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 개선해야

포럼서 임상과 연구 병행 방안 모색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가 2025년 14조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국내 바이오산업 국가경쟁력은 2018년 기준 54개국 중 26위에 머물고 있어 부진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래 바이오헬스산업을 견인할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바이오산업 견인할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은?

지난 3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주제로 제6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열고, 바이오헬스산업에서의 의사과학자의 역할과 국내외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을 주제로 제6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이 지난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김순강/ScienceTimes

의사과학자(MD-phD)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해당 분야의 질병을 연구한 결과와 관련 분야의 과학기술을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계해주는 중개연구자를 뜻한다.

지난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 미국국립보건원(NIH) 감독관의 69%, 상위 10개 제약회사의 대표과학책임자 중 70%를 의사과학자가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바이오헬스산업에서 의사과학자가 기초-임상융합연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에 기여할 의사과학자 양성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김종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20년간 국내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 ‘의료한류’ 등 의료기술이나 서비스에서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의과대학 졸업 후 기초분야에 남는 경우는 1~2% 미만으로 극히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원인에 대해 김 교수는 “국내 의학이 임상진료 위주로 발전하여 생명공학 발전의 원천이 되는 기초의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임상의들 대부분이 의학박사 학위 이수를 위해 임상진료와 부분제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어 졸업 후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도 진료 부담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사과학자 위한 장단기적 유인책 필요해

김종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국내외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에 대해 발표했다. ⓒ김순강/ScienceTimes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미국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은 현재 매년 전체 의대생의 약 4% 정도가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 주요 의과대학에서는 오후 강의 시간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등 학기 중에도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상당수 의대생들이 1년 이상의 Gab year를 두고 전일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의대생들이 연구에 많이 참여하는 까닭에 대해 김 교수는 “연구에 대한 흥미와 열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적인 도움과 MD-phD 학생에게 임상 실습 프로그램 우선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단기적 혜택과 원하는 과에서 레지던트를 하거나 교수가 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진로에 대한 장기적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2006년부터 임상의들을 대상으로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은 박사학위 1년과 전문연구요원 3년 과정으로 학위와 군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써 매년 2:1의 경쟁률을 보여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 맞춤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임상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혜택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에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임상수요에 적합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연구결과로 창업을 하고 성공하는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지속적인 의사과학자 수급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위한 의대 교육과정 혁신해야

패널토론을 통해 바이오헬스산업에서의 의사과학자 역할과 양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순강/ScienceTimes

이날 융합형 의사과학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학자 입장에서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법민 고려대 의공학과 교수는 “의사과학자의 강점은 의공학과 의료기기 원천기술개발을 임상의 시각에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이저 플레이어로서 의사과학자들이 활약하려면 예과부터 본과까지 공학과 기초과학 등 타 분야와의 접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융합형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육과정 혁신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이영미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홍콩 의대는 3학년이 끝나면 Gab Year를 둬서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다양한 연구활동이 전공의 과정에 들어갈 때 어떤 혜택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졸업 후 연계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다른 연구 활동을 해야할 이유도 동인도 없다”며 “우리도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의대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등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10년간 진료를 하다가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바꿨다는 최형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힘들게 임상의 과정을 거쳤는데 임상의를 내려놓고 연구에만 전념하기는 어려운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이를 위한 국가적 지원과 함께 민간 차원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건강한 바이오헬스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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