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과학의 창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한국물리학회
2022년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입니다.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만, 전국자연대학장협의회에서는 연중 사업으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를 대학들에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의 튼튼한 뒷받침이 없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동경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너무나 밝고 맑게 웃으며 즐거워하던 배구 선수들과 높이뛰기 선수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바로 그 높이뛰기 선수는 얼마 전 드디어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처음부터 세계 최고인 경우는 없습니다. 다듬고 다듬어 나아가면서 성장하다 보면 그런 날이 오는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 중에 合抱之木 生於毫末 (합포지목 생어호말)이 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도 붓털같이 가벼운 싹에서 자라나온다는 뜻입니다. 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붓털처럼 가벼운 새싹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인류를 먹여 살리고 지구를 위기에서 구할 엄청난 과학 기술도 붓털과 같은 기초과학에서부터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런 새싹을 수도 없이 키워야 그 중에서 아름드리 나무도 자라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입니다. 이제는 체육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싹부터 차근차근 잘 키워야 합니다.
노벨상의 시간이 되면 항상 우리는 일본과 비교를 당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는 달랐습니다. 튼튼한 기초과학 지원의 역사가 오래 되어서 매년 노벨상 후보들이 나오고 그 중에 노벨상 수상자들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 수상자들이 이룬 업적들을 보면 예측 가능한 과학 기술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것들이 많고, 그 기반에는 오랜 기간의 붓털과 같은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장기적 지원이 가능해서 한 주제를 끝까지 팔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1,000개만 수십 년씩 지원하면 그 중에 한두 개는 노벨상에 가까이 가는 것이 생기는 것입니다. 요즘은 일본도 노벨상 후보들이 고갈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지난 몇십 년간 유행만 쫓아가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시작도 제대로 못해보고 유행만 좇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7년 기초과학진흥법이 제정되었다가 이후 기초연구진흥법으로 개정되면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희미해졌고, 그 지원의 근거도 희박해졌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기초과학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그 지원의 탄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모든 법의 근본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스위스 헌법 제64조 제1항은 ‘연방은 과학 연구와 혁신을 장려한다’로 되어 있고, 스페인 헌법 제44조 제2항에는 ‘공권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과학, 학술조사 및 기술연구를 촉진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헌법 제9조는 ‘공화국은 문화의 발전과 과학 및 기술 연구를 장려한다.’입니다. 우리 헌법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제127조 1항은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의 혁신을 해야 한다는 발상은 추격자의 생각입니다. 이제는 선도자의 발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헌법부터 고쳐야 할 것입니다. 경제 발전이 아니라 궁극의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자연의 섭리를 규명하고자 하는 기초과학을 도모하는 것이 ‘헌법을 위배하는 발상’일 수도 있는, 어불성설인 상황을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꼬마선충 연구만 30년 이상 해 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연구를 지치지도 않고 이렇게까지 하다니 하고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초파리의 초기발생 연구자였던 칼텍의 에드 루이스 교수는 1930년대 고등학생일 때 초파리 연구를 시작해서 199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무려 60년입니다. 이 정도로 뚝심 있게 연구하는 곳에서 노벨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치지 않는 연구 지원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기초과학 연구 진흥은 그 결과를 볼 때까지 오래 걸립니다. 긴 호흡으로 밀고 나가길, 새 정부의 뚝심을 기대해 봅니다.
*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결점 없는 세상을 꿈꾸다 특집 – 새로운 우주를 만들다 : 빛과 전자의 이중성이 발견한 결정 이야기]
[결점 없는 세상을 꿈꾸다 특집 – 단결정 성장법 소개]
[결점 없는 세상을 꿈꾸다 특집 – 한국물리학회지로 본 한국의 단결정 성장]
[결점 없는 세상을 꿈꾸다 특집 – 국내 단결정 연구그룹의 최신 연구동향]
(769)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올해 공공 분야의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ICT) 장비·정보보호 사업 규모가 작년보다 2.7% 증가한 6조2천23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구축 사업 예산이 4조5천4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용 소프트웨어 구매에 3천605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팅, 네트워크, 방송 장비 등 ICT 장비 구매 비용은 1조 3천227억원으로 나타났다. (21)
/ 36개국이 한국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협력방안 도출에 머리를 맞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기술메커니즘 이사회가 24일 개막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오는 29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계속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992년 설립된 협약이다. 총 198개국이 참여하는 규범으로, 매년 당사국총회를 열어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기후메커니즘은 2010년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중요성에
/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혈관이 막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질환인 망막혈관폐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조재흥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백무현 교수팀과 망막혈관폐쇄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공동연구진은 폐쇄된 혈관을 확장해 효과적으로 흐름을 복구하는 ‘철-일산화질소 복합체’ 개발에 성공했다 일산화질소는
/ 충남 천안아산 KTX역세권 연구개발(R&D) 집적지구 1호 사업인 충남지식산업센터가 23일 준공됐다. 센터는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4천51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연면적 1만2천471㎡)로 건립됐다. 입주대상은 지식산업, 정보통신, 제조업과 관련 지원시설 등이다. 반도체 장비 제조,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용 필터 등 12개 기업이 이달 중 입주할 예정이다. 충남도는 지식산업센터를 통해 일자리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인공지능(AI) 바이오 영재고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들어선다. 개교 목표 시기는 2027년 3월이다. 충북도는 23일 한국과학기술원이 희망하는 학교 부지요건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도교육청과 함께 숙고한 끝에 오송읍을 건립 부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지 선정의 결정적 요건은 향후 설립될 한국과학기술원 오송캠퍼스와의 접근성, 핵심인력 양성의 용이성 등이었다. 오송에는 첨단의료제품
/ 교육부는 교원의 인공지능(AI)·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2023년 아이에답(AIEDAP) 사업 착수보고회’를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다고 밝혔다. 아이에답은 민·관·학 디지털 전문가가 현직 교원과 예비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시작됐다. 올해는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역별 사업지원단을 꾸리고,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업을
/ 강원 양구군은 치매 환자, 독거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말벗 인형 ‘천사친구 효돌·효순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3일 밝혔다. 군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한 맞춤형 사례관리 대상자 중 우울 척도가 높은 10명에게 오는 12월까지 말벗 인형을 지원한다. 이는 정서·인지 정도가 다소 낮은 어르신을 돕는 인형 모양의 로봇이다. 일상 중 말벗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