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작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게 한 '백78수'가 0.007%의 확률을 뚫은 판단 끝에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의 만분의 1 수준의 수를 직관으로 찾아낸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4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 뒷얘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알파고'를 언론에 공개했다.
다큐를 보면 이 9단의 4국 승리가 확정되자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개발진은 판세를 결정한 백78수가 실제 나올 확률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이 9단은 대국 뒤 백78수를 둔 배경에 관해 질문이 나오자 "그 수 외에는 둘 방법이 없었다. 둘 수밖에 없었던 수"라고 답했다.
이 9단은 작년 대국에서 알파고에 4대 1로 패했지만, 결과적으로 알파고에 그나마 1승을 거둔 세계 유일의 프로 바둑 기사로 이름을 올렸다.
알파고가 세계 각국의 바둑 기사와 벌인 공식 전적은 68승1패로 이 9단과의 접전 외에는 인간에게 밀려본 적이 없었다.
알파고는 올해 5월 중국 커제 9단에게서 완승을 하고 바둑계를 은퇴했다.
이 다큐는 대국 중계 때 공개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 9단이 알파고에 밀려 큰 중압감을 느끼자 잠시 휴식 시간에 호텔 테라스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이 대표적 예다.
또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뒀던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가 경기 당시 기계를 뺨칠 정도로 경직한 모습을 유지했던 것과 반대로 실제로는 잘 웃는 유쾌한 사람이란 사실도 화면으로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 경영자(CEO) 등 알파고 개발진이 실제 "바보같이 질 수도 있다"며 대국 내내 긴장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 9단과 접전이 치열했던 5국 막바지에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기권했다'는 실버 박사의 농담에 "쓰러질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대국 당시에는 심판 정도로만 알려졌던 중국 출신의 바둑 기사 판 후이 2단의 숨겨진 역할도 재조명됐다.
판 2단은 2015년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처음으로 졌던 프로 바둑 기사였다. 그는 이후 딥마인드의 바둑 자문으로 참여해 직접 알파고의 강점·약점을 찾아 주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이번 다큐의 주 내레이션을 맡았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던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국내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필적하는 관심을 끌었다. 바둑 같은 고급 지적 활동에서도 AI가 인간을 앞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생생히 보여준 첫 계기다.
구글은 알파고의 차기작으로 의학·신소재 연구 등에 널리 쓸 수 있는 범용 AI의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다큐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미국 감독 그레그 코스가 만들었다. 국내에는 지난달 말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의 초청작으로 수입됐다.
- 연합뉴스 제공
- 저작권자 2017-12-0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