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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5-04-08

‘인류세’ 도입 놓고 뜨거운 논쟁 국제지질학연합, 내년 중 표결에 붙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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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5만 년 전 지구상에서 맘모스 같은 큰 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많은 과학자들은 생각하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가 등장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호주 지역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당시 번성했던 거대한 땅늘보(ground sloth), 큰캥거루(giant kangaroo)와 같은 동물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천재지변이 없었던 호주 같은 지역에서 많은 동물들이 멸종하게 된 원인을 사람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수가 늘어나고 불을 이용한 사냥이 증가하면서 힘이 약한 동물들의 멸종이 불가피했다는 것. 세월이 지나면서 동물들이 살고 있었던 숲은 점차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빙하시대 돌입 가로막아”

숲을 갈아서 만든 땅은 소와 돼지, 닭 등을 키위기 위한 목장, 그리고 논과 밭으로 변해갔다. 숲의 파괴로 비롯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는 약 5000년 전 지구가 다시 빙하시대로 돌입하려는 것을 가로 막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 지질 연대표에  ‘인류세(anthropocene)’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구의 지질정보를 보여주고 있는 국제지질학연합(IUGS)의 게오사이트(Geosite).   ⓒhttp://geoheritage-iugs.mnhn.fr/
지구온난화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 지질 연대표에 ‘인류세(anthropocene)’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구의 지질정보를 보여주고 있는 국제지질학연합(IUGS)의 게오사이트(Geosite). ⓒhttp://geoheritage-iugs.mnhn.fr/

그리고 지금 인류는 5000년의 역사를 거쳐 과학기술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대다. 이 같은 지구 역사 해석은 지난 3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된 리포트 내용이다.

버지니아대학의 기상학자인 윌리엄 루디먼(William F. Ruddiman)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정의하면서(Defining the epoch we live in)’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 지구 역사를 새롭게 써나갔다.

지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인류세(anthropocene)’에 의한 지구사 기술 방식이다. 인류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 새로운 지구 역사를 써내려가자는 것이다.

루디먼 교수와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레스터 대학의 얀 잘라시에비치(Jan Zalasiewicz) 교수는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을 통해 “‘인류세’를 통해 신생대 이후의 보다 정확한 지구 역사를 보다 더 리얼하게 기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암석 연구를 통해 그동안의 지구 역사를 약 45억년 정도로 추정해왔다. 그리고 이 기간을 생물 멸절 등을 기준 해 누대(eon, 累代), 대(era, 代), 기(period, 紀), 세(epoch, 世)의 순으로 나누었다.

 “지질시대 잇는 또 다른 시대가 인류세”

지구 탄생 후 5억 7000만 년 전까지를 원생누대라고하며 지질 시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0억 년에서 6억 년 전을 선캄브리아대라고 한다. ‘에디아카라’라는 지구 최초의 생물군이 출현해 번창한 기간이다.

현생누대는 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나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생대는 약 5억 7000만 년 전부터 2억45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로서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 등으로 나눈다. 삼엽충, 어류 등이 이때 나타났다.

공룡의 시대라고 알려진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쥐라기로 분류한다. 약 2억 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의 시대로 암모나이트, 조류, 겉씨식물, 곤충 등이 번성했다.기후가 따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질시대의 마지막인 신생대는 제3기와 제4기로 나눈다. 약 66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로 지질 시대 중 가장 짧지만, 포유류가 번성한 시대로 현재 살고 있는 생물들이 대부분 이때 출현하였다.

루디먼 교수 등 실무 연구팀은 2009년 이후 장문의 보고서 2편과, 수십 편의 논문을 통해 ‘인류세’ 개념을 도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출현이 지구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인류세’를 지질 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 ‘인류세’라는 용어를 제안했을 때 ‘인류세’ 시작점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였다.

그는 “산업혁명과 새천년 시작 사이에 남극 상공의 오존층이 생기고, 대기 중의 메탄가스 량이 두 배로 늘어났으며, 또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난 40만년 동안의 최고 수준인 30%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비공식 지질시대로 존속 가능성 매우 높아

그리고 올해 초 런던 대학의 닐 로스(Neil Rose) 교수는 ‘인류세’의 시발점을 최초의 원자탄 투하 실험이 있었던 1945년 6월16일로 못 박자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또한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했던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 3일 루디먼 교수팀은 사이언스지를 통해 그 시발점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Epoch) 중기로 앞당겨놓았다.  이 시기는 약 15만~25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류세’ 도입을 주장하는 과학자 실무그룹은 현재 장문의 리포트를 작성 중이다. 내년 초에 완성될 이 리포트는 지구사를 관장하고 있는 국제지질학연합(IUGS)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류세’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보고서다.

그러나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런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대중문화로 지구역사를 판단하려 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세’ 도입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수 세기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류세’ 도입을 결정하는 IUGS의 전문가 최종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질 시대를 잇는 또 다른 지질 시대로 편입되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5-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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