리지 살레이 동굴(Lubang Jeriji Saléh cave)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벽화 안에는 동남아시아 들소 반텡(banteng) 등 야생 가축들이 그려져 있었다. 발굴 팀은 이 그림이 이전에 가장 오래된 벽화였던 인도네시아 동부 술라웨시(Sulawesi) 섬의 벽화보다 4000년 이상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5만1800년 전에 그려진 동굴 벽화가 보르네오 섬 동쪽 칼리만탄 지역에 있는 루방 제리지 살레이 동굴에서 발견됐다. 이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벽화보다 6000년 이상 앞선 것이다. ⓒ Luc-Henri Fage
“인류 문화사 다시 재편할 최고(最古)의 벽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고고학, 인류학 등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동물이나 사람 등을 그린 구상화(figurative paintings)의 고향이 아시아가 아닌 프랑스 쇼베 동굴(Chauvet Cave)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쇼베 동굴에는 3만5000년 전에 그린 선사시대 코뿔소, 동굴 사자, 무소, 말, 들고양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호주 그리피스 대학의 지구화학자 겸 고고학자인 맥심 오버트(Maxime Aubert) 교수가 이끄는 탐사팀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에서 야생 돼지들이 그려져 있는 3만5400년 전 동굴 벽화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 벽화의 예술성에 대해 고고학자 등은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다르다. 때문에 인류 최초의 예술적인 전통이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함께 번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8일 오버트 교수가 이끄는 인도네시아‧호주 공동연구팀은 5만1800 년 전에 그려진 야생 가축들의 형상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 지에 발표했다. 이 벽화에는 4만 년 전 사람의 손바닥을 도장처럼 찍어 그린 자국도 같이 있었다.
루방 제리지 살레이 동굴벽화에 그려진 야생 가축 그림들, 손바닥 자국 모두 연대로 보면 세계 최고(最古)의 기록이다.
이번 탐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본 호주국립대학의 고고학자 수 오코너(Sue O’Connor) 교수는 “오베르 교수 탐사팀이 인류 문화사를 다시 되돌아볼 최고(最古)의 벽화이면서 수준 높은 벽화를 발견했다”며 놀라움을 표명했다.
그는 “이전까지 세계 최고(最古)의 그림이었던 술라웨시 벽화는 독특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보다 이전부터 내려온 거대한 예술적, 상징적인 전통을 답습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벽화는 독자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생 인류의 이동경로와 문화사 재편 가능성
인도네시아 동부 칼리만탄 지역에는 많은 동굴들이 있다. 이번에 루방 제리지 살레이 동굴에서 발견한 벽화들은 각 시대를 반영하는 세 가지 유형의 동물과 사람 손바닥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는 2만1000년에서 2만 년 전 사이 그려진 복잡한 주제를 지닌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신석기 시대 농부들에 의해 전수된 것으로 여겨지는 검은 숯(목탄)으로 그린 문양들이 포함돼 있었다.
탐사를 이끈 오버트 교수는 “처음에 동물을 즐겨 그렸던 인류 조상들이 수천 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유럽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탐사팀은 벽화 표면에 축적돼 있는 돌출된 방해석(calcite) 안의 우라늄, 토륨 등을 측정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그리고 65개 샘플을 채취해 방해석과 황토물감인 오커 등을 제외한 모든 오염물질을 구별해냈다.
오버트 교수는 “이런 분류 과정을 거쳐 벽화가 그려질 당시 초기에 볼 수 있었던 생생한 그림을 복원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호주 대학의 고고학자 제인 발머(Jane Balme)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벽화가 인류 미술사를 주도하고 있는 상징적 표현(symbolic expression)의 전통을 지니고 있어 고고학계는 물론 미술사 연구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발머 교수는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유럽에서 발견한 동굴 벽화에서 인류 공통의 상징적 표현유형이라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새로운 패턴의 상징적 표현이 가해진 동굴벽화가 발견되면서 인류 미술사에 대한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가 발견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현생인류의 이동이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탐사에 참여한 프랑스 툴루즈 대학의 인류학자인 프랑스와 자비에 리코트(Francois-Xavier Ricaut)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벽화가 3세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5만 년에 걸친 동굴벽화의 진화와 변화 과정을 재분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 두 유형의 동굴벽화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종족이 이질적인 문화전통을 전승했는지, 아니면 서로간의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버트 교수는 “향후 탐사 결과에 따라 동굴 벽화의 전통이 6만 년 전, 더 나아가 7만 년 전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러나 가장 큰 궁금증은 어떤 종족을 통해 이 동굴벽화가 그려졌는지 밝혀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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