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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변화 파악해 암 조기 발견”

38개 암 유형에서 4700만 개 유전적 변화 조사

암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간주된다.

의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도 여러 방향으로 모색되고 있다.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산하 유럽생물학정보연구소(EMBL-EBI) 과학자들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6일 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암 진단을 받기 수년 전에 암 조기 징후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유전적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시험 방법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암유전체학 컨소시엄인 ‘전 유전체에 대한 모든 암 분석 프로젝트(Pan-Cancer Analysis of Whole Genomes Project)’의 지원을 받았다.

이번 협동연구에는 웰컴 생거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와 MIT 및 하버드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 옥스퍼드대 빅데이터 연구소 및 오리건 건강과학대학이 참여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가 가능해진다. 영국과 미국 연구진은 유전적 돌연변이 발생을 미리 파악하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사진은 암세포 이미지. ⓒ Pixabay / skeeze

“암의 유전적 돌연변이 시간표 개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38개의 암 유형에 걸쳐 2500개 이상의 인간 종양으로부터 4700만 개의 유전적 변화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염색체에서 단일 변화가 얼마나 많이 반복되고 복제됐는지를 파악해 발생 순서와 그 사이의 상대적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종양 발달 과정에서 돌연변이의 20% 이상이 조기 종양 발생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런 변화의 일부는 암이 발견되기 몇 년 혹은 몇 십 년 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초기 돌연변이 가운데 절반은 동일한 9개 유전자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소수의 유전자가 초기 암 발생에서 암을 촉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 공저자이자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암 유전체학 연구실 그룹장인 피터 반 루(Peter Van Loo) 박사는 “우리는 다양한 암 유형의 유전적 돌연변이 시간표를 처음으로 개발해, 이제 30종 이상의 암에 대해 어떤 특정 유전적 변화가 언제 일어날 것인지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패턴을 풀게 되면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해 암 징후를 훨씬 일찍 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38개의 암 유형에 걸쳐 2500개 이상의 인간 종양으로부터 4700만 개의 유전적 변화를 조사했다. ⓒ Alex Cagan, Sanger

암 진단받기 훨씬 전에 돌연변이 발생 정점 이뤄

우리 몸의 세포가 성장하고 분화함에 따라 세포 DNA에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일은 대개 세포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지만, 일부는 유해한 방향으로 기울어 종양 형성과 성장에 연계된다.

이런 DNA 오류가 지속적으로 종양성 세포에 축적되면, 여러 유전적 돌연변이를 지닌 세포로 구성된 종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

논문 공저자이자 EMBL-EBI 그룹장인 모리츠 게르슈퉁(Moritz Gerstung) 박사는 “우리는 암이 세포를 작동시키는 평생 진화 과정의 종점이라고 배웠고, 이 과정은 세포 게놈의 돌연변이에 의해 촉진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돌연변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이로 인한 별다른 영향은 없으나 때때로 극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과정은 암 진단을 받기 수십 년 안에 정점에 도달하지만, 경우에 따라 환자가 늙은 뒤늦게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암은 일련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각 돌연변이는 세포의 행동을 얼마간 변화시킨다. ⓒ Wikimedia / National Cancer Institute

많은 암의 초기 변화, TP53 유전자에 영향 미쳐

이번 연구에서는 난소암과 신경교아 세포종(glioblastoma) 및 수아 세포종(medulloblastoma) 같은 두 유형의 뇌종양처럼 돌연변이가 특별히 일찍 발생하는 암 유형도 확인했다.

또한 30개 이상의 암 유형에서 조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특정한 변화도 밝혀냈다. 난소암을 포함한 많은 암에서 가장 흔한 초기 변화 중 하나는 TP53이라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신경교아 세포종에서는 여분의 염색체 7번 복사본이 초기에 매우 빈번하게 얻어지는 한편, 췌장 신경내분비암에서는 다수의 염색체가 종양 발생 초기 단계에서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저자이자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암 유전체학 연구실 박사과정생인 클레멘시 졸리(Clemency Jolly) 연구원은 “특이한 것은 어떻게 일부 유전적 변화가 암 진단을 받기 여러 해 전, 종양 발생의 다른 징후가 있기 훨씬 이전에 나타나는가 하는 점으로, 아마도 이런 변화는 분명히 정상적인 조직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염색체 파쇄(chromothripsis)’는 세포의 역사에서 단일하게 일어나는 치명적인 재앙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종양의 22%에서 염색체 파쇄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 Wikimedia / Cynth3004

종양 22%에서염색체 파쇄현상

크릭 연구소 연구팀은 국제 컨소시엄과는 별도로 ‘네이처’ 5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많은 다른 돌연변이들이 동시에 DNA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암과, 이런 일이 발생하는 시기 및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전자들을 식별해 보고했다.

예를 들면 연구된 2500가지의 종양 중 22%에서 ‘염색체 파쇄(chromothripsis)’라고 불리는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크로모트립시스는 DNA 가닥이 한 번에 여러 곳에서 끊어진 다음 수많은 조각들이 잘못 배열되는 일종의 돌연변이 과정이다. 이 과정은 대부분의 암, 특히 흑색종에서 중요하고 핵심적인 초기 사건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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