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R&D 성공 비결은 ‘인력’

과학기술 핵심인력 육성책

지난해 말 애플은 이스라엘의 플래스 메모리 디자인 전문업체인 어노비트(Anobit)를 인수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어노비트를 인수하기 위해 애플이 쓴 금액은 약 5억 달러인 것으로 전해졌다. 1996년 넥스트를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애플은 어노비트를 인수한 데 이어 이스라엘에 첫 번째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애플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R&D를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런 만큼 애플의 R&D센터는 세계 기업들의 롤 모델이었다.

▲ 핵심 과학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I-CORE 프로그램 사이트. 해외 과학기술자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http://www.i-core.org.il/


이런 애플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해외 첫 R&D센터다. 현재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IBM, 인텔, 시스코, 휴렛팩커드(HP), 모토롤라 등 쟁쟁한 기업들이다. 한국의 삼성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삼성도 이스라엘에 R&D센터 설립

이스라엘 바일란(Bar-llan) 대학 이세르 피어(Isser Peer) 교수는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래 과학기술 핵심인력 육성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설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EU에서 운영하는 ERC(European Research Council)의 회원국이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원국과 같은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ERC는 ‘최고의 연구비를 지원해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내자’는 취지로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R&D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3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데,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전체 연구비 중 4.5%를 이스라엘이 가져갔다. 각국 GDP 규모에 따라 회비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스라엘로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 이스라엘 바일란(Bar-llan) 대학 이세르 피어(Isser Peer) 교수 ⓒScienceTimes

더 놀라운 점은 성공률이다. ERC가 승인한 과학기술 관련 연구과제 1천450건 중 성공을 거둔 경우는 7.8%로 집계된 반면 이스라엘 연구진이 거둔 성공률은 20.0%에 달했다.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피어 교수는 이런 결과 때문에 ERC 이사진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이스라엘을 찾아와 이스라엘 연구진들의 연구 성공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피어 교수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인력이다. 이스라엘에는 우수한 R&D 인력을 배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I-CORE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I-CORE란 ‘Israeli Centers of Research Excellence(뛰어난 이스라엘연구센터들)’를 줄인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스라엘에 핵심 두뇌들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외에서 모셔온 연구원들에게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3억6천5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지난해 실시한 1단계 I-CORE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해외 유치 인력에 대해 귀국 즉시 60만 달러를 연구실 출범에 따른 장비구입비용으로 지급하고, 이후 연간 12만 달러씩 5년간 연구보조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과학기술자도 큰 돈을 벌 수 있다”

올해부터는 2단계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10개 연구센터를 발족할 계획으로 있는데, 이 연구센터에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약 2천400명의 이스라엘 출신 과학자들을 데려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대학의 자체적인 특허관리 역시 인력양성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대학에서 등록한 특허의 로열티 수입이 발생했을 경우 수입액 중 40%는 연구자 몫이 된다. ‘과학자들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분위기다.

대학에서 로열티를 받고 있는 특허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7개 연구대학의 경우 지난 2008년 이스라엘 기업들과 라이센싱을 하고 있는 경우가 908건이었던 반면 2009년 1천333건으로 늘어났다.

외국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수백 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 대학들과 산·학·연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탈피오트(Talpiot)’란 이스라엘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의미하는 말로 최고의 엘리트를 육성하는 군복무 프로그램이다. 중동전쟁 이후인 1979년 영재를 키우자는 취지로 시작했으며 매년 최상위권 고교생 50명을 뽑아 전문가로 육성한다.

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의 출신들이 전문가가 돼 사회로 나와 많은 기업들을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인력양성 프로그램인 ‘하바찰롯(Havatzalot)’도 군복무 중에 이뤄지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는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고도의 정보요원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데,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과 협력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구글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피트팻’을 인수했는데 이 회사의 얼굴인식 기술을 ‘하바찰롯’에서 만들었다.

피어 교수는 최근 자신이 조사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인구대비 학력 분포도를 공개했다. 도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 가운데 55~64세 대졸자의 수는 10%선에 머문 반면 26~34세 대졸자의 수는 50%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과학기술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한국처럼 젊은 층의 학력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국가들이 과학기술도 함께 발전했다며, 미래 한국 과학기술에 희망이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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