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원, 파보‧B형 간염 바이러스…노예교역으로 멕시코에 출현
대서양을 횡단한 중세 유럽의 식민주의가 아메리카 대륙의 바이러스 전파에 영향을 끼친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페인이 멕시코를 점령하면서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한 노예무역은 일부 바이러스 전파의 계기가 됐다.
스페인의 멕시코 식민지 정복에 맞서 테노치티틀란(현재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싸우는 멕시코 토착 원주민 ⓒ게티이미지뱅크
전염성 높은 병원체 중에서 천연두, 홍역, 볼거리 등은 아메리카 토착 원주민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제기되지만 정확한 증거를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 멕시코 과학자들은 “멕시코에 묻힌 유해에서 고대 유전체를 재구성하는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의 파보바이러스 B19(B19V)와 B형 간염 바이러스(BHV)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생명과학 저널인 ‘eLIFE’에 실렸다.
16세기 스페인 식민주의가 초래한 전염병 추적
멕시코 인구 통계 문헌에 따르면 스페인이 멕시코를 점령한 1519년의 멕시코 인구는 1,500만~3,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81년이 지난 1600년에는 약 200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전쟁과 기근, 전염병이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보고됐다. 특히, 당시 인구 감소를 이끈 전염병을 토착 원주민들은 ‘코코리틀리(cocoliztli)’라 불렀다.
현대에 와서 코코리틀리가 살모넬라균과 관련 있는 것(본지 16세기 중미 휩쓴 전염병은?)으로 보고됐지만 다른 병원체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논문 제1저자인 악셀 구즈만-솔리스 국제 인간게놈연구소 박사과정은 “16세기 멕시코에서 발생한 여러 전염병으로 수백만 명의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인, 일부 유럽인이 사망했다”며 “원인이 되는 일부 병원체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멕시코 라콘치타 예배당. 멕시코 최초의 유럽식 교회이기도 하다. 히스패닉 이전 원주민이 살던 근처에 있는 곳으로 약 150명의 유해가 발견된 유적지다. ⓒ파니프로카이(Fanniprokai) ∣ 위키피디아
연구진은 식민지 시대 설립된 산호세드로스 내추럴리스 왕립병원(Hospital Real San José de los Naturales)과 라콘치타(la Conchita) 예배당에서 발견된 고대 DNA 자료를 추적했다. 병원은 당시 전염병으로 사망 600구 이상의 유해가 발견된 장소다. 예배당은 멕시코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 에트레라(현재 멕시코시티)’ 근처로 ‘히스패닉’ 이전의 원주민이 정착한 곳이다.
연구진은 대상지에서 26개 유골의 치아 표본을 평가했다. 바이러스가 혈관을 통해 이동하는 특성상 혈관이 뭉친 치아 뿌리는 바이러스 흔적을 나타내는 중요한 위치다. 26개 중 아프리카 혈통은 21개, 원주민 혈통은 5개다.
그리고 고대 DNA를 담은 치아 표본에서 특정 DNA를 추출하고 차세대염기서열 분석(NGS)으로 검출해 임상적으로 중요한 12개를 선별했다. 그리고 메타 게놈을 바이러스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 판독하고 분류했다. 4명의 유골에서 고대 ‘파보 바이러스’ 3개와 ‘B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체 1개를 최종 선별하고 재구성했다.
B형간염, 인간파보바이러스…아프리카 기원 증거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한 B형 간염 바이러스(HBV) 입자(주황색). 급성으로 황달, 심한 피로, 근육통 등이 나타나며, 혈액이나 성접촉 등으로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 ∣ 에스카인 파머(Erskine Palmer) 박사
두 바이러스는 고대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두는 병원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배당 인근 유골에서 발견된 파보 바이러스는 3종류 중 서아프리카에서 널리 퍼진 유전자형 3형으로 확인됐다. 1형은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거의 멸종된 2형은 북유럽 고령층에게서 발견된다.
재구성된 고대 B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체도 아프리카 인종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A형 유전자형이다. 즉, 식민지 기간 아프리카에서 유입되어 멕시코 원주민에게 전파 감염됐음을 시사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 A형을 대서양 노예무역과 연결한 유일한 보고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유골에서 나타난 증상도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받침했다. 과거 문헌에서 ‘인간 파보 바이러스 감염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낮춰 치명적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적 있다. 보통 질병에 걸리면 뼈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흔적을 밝히는 인골 발달 지표 중에서 ‘골비대증(porotic hyperostosis)’과 ‘안와천공(cribra orbitalia)’이 있는데, 이 형태는 겸상적혈구 빈혈증과 같은 유전성 빈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병원과 예배당에서 발견된 머리뼈에서 두 지표의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연구진은 “기형화된 머리뼈 원인이 파보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1576년에 코코리틀리에 감염된 시체 부검기록에는 비대해진 간과 황달, 노란 액체와 검은 혈액 등의 증상 흔적이 쓰여 있다. 파보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에서 증식하고, 간염과 황달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비춰 보면 관련성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3)가 멕시코 국립궁전에 그린 벽화. 스페인 정복자들의 멕시코 종교 말살과 무력 등의 억압에 맞서 멕시코 원주민의 갈등과 혁명 등을 표현했다. ⓒThelmadatter ∣ 위키미디어커먼스
이번 연구는 HBV와 B19V가 특정 전염병 발생과 직접적인 인과성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홍역과 풍진 바이러스가 만연했을 당시 상황을 감안해 연관된 넓은 범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민지 전염병이 유행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유형의 병원체가 상승작용을 일으켰을 것이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바이러스가 순환했다는 증거를 제공한 사실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의 다니엘 블라노메로 조교수는 “수백만 명 아프리카 노예를 태운 배의 비위생적인 환경은 바이러스를 증식해 면역이 없던 멕시코 원주민에게 전파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을 완전히 이해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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