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대공
2006-11-02

유아 돌연사 원인 밝혀져 뇌의 유전적 결함이 비극 불러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신생아 또는 한 돌 미만의 유아가 갑자기 원인도 모를 이유로 사망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이런 일은 국내에서 아기 3천3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병의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아이가 숨지는 이런 경우를 ‘유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이라고 부른다. 흔히 침대 위에 멀쩡히 자고 있던 아기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유아 돌연사(Cot Death)라고도 부른다.

아직까지 SIDS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기도 막힘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특히 아이를 엎드려 재울 때 위험이 가장 크다고 지적돼 왔다. 푹신한 침구에 입과 코가 파묻히면서 질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아돌연사증후군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유아 돌연사로 사망한 아이를 조사한 결과 그들의 뇌에 이상이 있음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미국의학협회지(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이번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이들 유아가 정상인의 뇌 속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아돌연사증후군에 대한 이전 연구를 모두 검토한 연구팀은 이들 유아들이 뇌의 이상으로 인해 감염이나 과열(overheating) 등 환경적 요소에도 매우 민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세로토닌 리셉터의 문제

보스턴 어린이 병원과 하버드 의대 연구진으로 구성된 이번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SIDS로 사망한 31명 유아의 뇌 조직과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10명의 유아 뇌 조직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SIDS 유아들은 하부 뇌간(lower brainstem)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의 하부 뇌간은 숨쉬기는 물론 심장 박동, 혈압 조절 등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뇌의 일부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SIDS로 사망한 유아는 그들의 뇌간에 세로토닌을 만들고 이용하는 신경세포 수가 정상 유아에 비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SIDS 유아들의 뇌간에는 이 세로토닌을 받아들이는 리셉터 수가 현저히 적다. 이는 곧 세로토닌에 의해 일어나야 하는 뇌간의 정상 활동이 방해받고 있음을 뜻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끌었던 한나 킨니 박사는 “이번 발견은 유아돌연사증후군이 미스터리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며 “SIDS는 과학적 방법으로 밝혀낼 수 있는 유전적 장애이므로, 언젠가는 이를 치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아 돌연사 연구를 위한 재단의 대변인은 이번 발표에 대해 “이전 연구에 비해 매우 놀랄 만한 과학적 진전”이라고 평한 뒤, “하지만 유아 돌연사는 유전적 요소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면이 있다”며 “과학적 원인 이외에 다양한 환경적 요소와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원인들이 SIDS에 존재하는 만큼, 이 끔직한 비극을 막기 위해 좀더 적극적인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아돌연사증후군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한편 얼마 전 미국소아과학회가 SIDS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내놓았다. 여기서는 2000년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없었던 새로운 방법까지 제시됐다.


○ 노리개 젖꼭지 물리면 90% 이상 예방

최근 의학저널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는 고무로 된 젖꼭지(일명 노리개 젖꼭지)가 아기의 기도가 차단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연구팀이 SIDS로 사망한 아기 185명과 건강한 아기 312명의 습관을 비교한 결과 노리개 젖꼭지를 사용한 아이에게서 현저하게 SIDS 사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잠을 잘 때 노리개 젖꼭지를 물리면 기도가 막힐 확률이 낮아 90% 이상 SIDS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소아과학회도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 생후 1년까지는 재울 때 항상 노리개 젖꼭지를 물릴 것을 권했다. 다만 이 학회는 “수유 습관이 만들어지는 1개월까지는 노리개 젖꼭지를 삼가고 한 돌이 지난 후에는 치과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중단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노리개 젖꼭지는 아이가 잠이 들면 바로 빼는 게 좋으며 밤뿐 아니라 낮잠을 잘 때도 물릴 것을 이 학회는 권고했다. 또 젖꼭지에는 설탕이나 우유 같은 것을 묻히지 말라고 덧붙였다.


○ 옆으로 눕혀도 안 된다

이번 개정판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아이를 옆으로 눕히지도 말라는 권고다. 지금까지는 엎드린 자세를 피할 것을 강조하긴 했어도 옆으로 눕는 자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학회는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옆으로 누웠다 해도 자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뒤척이다가 엎드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항상 반듯하게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로 잠을 자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어른들은 뒷머리가 튀어나와야 두상이 예쁘다며 여전히 엎드려 재울 것을 권한다. 그러나 머리 모양보다는 아이가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 정 아이의 두상이 걱정된다면 깨어 있을 때 엎어 놓으면 된다.


○ 부모 옆에서 재워라

이 밖에 부모와 유아가 한 방에서 잘 것을 학회는 권했다. 여러 연구에서 이렇게 할 경우 SIDS의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 그러나 같은 침대에서 부모와 유아가 함께 자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한 방에서 같이 자되 아이 침대를 별도로 두고 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대공
scigong@gmail.com
저작권자 2006-11-02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