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을 헤아리는 낭만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주는 그 속에 감추어진 비밀만큼이나 우리에게 항상 신비한 호기심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현암별학교 김지현 교장이 전일중학교 과학반 학생들을 데리고 떠나는 우주여행의 신비함 속으로 따라 들어가 본다.
태양계의 끝부분, 오르트구름
<코스모스>의 작가이자 저명한 과학자인 칼 세이건이 쓴 공상과학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콘택트>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시작 부분을 보면 지구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우주로의 여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영상화한 장면이 나온다.
먼저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지구별을 지나 달이 스쳐가고 화성을 지나친다. 화성은 지금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란 탐사선 두 대가 활동하고 있는데,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도 6개월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목성을 지나치면 토성의 고리가 보인다. 토성의 고리는 영화 장면처럼 사진으로 보면 무척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음덩어리와 돌멩이, 먼지 등이 지저분하게 모여 있는 곳이다.
천왕성과 해왕성을 지난 후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을 지나면 태양계의 가장 끝부분인 둥근 띠가 나타난다. 보통 명왕성을 태양계의 가장자리로 생각하기 쉬운데, 명왕성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둥근 띠가 진짜 태양계의 끝이다. 이 띠를 오르트구름이라 한다. 오르트구름은 수많은 얼음 덩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어떤 충격을 받은 것들이 태양을 향해 가게 되면, 얼음 덩어리 속에 있던 먼지나 가스가 뿜어져 나오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끔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긴 꼬리를 가진 혜성이다. 혜성의 고향은 이처럼 태양계의 먼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오르트구름이다. 올해 일어나는 중요한 천문현상 중 꼭 봐야 할 게 있다면, 5월 중순쯤 우리나라의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불 수 있는 두 개의 혜성이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혜성은 그리 많지 않은데, 명왕성 너머 멀리 태양계의 가장자리에 있는 얼음덩어리가 지구 근처까지 날아왔다고 생각하면 더욱 신기하게 여겨질 것이다.
성운에서 태어나는 별
태양계를 벗어나 계속 가면 아주 아름답고 황홀한 독수리 성운이 보인다. 우주 공간에 있는 먼지와 가스가 모여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정작 놀라운 것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모두 먼지와 가스로 된 이 성운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독수리 성운의 가장 밝은 부분에서 아기별이 하나 태어나는 것이 관측되었다.
독수리 성운을 지나서 더 가면 계란 프라이 모양을 한 것이 나타난다. 이처럼 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은하인데, 여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라서 우리은하라고 부른다. 우리은하의 이쪽 가장자리에서 저쪽 가장자리까지는 빛의 속도로 달려도 10만년을 가야 하는 아주 먼 거리이다.
우리은하 바로 옆에 보이는 것이 마젤란은하이다. 우리은하에서 나오면 아주 많은 뿌연 점들이 보인다. 그 중 우리은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점이 바로 안드로메다은하이다. 몇 십 억년 후에는 우리은하와 이 안드로메다은하가 합쳐진다.
이처럼 우주는 아주 많은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은하를 벗어나면 보이는 점들은 별이 아니라 모두 은하이다.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넓은 우주에 별이 무작위로 흩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별은 이런 은하에만 모여 있고, 우주는 별이 모여 있는 은하들로 둥실둥실 공간을 이루고 있다. 즉,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는 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룻밤에 다 보는 사계절 별자리
이렇게 넓은 우주를 우리는 지구의 밤하늘이란 창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다. 밤하늘에는 모두 88개의 별자리가 있는데, 흔히 별자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별자리로 나누어진다. 그럼 요즘 같은 봄에는 봄철 별자리만 밤하늘에 뜨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봄철 별자리라고 하는 것은 봄철의 저녁 때 동남쪽 하늘에 뜨는 별자리를 가리킨다. 따라서 겨울철 별자리라고 하면 겨울 저녁 때 동남쪽 하늘에 뜨는 별자리를 이르는 말이다.
그럼 요즘 저녁 때 동남쪽 하늘에 뜨는 별자리가 봄철 별자리라면, 그 반대인 남서쪽 하늘에는 어느 계절의 별자리가 걸려 있는 것일까? 그건 봄 바로 앞의 계절인 겨울 별자리들이다. 즉, 봄에는 남쪽 하늘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봄철 별자리, 서쪽에는 겨울철 별자리가 뜨게 된다.
그런데 저녁을 지나 자정까지 계속 밤하늘을 지켜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동남쪽을 지키던 봄철 별자리는 서쪽으로 넘어가고, 동쪽에는 새로운 별자리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여름 별자리들이다. 내친 김에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기다리면 여름 별자리가 서쪽으로 가고, 동쪽에 가을 별자리가 나타난다. 이처럼 하룻밤을 꼬박 새면 태양 근처에 있는 몇 개의 별자리를 빼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별자리를 웬만큼 다 볼 수 있게 된다.
요즘 동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봄철 별자리를 보면 큰곰자리에 속하는 북두칠성을 불 수 있다. 북두칠성 국자의 휘어진 각도를 따라 쭉 더 내려가면 밝은 빛을 내는 두 개의 별이 있다. 목동자리의 아크타우누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라는 별이 바로 그것인데, 이렇게 연결되는 선을 ‘봄의 대곡선’이라 한다.
또 서쪽 하늘에서 빛나는 겨울 별자리 중 오리온자리는 밝은 별로 이루어져 있어서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별자리를 안다는 것은 밤하늘의 보물지도를 얻는 것과 같다. 별자리를 찾아보고 시골 밤하늘에서 예쁜 별을 바라보는 그 순간 바로 과학의 마음이 생긴다. 꼭 별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는데, 그 모두에 자연의 신비가 들어있다. 작은 씨앗 하나가 어떻게 커다란 꽃나무가 되는지 궁금해 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바로 과학자의 정신이라고 본다. 오늘 우주여행을 한 것처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가면 언젠가 여러분의 가슴 속에도 과학의 씨앗이 싹트게 될 것이다.
김지현
현암별학교 교장
- 서강대 물리학과 졸업
- 전국대학생아마추어천문회 회장
- 안성천문대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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