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가상을 지배하고, 가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세상. 어쩌면 더 이상 만화 속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상상력으로 그려낸 가상현실의 세계를 영화를 통해 만나보는 'SF 시네마 & 토크'가 지난 27일부터 과천과학관에서 시작되었다.
28일에는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썸머워즈'라는 작품을 통해 초연결사회와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썸머워즈'는 사이버 가상 세계인 'OZ'가 '러브머신'에 의해 해킹당하면서 붕괴에 이르고, 이것이 현실 세계의 위기로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사이트 링크)
썸머워즈가 상영된 후, 김범준 교수와의 시네 도슨트 시간이 있었다. 상호의존 네트워크(interdependent network)를 연구하는 김범준 교수는 썸머워즈가 초연결사회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라고 밝혔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러브머신'은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계정을 해킹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에 이와 같은 욕구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을까.
김범준 교수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러브머신'이라는 인공지능 자체는 중립적이고, 실제로 이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그대로 다른 정보를 알고 싶어서 계정을 흡수한다. 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사실 '의지'나 '욕구'와 같은 단어는 사람의 고유한 성질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김범준 교수는 인공지능에게 '욕구'라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지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면 아마 러브머신은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보면 러브머신의 프로그래밍이 '욕구'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만,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정보만 받아들일 뿐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치는 없었지만, 가치가 있는 것처럼 상황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보다 더 강한 연결을 하는 '초연결사회'
썸머워즈의 배경은 2010년인데, 애니메이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영화가 제작될 2008년 당시에 거의 가능한 일들이다. 김범준 교수는 당시의 기술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썸머워즈를 보면 사람들이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관계가 가상세계 안에서도 동일하게 네트워크를 이룬다. 그리고 이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초연결사회'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를 보면 현실에서 이사를 가고 전입신고를 하듯, OZ에서도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초연결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초연결사회'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범준 교수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연결사회'라고 부르는 이유는 과거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숫자를 과거와 지금 비교해보자. 예전에는 얼굴을 보고 만나는 소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얼굴은 모르지만 다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다보니 자연히 연결이 늘어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 할머니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 연결망을 활용하여, OZ를 해킹한 러브머신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할머니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OZ라는 네트워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김범준 교수는 네트워크가 가진 문제를 네트워크가 해결하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점점 강해지는 연결, 참여가 중요하다"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은 삶이 편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썸머워즈의 내용처럼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까. 김범준 교수는 네트워크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 안에서 옮겨지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것이 옮겨지느냐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애니메이션 속의 문제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유대관계의 힘을 빌려 어려움을 극복한다. 김범준 교수 역시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이 협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바른 해결책을 찾고 적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초연결사회는 어떻게 발전해갈까. 김범준 교수는 점점 연결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는 파국적인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이 대처하기 위해서는 초연결이 또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초연결되면서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좋은 것도 연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연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강한 연결을 맺고, 나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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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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