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수소’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저서인 ‘수소경제’를 통해 혁명을 예고한 지 꼭 16년 만에, 수소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리프킨은 이 저서에서 수소를 ‘우주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풍부해서 고갈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원’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쉬우면서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꼽은 바 있다.
이처럼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꼽히다 보니 이를 현실에서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산업 현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장 에너지원, 자동차 연료 등 많은 분야에서 수소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독일이 수소전기 열차 시범 운행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수소로 움직이는 열차가 실제로 운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기사 링크)
안전과 경제성을 둘 다 잡은 수소전기 열차
최대 300명의 승객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이 수소전기 열차의 이름은 ‘코라디아아일린트(Coradia iLint)’다. 독일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지만, 제작은 프랑스의 알스톰(Alstom)이 맡았다.
최근 독일의 북서부에 위치한 기차역을 출발한 수소전기 열차는 앞으로 니더작센주의 두 지역(쿡스하벤시-쿡스테후데시)을 오가며 기존의 디젤 열차가 맡았던 업무를 대체할 예정이다. 두 도시간 거리는 약 100㎞ 정도다.
코라디아아일린트를 ‘수소 열차’가 아닌 ‘수소전기 열차’라고 부르는 이유는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소전기 열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생기는 전기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움직인다.
이를 위해 열차 내에는 수소연료 탱크와 연료 전지가 탑재되어 있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생산된 전기는 대부분 모터를 돌리는 데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연료 전지에 저장되도록 만들어졌다.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스톰의 관계자는 “폭발력이 높은 수소를 직접 실린더 내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생산된 전기를 모터로 보내는 방법이 안전과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라고 강조했다.
알스톰 관계자의 설명처럼 수소는 폭발력이 높은 에너지원이다. 이에 간혹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송 기기들이 위험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수소전기 열차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열차보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소탱크에 불이 붙는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위험성은 낮다. 수소의 특성상 빠르게 하늘로 올라간 후 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폭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료 효율 및 환경 친화 측면도 우수
수소전기 열차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이는 기존의 도시철도나 고속전철처럼 전력선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받는 열차들과 비교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전기 기관차 운행을 위해 철로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은 1㎞당 120만 유로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5억 7300만 원 정도다. 코라디아아일린트가 오갈 쿡스하벤시와 쿡스테후데시 구간에 도시철도나 고속전철을 도입한다면 무려 1500억 원 정도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에 시범 운행 기간에 투입되는 총 12대의 수소전기 열차 제작비용은 8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큰 폭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니더작센주의 관계자는 “수소전기 열차가 기존의 디젤 기관차를 대체할 저렴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라고 전하며 “시범 운행 기간인 오는 2021년까지 디젤 열차를 완전히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수소전기 열차의 장점으로는 효율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탱크 1대분의 수소로 최고 140km/h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약 10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운행 중에는 증기와 물만 배출하는 덕분에 환경 친화적 수송기기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코라디아아일린트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던 구형 디젤 열차와는 다르게 수증기를 내뿜으며 철로를 달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알스톰의 관계자는 “수소와 연료전지의 조합은 기후 보호 측면에서 최고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더군다나 디젤 열차보다 소음이 훨씬 적어 철로 주변의 주택가에서 종종 발생하는 소음공해에서도 자유롭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알스톰 측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EU 내 여러 국가들과 캐나다 등지에서 수소전기 열차의 구매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오는 2022년까지 수소전기 열차를 자국 내 철도 라인 일부에 도입하겠다고 알스톰 측에 약속한 상황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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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0-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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