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술이 첨단화하면서 그 활동 영역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조립공장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던 로봇이 더욱 정밀한 손놀림을 필요로 하는 병원 수술실과 같은 의료현장으로 파고들고 있다.
20일 오후 4시 서울 코엑스 컨벤션 센터 320호에서 한국전기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자의료기기 산업발전 전략 세미나’에서는 최신의 로봇수술 관련 기술이 공개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로봇수술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로봇수술의 기술과 로봇 시스템 그리고 향후 로봇수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복강경 수술로부터 발전한 로봇수술
나 교수에 따르면 외과적 기계로서 임상에 처음 적용된 수술 로봇은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 ‘바가(Bargar)’가 개발한 ‘로보닥(RoboDoc system)’이다.
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1만 회 이상의 수술이 로보닥을 이용, 성공적으로 시행됐다”며 “로보닥은 보조물과 뼈 사이의 접촉률이 수작업일 때의 20%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평균 97%의 접촉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수술 과정 중 일부를 자동화한 것이지 실제로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아니다. 수술에 직접 로봇을 이용한 최초의 사례는 복강경 수술이라는 것이 나 교수의 설명.
1990년대 들어 커다란 발전을 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을 위해 로봇에 가까운 기구들이 개발, 사용됐다. 대표적으로 컴퓨터모션사(Computer Motion, Inc)에서 개발한 ‘이솝(AESOP)’, ‘제우스 (ZEUS)’, ‘헤르메스(HERMES)’ 등이 있다.
1994년에 개발된 이솝(AESOP)은 복강경 수술에 있어 복강경 카메라를 고정해 주고 상하 좌우 및 원근을 발판이나 손잡이를 눌러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최근에는 수술자의 목소리를 인식, 동작되는 장치로까지 개발됐다.
최근에 가장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다빈치’ 시스템은 다음 세 개의 부분, 즉 로봇 카트 (the robotic cart), 수술 콘솔(the operating console), 그리고 복강경 부분(endoscopic stack) 등으로 나눠진다.
나 교수도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의 전문가다. 얼마 전에 그는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 500례를 달성, 화제가 된 적이 있으며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계 관련 암 등을 주로 시술하고 있다.
로봇 카트는 약 2m의 높이에 544Kg의 무게를 가진 실제 수술이 이루어지는 로봇 팔 부분으로 환자의 위나 옆에 위치한다. 복강경 카메라를 고정 및 조정하는 팔이 가운데 있으며, 수술용 기구가 작동되는 팔이 3개 더 있다. 이 기구로 수술 콘솔에서 의사에 의해 시행되는 동작이 전달되어 작동되는 것이다.
수술용 기구가 작동되는 팔은 7자유도를 구현함으로 수술자의 손동작을 거의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수술 콘솔은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양안 화면이 있으며 기구를 작동하는 컴퓨터 장치가 있다. 수술용 기구를 조정하는 마스터 기구조정장치(master instrument controllers) 앞에 앉아서 편안히 손을 얹어 놓고 기구를 작동하면 그 동작이 콘솔에서 로봇 카트로 전달되어 수술용 기구가 작동한다.
다빈치 시스템은 복강경 수술뿐 아니라 일반 수술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유명해졌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서는 할 수 없었던 동작이 가능하고 하기 힘든 동작도 아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교수에 따르면 로봇을 통한 복강경 수술은 지름 5~8㎜ 크기의 구멍을 3~5개 정도 뚫어 하는데 수술시간이 짧고 수술 후 통증이 덜하며 감염 위험도 낮은 편이다. 의사의 미세한 손 떨림으로 인한 의료사고 방지, 적은 출혈 및 수혈, 입원기간의 단축, 환자를 정상 생활로 빨리 복귀시킬 수 있는 것 등이 로봇수술의 장점이다.
나 교수는 “자유도의 증가로 다양한 각도로 시술할 수 있어 복강경 수술의 단점인 수술기구의 운동범위 제한이 없고, 10~15배 확대된 3차원 영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내에 들어가는 수술 로봇 나온다
로봇수술이 성공하면서 로봇 공학도 의학과 함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향상된 통신 시스템과 정보전달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환자가 모든 방면에 있어 쉽게 수술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나 교수는 “로봇 수술에서 문제시되는 것 중의 하나가 수술 의사가 촉각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며 “기구에 촉각을 결합시키는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기술들은 정점 측량 기능을 기구에 포함시켜 봉합이나 조직 장력에 정보를 제공하고 수술 중에 현미경을 사용해 종양의 경계를 구분하거나 신경 및 다른 기관들과의 인접성을 판별하도록 도와준다. 아울러 수술 중 방사선 영상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종양의 위치와 변화를 수술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또 최근 들어 로봇수술에서 연구되는 것이 로봇의 체내 사용이다. 로봇이 환자의 체내에 들어가 작동하려면 안전성뿐만 아니라 기계 자체의 동력, 외부의 조정에 따라 작동할 수 있는 이동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로봇의 크기도 아주 작아야 한다.
나 교수는 “이러한 기계들은 임상 진료에서 이미 찾아 볼 수 있다”며 “그 예로 외부 조정기에 의해 위장관 내부의 영상을 전송하는 이동 마이크로 로봇 카메라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로봇수술은 외과의사가 수술하는 것을 보조적으로 돕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지만 향후 로봇 수술은 로봇 스스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고 나 교수는 말했다.
이런 발전은 기술을 정확히 복제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고정된 생산라인과는 다른 수술 환경에 있어서 매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골반 림프절 박리 시, 장골동맥이나 폐색신경 등 위험한 부위에 대한 수술 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술 전에 미리 계획함으로써 수술하는 동안 시각적인 단서에 의거, 수술 상황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어 이러한 부분의 수술에 안전성을 보장한다.
나 교수는 “과학소설에나 존재했던 수술 로봇이란 개념이 이제 현실이 됐다”며 “로봇이 담당하는 일은 수술자의 기술을 로봇팔이 작동하게끔 바꾸는 일로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향상시킬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현재 로봇수술은 로봇공학과 함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고가인 의료용 로봇의 가격이 낮아져야 하고 로봇 시장의 활성화, 사용자인 의사들의 로봇에 대한 인지 변화 등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나 교수의 견해다.
나 교수는 ‘9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그 해 미국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외에도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 트레이닝 디렉터, 세계로봇비뇨기과학회(SURS)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55차례의 로봇수술과 관련한 강연 경력을 갖고 있다.
-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09-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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