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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2007-08-09

인류의 여러 조상, 한 시대에 공존했다 후손-조상 아닌 서로 다른 종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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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 2점 때문에 인류의 진화에 관한 지배적인 가설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지난 2000년 케냐의 투르카나 분지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의 두개골과 호모 하빌리스의 위턱을 분석한 학자들은 H. 하빌리스의 연대를 144만년 전으로 H.에렉투스의 연대를 155만년 전으로 밝혀냈다.


H. 하빌리스의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같은 종 화석 가운데 가장 연대가 짧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진 이들의 생존 연대를 벗어나 현대에 훨씬 가까운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H. 에렉투스와 직계 조상으로 여겨졌던 H. 하빌리스가 후손-조상 관계가 아니라 약50만년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살았던 서로 다른 종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할머니와 증조할머니로 알고 있던 두 조상이 사실은 자매간으로 밝혀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새로 발견된 H.에렉투스의 치아와 턱뼈는 하빌리스의 것보다 약해 이들이 하빌리스보다 많은 고기와 동물성 지방 등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하빌리스는 견과류와 덩이줄기류를 주로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하빌리스가 매우 느린 속도로 에렉투스로, 에렉투스는 다시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였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가설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강조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두 종은 가까운 거리에서 살았지만 각자 독특한 "생태적 지위"가 있어 하빌리스는 때로 작은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면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한 반면 에렉투스는 적극적인 사냥으로 고기를 많이 먹었으며 "두 집단은 같이 생활하는 것이 불편해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서로 멀리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옷 입은 인간'이란 뜻의 H.하빌리스는 지금까지는 250만~18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화석과 함께 거친 돌 연장을 남겼다.


`똑바로 선 인간'을 의미하는 H. 에렉투스의 화석은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이후 아프리카와 유럽, 베트남, 중국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180만~100만년 전 화석이 속속 발견됐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로 여겨진다.


모두 돌 연장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두 집단은 300만~2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동 조상의 자손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먼 시대의 화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한편 학자들은 새로 발견된 성인 H.에렉투스의 두개골이 몹시 작아 거의 H.하빌리스의 것만 하다는데 놀라움을 표시하고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 조상으로 알려진 에렉투스가 생각처럼 현생인류와 가깝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인근 탄자니아에서 전에 발견됐던 커다란 에렉투스 두개골과 새로 발견된 작은 에렉투스의 두개골은 같은 종이라도 성별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른 이른바 `동종이형(同種異形)'이라는 원시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앤튼 교수는 고릴라의 경우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몸집이 큰데 이는 짝짓기 상대를 많이 확보하려는 전략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새로 발견된 화석은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고 H.에렉투스에게도 이런 전략이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현재 서로 충돌하지 않고 아프리카에서 공존하는 고릴라와 침팬지처럼 H.에렉투스와 H.하빌리스도 근 50만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H.하빌리스가 250만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살다가 나중에 투르카나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살게 됐으며 이들이 H.에렉투스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2007-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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