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스스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그래서 점점 더 내성이 강해지고, 이 때문에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순환이 반복되면 종국에는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생겨난다.
바로 이 박테리아가 잘 알려진 '슈퍼 박테리아'이다. 1961년 영국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고되었고, 1996년 일보에서는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ancomyc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VRSA)이 발견되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1941년 페니실린이 발명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균이 출현하면 더 강력한 항생제가 만들어지곤 했다. 하지만 또 다시 다른 행생제도 듣지 않는 균이 출현하였다. 반코마이신 역시 처음에는 개발된 항생제 중 가장 강력했다.
하지만 내성을 가진 병원균이 등장했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을 '병원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주된 감염 장소가 바로 병원이기 때문이다. 각종 감염 환자가 모여드는 곳이 바로 병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슈퍼 박테리아가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올림픽이 개최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지난 12월 15일 슈퍼 박테리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요트와 윈드서핑 경기가 열리는 과나바라 만이다. 과나바라 만으로 유입되는 카리오카 강 여러 지점에서 추출한 물에서 대부분 치료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이다. (관련링크)
이번에 발견된 슈퍼 박테리아는 카바페네메이즈 효소(KPC enzyme)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오염된 물에 감염된 경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곳에서 수영을 하게 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요트와 윈드서핑 경기의 특성 상, 물에 빠질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니다.
미생물에 의한 질환은 일반적인 세균의 의한 것과 같다. 그래서 감염이 되면 입원이 불가피하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브라질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과나바라 만의 하수 오물과 쓰레기 양을 80퍼센트(%) 이상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의문이라는 반응은 여전히 남아있다.
더군다나 2050년 경에는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식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항생제 내성 확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 확산이 지구온난화 보다 시급한 위협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관련링크)
항생제 내성이 일반화되면 제왕절개나 장기이식 등 의료기관에서 보편화한 시술도 힘들어져 의료 수준이 후퇴하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항생제 내성 문제는 단순한 감염 질환만으로도 누구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성 때문에 범지구적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연구팀, 슈퍼박테리아 살균 새 항생물질 발견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인데, 지난 12월 초 일본 연구팀은 바로 이 슈퍼 박테리아를 잡는 새로운 항생물질을 발견했다.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를 통해 발표된 하마모토 히로시(Hiroshi Hamamoto) 도쿄대학교(東京大学, 日本) 조교 연구팀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2년 7개월 동안 일본 각지에서 1만 4천 여종에 달하는 토양 세균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오키나와현에서 발견한 세균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을 죽이는 항생물질을 생성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항생물질은 '라이소신 E'(Lysocin E)로 명명했다.
기존의 항생제는 투여 후 약 30분이 경과해야 비로소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의 살균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라이소신 E의 경우, 1분 만에 이 슈퍼 박테리아의 살균이 99.99퍼센트(%) 이루어졌다. 세균의 세포막만 파괴시키는 등 쥐 실험을 통해서도 생체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의 코 안에 붙어 있어 보통은 해가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나 환자 등의 경우에는 폐렴과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번에 발견된 항생물질을 이용하여 치료약 승인을 위한 실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슈퍼 바이러스 잡는 '바이러스' 등장
흥미로운 것은 슈퍼 바이러스를 잡는데 바이러스가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이러스는 오랜 기간 동안 악한 존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오히려 슈퍼 바이러스를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켄 캐드웰(Ken Cadwell) 뉴욕대학교 랭곤메디컬센터(NYU Langone Medical Center, USA) 박사는 일부 노로바이러스가 체내의 무너진 면역세포 균형을 회복시켜주고, 특정 질병을 예방해준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험쥐를 통해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정상적인 실험쥐에게 2주간 항생제를 투여하고 면역세포 균형을 파괴하였다. 오랫동안 항생제를 투여받은 쥐는 소화기관 내벽도 상당 부분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노로바이러스를 투여받자 시간이 흐를수록 소화기관 내벽이 회복되었다. 면역세포 균형 역시 돌아왔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성 물질을 생성하도록 유발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공격을 받으면 체내에 생성되는 인터페론이 바이러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 작용을 조절하거나 자연면역세포(NK)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를 물리치는 데도 바이러스를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슈퍼 박테리아 내에 침입해 이 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내거나, 이 세균에만 침입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통해서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2-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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