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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청한 기자
2010-09-20

음악이 뇌를 만났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제26회 융합카페 17일 창의리소스센터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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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통섭이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많은 영역에서 각 학문간의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영역 중 가장 활발하게 소통이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인간의 ‘뇌’이다. 신경학, 물리학, 의학, 심리학 등 각 분야의 연구가 모여 뇌의 신비의 밝히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뇌 과학이다.

17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이러한 뇌 과학과 음악이 교류하는 뜻 깊은 자리가 진행됐다. ‘뇌 과학, 음악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창의리소스센터에서 진행된 제26회 융합카페가 그것이다. 이번 융합카페에서는 의학, 작곡, 전기, 인지과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뇌와 과학에 대한 심도 있는 발제 및 토론이 이뤄졌다.


익숙한 음악 찾아내는 데 0.1초면 충분

행사는 먼저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정 이사장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미래사회를 대비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문화예술의 만남을 이끌고 있다”며 “융합카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학문간 융합의 추세에 맞춰 토론과 담론의 장을 시작하는 자리”라고 융합카페를 소개했다.

이어 정천기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가 ‘뇌가 듣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정 교수는 먼저 음악과 뇌와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적 뇌 영상화’를 설명했다. 기능적 뇌 영상화란 뇌 기능의 생화학적, 생리적, 전기적 상태를 반영하는 영상을 얻는 기법으로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도움을 준다. 뇌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어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소리 자극은, 단순한 소리 정보 이상의 것을 포함한다”고 말한 정 교수는 “청각은 30ms(3/100초) 전후에 이미 불협화음과 그렇지 않은 음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순정음 및 합성음을 이용한 뇌의 청각 기능 분석을 소개했다. 음높이에 따른 뇌 반응의 위치 변화, 양쪽 귀에 다른 소리를 제시할 때 나타나는 뇌 반응 등을 실험해 뇌와 음악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소리 혹은 음색이 다른 소리를 각각 쌍으로 제시하고, 제시된 소리 쌍이 다른 경우를 찾아내는 실험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50ms에 나타나는 반응에서 이미 음색의 차이에 따라 반응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교수는 또한 조건부 확률에 따른 뇌의 음악적 기대감을 설명했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실제 음악에서 음렬 구조에 따른 조건 확률을 구하고, 조건 확률에 따라 변하는 음악적 기대감에 대한 뇌의 초기 반응을 비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음악이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오리라고 생각한 음이 나왔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는 것이다.

실험결과, 뇌반응의 크기가 실제로 조건확률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조건확률에 의해 달라지는 뇌 반응은 음악교육 여부에 따라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이밖에도 “뇌와 음악 관련해 모차르트 음악이 뇌 회로에 미치는 영향, 조성과 무조성의 지각/인지 차이 등의 주제를 실제 음악 자극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화성진행은 ‘기대감’ 놓고 펼치는 심리적 게임”

이어 이석원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음악이 뇌를 만났을 때’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먼저 “인간이 음악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해 “최근 뇌사진을 보고, 파악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뒤에서 문닫는 소리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왼쪽 귀로 들어오는 정보와 오른쪽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게 들어온 음량의 차이, 시간의 차이등을 이용해서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파악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어 단어를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jack이라는 단어를 화면에 띄우면서 “다음엔 무슨 단어가 나와야 행복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이후 한 단어씩 나타나 완성된 전체문장은 ‘jack is as tall as blue lilacs are’ 라는 문장이었다. 이중 as와 blue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앞서 정천기 교수가 이야기한 조건 확률과 같은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jack is’라는 단어 뒤에 사람들은 ‘happy’ 등의 단어를 기대하겠지만, as가 나오고, as tall as 라는 단어 뒤에 blue 라는 단어 또한 일반적인 기대와 어긋나는 단어이다.

이 교수는 다른 문장을 하나 더 예로 들었다. 실제 ‘the pizza was too hot to...’라는 문장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eat’에 사람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drink’라는 단어에는 반응이 크고, ‘cry’에는 더 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이 교수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출현확률이 높은 후행화음을 기대하게 되고, 이 때 기대했던 화음이 출현하면 기대감은 충족된다. 그런데 음악은 항상 기대했던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서양의 조성음악에 있어 화음진행은 듣는 사람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도 하고 또 좌절시키기도 하면서 화성진행의 규율을 돌고 도는 심리학적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음악은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음악과 뇌의 상관관계에 대한 몇 가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 교수에 의하면 전문 연주자들은 소뇌/운동피질의 크기가 일반인들에 비해 크다고 한다. 계속적인 음악적 자극이 실제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크기 역시 음악가들이 일반인에 비해 10%정도 크다고 한다. 이는 연주자들이 왼손과 오른손의 동기화를 많이 연습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특히 7세 이전에 음악적인 학습을 한 경우는 뇌량이 일반에 비해 월등히 크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이어 ‘절대음감’이라 불리는 절대음고를 언급했다. 연구 결과 일반인(상대음고)들은 음악을 들으며 소리 자체를 기억하지만, 절대음고들은 음악을 듣는 순간 ‘도’나 ‘레’같은 음이 머릿속에서 바로 그 단어(언어)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음악을 연구하는데 신경과학적 방법을 동원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발표를 마쳤다. “지금까지 음악에 대한 행동 실험들이 ‘음악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추정하는데 도움을 줬다면, 신경과학은 이에 대한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이후, 융합카페는 두 발표자와 조숙경 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융합문화실장, 성굉모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경민 서울대 대학원 인지과학협동과정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정토론을 진행하면서 마무리됐다.
김청한 기자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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