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눈으로 보면 세상은 우두커니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어제와 똑같아 보이는 강물조차 흐르는 모양과 세기와 방향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다면 세상의 물리적 변화를 포착하고 해명하는 학문인 유체역학으로, 세상의 변화무쌍한 면모를 새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소한 학문이지만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체역학에 대해 다룬 책이 있다.

바로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이다. 이 책은 유체역학의 원리로 가득한 세상과 그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유체역학적 기술을 살펴보는 책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유체역학의 기술적 사례뿐만 아니라, 모르고 지나쳤던 흔한 현상에 유체역학적 원리까지 살펴보는 책이다.
‘겨울왕국의 진짜 같은 파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출퇴근길 차량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을까?’, ‘돈의 흐름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할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의 해답이 흥미롭게 전달된다. 영화ㆍ교통ㆍ의학ㆍ미술ㆍ경제 등 총 아홉 분야 속 유체역학의 각종 사례로 독자들은 유체역학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송현수는 어린 시절부터 진지하고 심오한 과학보다는 가볍고 말랑말랑한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상 곳곳을 유체역학이라는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유체역학이 바꾼 세상 곳곳을 소개한다.
유체역학이 단지 액체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유체역학은 교통 문제에도 관여한다. 평소의 눈으로 본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불연속적인 점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멀리서 보면, 연속체인 유체(流體)에 가깝게 행동한다.

그런데 자동차들이 이동하는 속도와 밀도 그리고 정체는 유체의 속도, 밀도 그리고 유동저항의 개념과 상당히 비슷하다. 그래서 교통류(traffic flow)를 통해 유체역학 이론이 교통 문제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교통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교통 흐름’이란 표현은 단지 수사가 아닌 그 실체에 가까운 표현이다.
유체역학은 물리학의 4대 역학(재료역학, 동역학, 열역학, 유체역학) 중 가장 난해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물리학과 전공생들도 꺼려하는 유체역학을 흥미로운 사례로 쉽게 풀어내는 것에 있다.
‘겨울왕국 2’ 속 눈보라가 유체역학이 적용된 그래픽 엔진으로 실현되기까지의 과정, 월스트리트에 물리학자들이 몰려간 사연 등 이 책은 하나하나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연들로 유체역학의 세계로 흘러간다. 물리학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은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줬고, 공기 흐름을 이용한 변화구는 투수들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렇듯 유체역학으로 본 세상은 매우 역동적이며, 생동감이 넘치며, 실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유체역학은 세상의 현상 속 흐름을 이해하고 또 다른 분야에 그 흐름을 이용하기 위한 학문이다. 하지만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될 뿐, 많은 이들에게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상이 소개된 적은 많지 않다.
유체역학을 전공한 저자의 말처럼 복잡한 수식과 난해한 이론으로 이뤄진 유체역학은 ‘무시무시한 학문’이자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유체역학을 전면에 내세운 이 책은 유체역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확장한다. 유체역학이 최근 기존의 영역에서 벗어나 세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글이 편안하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학문에 대해, 그리고 세상 곳곳에 스며든 유체역학에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김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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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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