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외계 생명체와 우주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한 과학자가 있었다. 미국의 행성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생명의 기원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고자 했던 그는 평생 외계생명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인물이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과학자의 삶만을 살지는 않았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던 칼 세이건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이를 뛰어난 언술로 진행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대중들이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렇게 칼 세이건은 과학자이자 다방면에 재주를 보인 대중스타였다.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을 기다려 온 천문학자칼 세이건은 태양계 안의 행성들과 그 위성들에 관한한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태양계 천문학의 일인자였다. 특히 행성 표면이나 성간물질에 존재하는 유기물질에 관한 연구는 세이건에 의해 개척됐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업적을 보면 금성에 대한 연구, 갈릴레오 탐사선을 이용한 목성대기 연구, 유기물의 가장 풍부한 토성의 달 타이탄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금성은 그저 지구보다 따뜻한 지역으로 막연히 간주되고 있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금성 표면의 전자파 방사 양상을 연구한 끝에 금성 표면이 섭씨 수 백도가 넘는 뜨거운 곳이라는 이론을 내놨다.
칼 세이건은 또한 “토성의 거대 위성인 타이탄에는 얼음이나 지하수와 같은 형태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있고, 탄화수소도 풍부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타이탄의 밀도와 근처에 있는 천체의 화학적 조성에 근거한 것이다. 목성의 달 유로파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그가 처음 내세웠다.
태양계 천체들에 대한 이런 놀라운 칼 세이건의 통찰력은 NASA와 인연을 맺으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이제까지 발사된 거의 대부분의 태양계 무인 탐사선 계획에서 실험장치의 설계와 배치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유인 달착륙선인 아폴로 우주선 비행사들이 출발 전에 그의 브리핑을 들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칼 세이건은 미국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추적인 자문자였다.그런 칼 세이건에게 과학자로서 최고의 순간은 파이어니어 10호를 발사할 때였다.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태양계를 탈출한 인류 최초의 우주선인 파이어니어 안에는 ‘외계에 보내는 메시지’가 탑재돼 있었다. 그리고 태양계의 구조와 인간 남녀의 모습, 그리고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사말이 녹음된 레코드판이 담겨있었다. 이는 먼 훗날 조우할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에 대비한 세이건의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우주에 대한 통찰력과 과학적 연구에 대한 그의 노력은 NASA 특별과학공로상, 국제우주항공상, NASA 봉사상, 케네디우주항공상 등과 같은 수많은 상으로 보답받기도 했다.
TV 프로그램 기획자이자 대중과학서의 저자
칼 세이건은 또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선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중 세이건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1980년 제작한 ‘코스모스’였다. 직접 기획하고 출연해 진행까지 맡았던 이 TV 시리즈는 60여 나라에서 5억 이상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0년간 TV 시리즈 부문 최고 시청률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이 프로그램은 책으로도 출판됐다. 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70주 동안 머물렀고 15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과학자를 꿈꾸는 모든 학생들의 필독서로 남아있다.
그는 죽기까지 13권의 대중과학서를 펴냈다. 그중 ‘에덴의 용’은 언론인의 꿈으로 통하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칼 세이건은 과학소설의 대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를 기념해 만들어진 아시모프상도 수상했다. 이 상은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시키는 데에 탁월한 업적을 이룩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1985년에는 종교와 과학에 대한 논쟁들을 자세하고 흥미롭게 담은 소설 ‘콘택트’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1997년에 영화화됐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 사회 운동가칼 세이건은 냉전 말기에 이른바 ‘핵겨울’의 위험을 경고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다수의 핵무기가 폭발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연기와 먼지가 햇빛을 차단하면서 지구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이는 생물에게는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냉전 당시 미국이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추진하려고 한 ‘스타워즈 계획’의 허구성을 폭로하기도 했다.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이 1만 기에 달하는 소련 핵무기의 90%를 막아낸다 하더라도, 나머지 1천 기는 미국 전체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양이라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따라서 미국과 소련 양국의 핵무기 감축만이 미래의 위험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유작인 ‘에필로그’를 보면 칼 세이건이 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오존층 파괴’에 대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염려를 했으며,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프레온 가스 사용을 규제한 ‘ 몬트리올 협약’을 지지했다. 칼 세이건은 이 협약이야말로 인류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이외에도 인류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게임이론을 들어 설명하는 등 지구와 인류의 여러 가지 현안들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0-12-2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