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변기에 편안히 앉아 있기만 해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모든 것이 사물인터넷(IoT) 덕분이다.
국내와 미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이 최근 들어 IoT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스마트 변기를 활용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대변과 소변에 포함된 DNA 분석 시스템을 통해 질병 발생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IoT의 적용 범위가 가전제품을 넘어 의료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6일 온라인에서는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SHA)가 주최하는 ‘의료사물인터넷(IoMT) 인식 확산 세미나’가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IoMT 발전의 성패는 생체신호 분석 수준에 달려
IoMT는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 디바이스와 통신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의미한다. 따라서 IoMT를 통해 의료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하는 것은 물론, 전송과 분석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빅데이터 등과 IoMT가 결합하면서 스마트 변기처럼 과거에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았던 첨단 의료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IoMT 발전의 성패는 생체신호를 얼마나 잘 분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행사의 발제를 맡은 심훈 메쥬 책임연구원의 의견이다. 그는 ‘생체신호 계측 기술과 IoMT 개발 동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생체신호 중에서도 특히 심전도(EC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책임연구원은 “뇌파나 호흡도 모두 생체신호이지만, 그중에서도 심전도가 가장 주목을 받는 이유는 스마트 병원에서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환자 생존에 있어 가장 필요한 생체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전도는 모든 의료분야에서 필수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생체신호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병원을 표방하면서 설립준비를 하고 있는 병원들은 중환자실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무거운 심전도기보다는 영유아나 노인들의 심전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초소형 심전도 패치 시스템 등을 찾고 있다.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창궐할 때는 더욱 필요하다. 병실이나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환자 곁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심전도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24시간 동안 심전도를 검사하는 의료기기인 홀터(holter)를 꼽을 수 있다. 홀터는 부정맥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부정맥이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증상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부정맥 증상을 조금씩은 갖고 있지만, 심한 경우는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부정맥 환자라면 심장 박동 관리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이다. 원래 홀터는 24시간을 기준으로 병실에서 심전도를 점검하도록 설계되었는데, 간혹 한 달에 한두 번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게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몇 달씩 입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홀터를 이용한 심전도 측정은 그동안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체에 부착하는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가 개발되면서 이런 비효율성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환자는 심전도 패치를 부착하기만 하면 일상생활에 복귀해서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상관이 없다. 의료진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도 통신으로 실시간 전달되는 심전도 신호를 통해 부정맥의 발생 여부와 주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심 책임연구원은 “원격 심전도 모니터링 기술이 활성화되면 병원은 검사와 분석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비싼 심전도기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힘든 소형 병원도 정확한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의료기기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여겨지는 IoMT
심전도를 측정하기 위해 굳이 심장 가까이에 패치를 붙일 필요도 없다. 군도트라(Gundotra)사의 심전도 측정기인 얼라이브코(AliveCor)는 센서를 가슴에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케이스 뒤편에 부착하도록 설계되었다.
측정 방법 또한 매우 쉽다. 평상시에는 측정기를 스마트폰 뒤에 부착하고 다니다가 측정할 때는 떼어내서 양손에 2개씩 총 4개의 손가락을 센서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이에 대해 심 책임연구원은 “보통 심전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심장 부근에 붙이지만, 얼라이브코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 소개하며 “편하게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알아서 측정하여 스마트폰으로 측정한 값을 보내준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 측정기의 장점은 심전도 상태를 분석해서 알려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체온이나 혈압 같은 경우는 수치로 측정이 되기 때문에 높은지 낮은지를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심전도는 그래프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봐도 모를 때가 많다. 얼라이브코는 측정한 그래프를 분석하여 심전도 상태가 어떤지를 알려주는 장점이 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심 책임연구원은 “의료나 헬스케어 분야에 IoT 기술을 적용한 IoMT는 기존의 의료기기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라고 밝히며 “무엇보다 증상 발현 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증상 여부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은 IoMT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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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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