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이어지면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연구에 매진해왔다.
특히 새롭게 출현할 수 있는 계절성 독감을 대상으로 모든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universal flu vaccine)’ 개발에 주력해왔다.
8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이런 노력이 최근 열매를 맺고 있다. 유니버설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첫 번째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7일(현지 시간) ‘네이처 메디신’ 지에 발표됐다.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범용 독감 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돼 1차 임상시험을 통과하면서 한번 접종으로 다양한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길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인체 세포에 침투한 독감 바이러스. ⓒWikipedia
독감 백신 1차 임상시험서 포괄적 효과 확인
범용 백신 1차 시험에 성공한 곳은 미국 뉴욕에 있는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와 시애틀 소재 백신 개발 연구기관인 PATH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논문 제목은 ‘A chimeric hemagglutinin-based universal influenza virus vaccine approach induces broad and long-lasting immunity in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phase I trial’이다.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는 백신에 대항해 면역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변종을 손쉽게 만들어낸다.
그런 만큼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독감 백신을 개발해야 했고, 사람들 역시 매년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맞아야 했다.
논문은 그 원인이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에 있다고 설명했다.
2종류 이상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혼합돼 새로운 형태의 아형(subtype) 바이러스를 형성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출현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항해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 형태로 솟아 있는 독성이 있는 단백질 헤마글루티닌(HA, hemagglutinins)과 뉴라미니다제(N, neuraminidase)를 정밀 분석해왔다. 연구팀이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HA 단백질이다.
논문은 HA 단백질의 작은 부분이 유전자 변이에 의해 자주 재편성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매년 업데이트된 HA 단백질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개발된 백신들은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처럼 생긴 표면 단백질 HA의 머리(head) 부분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머리 부분은 항체 결합이 쉽지만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킨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줄기 부분은 머리보다 변이 속도가 느리지만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를 공유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공동 연구팀이 범용 백신(universal flu vaccine) 개발을 위해 타깃으로 한 것은 이 줄기(stalk) 부분이다.
‘키메라 HA’ 사용해 백신 효과 검증에 성공
연구팀은 HA 단백질 줄기를 표적으로 하는 연구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부 연구자들이 이 부분을 타깃으로 백신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실패를 거듭해왔다는 것.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플로리언 크래머(Florian Krammer) 교수와 동료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메라 HA(chimeric HA)’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HA 단백질의 보존된 줄기를 인간의 면역 체계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A형에 포함된 (기능이 불활성화된) ‘키메라 HA’를 적용해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차 임상시험에서 51명의 참가자에게 후보물질을 투여했고, 그 결과를 위약 투여자 15명과 비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번의 투약을 통해 “매우 높은 항 줄기 항체 역가(induced remarkably high antistalk antibody titers)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크래머 교수는 1차 테스트를 통해 “이 후보물질을 통해 다양한 균주를 예방할 수 있으며, 인체 내에서 줄기 반응 항체를 생성하는 새로운 백신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교수는 “향후 독감 백신 A와 B형의 다른 균주들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또 다른 ‘키메라 HA’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 기간으로는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범용 백신이 기존의 계절 백신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 년 간의 임상시험이 수행돼야 한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과 제약사들이 범용 백신 개발을 망설이게 한 주된 이유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인류가 꿈꿔왔던 범용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최초의 연구 결과다. 독감 전염과 백신을 연구하는 미시건 보건대학의 역학자 오브리 고돈(Aubree Gordon)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논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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